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구미 동양자재백화점 조재만 대표
구미 산업유통단지 옆에 위치한 100평 건물에 ‘동양자재백화점’이라는 상호가 적힌 거대한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뽐내는 듯한 크기의 대형 매장. 안으로 발을 내딛기 전부터 큰 규모에 한 번 놀라고, 건물 바로 옆에 같은 너비의 상가를 짓고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또한 뒤편에는 물류센터의 완공을 앞두고 있어 동양자재백화점이 곧 수용할 수많은 물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크고 많은 건물을 짓게 된 배경을 물었다.
“사업 시작 전부터 큰 건물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었어요. 많은 물건을 진열하려면 큰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그런 매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이 지역 공구상가 경영은 대체로 어려웠다. 가까운 구미보다는 상가가 많고 물건도 많은 대구에서 공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유통단지의 크고 작은 공구상 뿐 아니라 동양자재백화점처럼 대형 유통 상가들이 생겨나면서 주변에서 관심을 갖게 됐고, 점차 이곳을 많이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마트, 롯데마트처럼 공구도 대형유통화가 될 거예요. 한 자리에서 다 살 수 있는 그런 대형 매장이 들어서겠죠. 저희 매장도 이런 식으로 가고 있어요. 물건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매장만 크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 꾸준히 거래처를 확보한 공구상들이 터를 잡고 있었고, 각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으로 인해 매출을 올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가게만 크게 열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찾을 거라 생각했어요. 가게도 제품들도 눈에 확 들어오고 보기 좋으니까요. 그런데 손님에게 우리 이미지가 쉽게 각인되지는 않더라고요. 자주 거래하던 곳에서 물건을 사게 되니까. 2004년 처음 문을 열고난 뒤, 4년 정도는 기반을 닦고 거래처와의 관계를 다지기 위해 힘든 시기를 보냈죠.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구입처도 알아보고요. 성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매장이 크니 취급 품목도 재고량도 많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물건이 많았던 건 아니다. 각 품목당 소량의 제품만을 진열해 놓았었다. 그 결과 생각지 못한 손님의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었다. 한 번은 손님이 모 브랜드 테스터기 10개가 필요하다며 찾아왔지만, 물량이 3개밖에 없어 팔지 못했다. 용접기는 찾는 손님이 적어 제품을 오랜 기간 보관한 탓에 정작 판매할 땐 녹이 슬어 버렸다. 이렇듯 사업 초기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면서 점차 많이 팔리는 것들, 적게 팔리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품별로 적절한 재고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 품목이라도 제대로 된 제품, 잘 팔리는 제품을 파는 것이 좋고 이 제품들의 재고를 얼마만큼 두어야할지 감이 왔다. 그러자 손님도 점차 확보되어갔다. 이렇게 그만의 노하우가 하나씩 쌓여갔다. 11년 차에 접어든 지금, 동양자재백화점은 이 지역 유명 공구상이 됐다. 유통단지 상가 바로 앞에 있어 눈에 띄고, 많은 제품을 갖춘 깔끔한 매장이 오히려 이곳만의 장점이 됐다.
실내 공간이 넓은 만큼 조 대표는 디스플레이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먼저 밝은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조명 아래 제품들은 좀 더 때깔 나고 깨끗하게 보였다. 포장된 수공구 제품은 보기 좋게 걸어놓고, 전동공구는 낱개로 벽에 걸어두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비닐 소포장을 해뒀다.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제품들은 한 번 더 눈길을 끈다.
더 큰 매장을 만들기 위해 8년 전부터는 안전화, 작업복 등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장 내에 안전용품을 취급하기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뒀다. 안전화는 보기 좋게 한 짝씩 정돈해 놓고, 작업복은 마네킹에 입혀둬 한눈에 옷을 비교해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매장에 가면 작업복을 개어 두는데 저희는 한눈에 보이도록 신경 써서 진열해놔요. 입고 싶어지게요. 작업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공구를 구매하러 매장을 들르는 손님들은 작업복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손님의 입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동양자재백화점의 특징은 깔끔한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도 있다.
“손님들은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어야 가격이 쌀 거라 생각해요. 디스플레이가 멋지면 비싸다 생각하고요. 저희는 매장이 넓고 깨끗해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똑같은 가격이라도 디스플레이를 잘 해놓으면 누구든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일부 자재는 공장에서 직거래 하고 해외서 바로 수입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특히 안전용품에 대한 가격을 차별화했다. 한 때 중국을 거쳐 지금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직수입을 한다고.
“인건비가 국내의 1/10 수준이라 원가가 저렴해요. 저희는 TBUC, MARK라는 브랜드의 작업복을 취급하는데요. 인도네시아 공장으로부터 바로 들여오니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에 직접 가서 착용감, 재질, 마감상태 등이 괜찮은지를 꼼꼼히 따지고 왔어요. 좋은 품질에 가격이 싸니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죠.”
“매출은 세월이 필요한 거예요”
공구를 판매만한다고 생각하면 성장할 수 없다. 가게를 더 키울 수 없고 한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하는 그였다. 장사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가 지금껏 동양자재백화점을 키울 수 있던 이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올해 물류센터 완공 후에 전국 유통망을 더 넓힐 거예요. 산업자재와 결부되는 업체들과 연결고리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고요. 현재 경쟁력 있는 안전용품 분야도 더 키워나가고, 직수입도 추진하며 더욱 멋진 기업으로 성장시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