공구상탐방
천안 유진종합상사 김재남 대표
많은 이들이 제 2의 직업으로 공구상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이나 인테리어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은퇴 후 제 2의 인생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공구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장사가 아니다. 기본 10년은 준비하고 공부해야 성공하는 것이 바로 공구상이다. 천안에서 크게 성공한 유진종합상사의 김재남 대표는 20대 때 공구업계에서 창업 및 장사노하우를 연구했다.
“형님이 인천 남동공단 쪽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형님 밑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했죠. 그런데 공구상 일이라는 것이 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루 중 쉬는 시간이 틈틈이 생길 때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메모를 하고 그랬어요. 신문을 읽고 앞으로는 컴퓨터가 더욱 중요하겠다 싶어서 노트북을 사서 엑셀파일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그랬습니다. 경영에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요. 그것이 창업 준비였어요. 장사하는 사람으로써 어떻게 하면 될지 공부를 했죠.”
성공하는 사람은 남다르다. 김재남 대표는 20대 시절 꿈을 가지고 언젠가는 나의 가게를 가지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고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컴퓨터와 인터넷을 공부했다. 또한 앞으로는 어떤 지역이 발전할 것인지도 살펴본다.
뉴스와 신문을 살펴보니 앞으로는 충남 천안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계속해서 검토하고 정보를 확인하고 살펴보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형님의 가게에서 나와 천안의 한 공구상가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했다.
“운이 좋았어요. 그때 천안지역이 한창 건설붐이 불 때였거든요.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막 올라가서 공구상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런데 일요일에 문을 여는 공구상들이 별로 없는 겁니다. 건설이나 인테리어 업자는 일요일이라고 쉬지 않아요. 일요일에도 공구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죠. 5,000원짜리 공구 하나가 없어 50억짜리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는 것이 공사현장인걸요. 저희는 창업초기에도 일요일에 문을 열어 그런 손님을 다 받았죠. 일요일에 가게 나오는 것은 저희 같은 후발주자에게는 큰 기회이자 광고 입니다.”
기존 천안에 있던 공구상들과 친해지는 것도 급선무였다.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웃사촌이다. 김재남 대표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타지에서 왔지만 주위 상인들로부터 인정과 믿음을 받는다. 노력을 하다보니 운도 따랐다. 가게 앞으로 바로 도로가 트이면서 싸게 구매한 공구상가의 자리가 노른자 상권이 된 것이다. 입주할 때는 상가에서 인기 없는 싼 가게터가 주차도 편리하고 접근하기도 좋은 자리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적은 자본으로 시작했지만 몇 년이 지나자 안정적으로 규모가 커져 있었다.
김재남 대표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거래처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건설이든 납품, 소매든 간에 거래처마다 장단점은 있다고. 근래에는 소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
“건설은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꼭 마지막 달에는 부도어음을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빌라 인테리어 같은 경우 한 3개월 이후면 시공완료되고 건설업자들이 사라지는데 마지막 3개월 4개월 때 받은 어음이 부도어음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납품을 하다보면 얻는 이익에 비해 참 많은 부분에서 힘이 듭니다. 소위 말하는 갑질이라고 하죠? 대한민국에 갑질이라는 단어는 상인들이 납품을 하면서 만든 단어일 것입니다. 정말 힘들어요. 반면 소매는 참 깔끔합니다. 큰 돈을 벌 수 없고 몸을 많이 써야 하지만 현금회전율도 좋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건설을 하면서 체형을 키우고 납품으로 숨을 고르고 마지막에는 소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공구상이 아닐까 해요.”
공구업은 사실상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엔지니어이면서 현장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경영자로서의 지식도 요구된다. 그래서 김재남 대표는 20대 때 지속했던 독서를 놓지 않고 있다.
“경영에 관련된 좋은 글귀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경제신문도 읽고요. 공구상이 항상 바쁜 것은 아니잖아요. 손님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시간이 있습니다. 한가한 시간에는 장사 계획도 짜고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찾아올까 고민도 합니다. 아니면 대형공구유통업체에서 나온 카탈로그를 보고 익힙니다. 어떨 때 이 공구를 사용하면 좋은지 카탈로그에 나와 있어요. 그래서 카탈로그를 대량으로 주문해서 거래처에 뿌리죠. 카탈로그 몇 쪽에 있는 품목과 코드번호만 알면 정말 손 쉽고 빠르게 공구를 주문할 수 있어요.”
김재남 대표는 자신이 공부한 경영 노하우나 창업 노하우를 정리하여 파일철을 해 놓았다. 그렇게 정리한 정보들은 유진종합상사의 귀중한 자산이다. 공구장사가 힘든 경우는 무수히 많다. 진상손님을 만났을 때, 애써 키운 직원이 떠날 때, 납품처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부도어음을 맞았을 때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김재남 대표는 자신이 정리한 파일철을 살펴보고 내가 잘못된 것은 무엇인지도 살펴본다고 한다. 흔들렸던 마음도 그렇게 자신의 정리한 파일철을 보면서 다시 바로 잡는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장사를 하자 진심을 알아주고 먼 지역에서 김재남 대표에게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죠. 처음 보는 분이 줄자 하나를 사가시더라고요. ‘정직하게 일정 가격을 부르니 앞으로 당신하고만 거래를 하겠소’ 하는 겁니다. 알고 보니 인테리어 시공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시는 분이신데 제가 가장 정직하게 가격을 부른다는 거죠. 실제로 파주에서 줄자 하나를 사기 위해 내려오시고, 부산에서 택배로 줄자 하나 보내달라고 하세요. 솔직히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오히려 운송비 부담이 크니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근처의 공구상에서 사는 것이 낫거든요. 그래서 ‘근처에서 구매하시는 것이 더 저렴합니다’ 라고 말해도 굳이 저희 가게에서 사겠대요. 많은 손님들이 가격을 중요시 여기지만 그 가게 주인을 보고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게가 저희 가게라고 한다면 그것은 말로 표현 못하게 참 행복합니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