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공구상탐방

쌀 전해주고 아닌 척, 공구맨의 사랑법




쌀 전해주고 아닌 척, 공구맨의 사랑법

명절마다 쌀 25포, 연말에 현금 100만 원 … 8년간 기부

경주 초원종합상사 김영대 사장




8년여 째 이웃 돕기를 실천하고 있는 경주 초원종합상사 김영대 사장(57). 고등학교 때부터 40년 가까이 경주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14년째 공구에 빠진 그가 초원종합상사를 경영하며 경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공구상으로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간 실천해온 이웃사랑 때문이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쌀과 기부금을 전달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아름답다.


나는 평범한 사람 … 숱한 여정 거쳐 공구상 창업

매년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공구상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경주 용강동에 위치한 초원종합상사. 이곳 사장인 김영대 씨가 8년여 간 매년 세 차례, 총 300만 원 가량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조차 꾸준히 기부해온 만큼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 공구상일까 싶기도 했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단지 ‘네’라는 단답뿐. 담담하면서도 무뚝뚝한 말투가 당황스럽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초원종합상사는 평화롭게 보이는 신시가지 도로 옆에 자리해 있었다. 이곳 역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공구상과는 달리 공간활용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간판을 앞으로 배치하여 주차 및 여유공간을 위한 테라스를 만들어 놓았고, 얼핏 보이는 건물 내부에는 진열대에 공구를 종류별로 빼곡히 정리해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수줍게 웃고 있는 김영대 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수줍게, 그리고 평범하게 던진 그의 한 마디가 어쩐지 비범해 보였다. 사실 공구사업은 그의 11번째 직업이다. 그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 유통업, 일반소매업 등 10여 차례 다양한 직종을 옮겨 다니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해왔다. 그리고 2000년, 공구사업에 정착해 14년 간 초원종합상사를 이끌어왔다. 처음에는 지금의 건물 옆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서 8년 전 409.9㎡(124평) 규모의 건물로 확장이전 했고, 큰 가게는 아니지만 전보다 더 많은 공구제품을 진열할 수 있게 되자 손님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현재는 아내와 아들, 딸, 형님과 함께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초원종합상사에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한 시도 공구에 눈을 떼지 못하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의 적성에는 공구가 딱이었나 보다.


작지만 꾸준히 … 이웃을 위한 8년간의 사랑


“평소에 늘 (기부) 해야지 하는 마음은 갖고 있었지. 형편이 조금이라도 되면 해야지...”
평소 기부를 실천하고 싶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어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기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첫 직장생활을 청산한 이후로 여러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의 기부실천은 초원종합상사가 이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확장된 건물에 새롭게 문을 연 초원종합상사 개업 일에 축하 화환 대신 쌀을 받았다. 모인 쌀 30포를 동네 주민센터에 전달한 것이 그의 첫 기부였다. 이를 계기로 김영대 사장은 8년여 간 한 번도 빠짐없이 이웃 돕기를 실천하게 되었다. 매년 추석과 설에는 명절을 맞아 쌀 25포씩, 연말에는 100만 원 씩 기부를 해왔다. 올 추석을 맞아서는 주민센터를 통해 백미 20kg 25포와 10kg 10포를 기증했고, 연말에는 기부금 100만 원 또한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항상 쌀과 후원물품을 기증하면서 나눔의 문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기부 물품과 기부금은 차상위 계층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며, 주로 홀몸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쓰여진다.


“기부할 때 후딱 주고 나와요”


김영대 사장은 연말 기부금을 주민센터에 직접 내러 갈 때마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는 게 쑥스럽다. 쌀은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서 배달을 시킬 정도다. 주민센터에 찾아가보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말리는 그였다. 하지만 착한 일은 저절로 소문이 나는 법. 경주신문, 포항MBC 뉴스 등 그의 작지만 꾸준한 사랑의 실천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김영대 사장은 어느새 경주지역의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초원상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거래하려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가끔 고맙다고, 쌀 보내줘서 잘 먹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찾아오기도 한다.
그에게는 베푸는 삶이 익숙하다. 사는 것 자체가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긍정적으로 일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하는 거죠. 뭐 내가 이만큼 받았으니까 기부 해야지 하는 건 없어요. 내가 돈 좀 벌고 언제든 여유가 생기면 이건(기부) 좀 하고 싶다 생각은 했지. 고객들은 우리 집 물건을 팔아주니까 도움을 주는 거고.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또 잘 되는 거고.”



가족 사랑에서 이어진 이웃 사랑 … 기부에서 집 짓기 봉사까지


그는 남몰래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었다.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공구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경주지역의 대표적 봉사단체 ‘한마음노력봉사회’에서 전기, 미장, 보일러 등 다양한 직무능력을 가진 한 사람씩 팀을 이뤄 소외계층을 위한 집 짓기, 집 수리 봉사를 해왔다. 얼마 전부터는 젊은 청년 봉사자들이 늘어나자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힘쓰는 일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지속적으로 봉사회에 후원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식구들이 잘 크고 안 아픈 게 제일 보람이죠.”
이웃을 사랑하는 만큼 가족 또한 지극히 아끼는 그였다.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도 사랑하는 듯 하다. 함께 일하는 형 김영호 씨에게 김영대 사장에 대해 묻자 숨겨왔던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형제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좋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항상 배려했고, 짜증나게 하는 일 자체를 안 했어요. 무조건 남을 편하게 해주고. 그러니까 나도 여기서 한 10년 넘게 같이 지낼 수 있었던 거죠.”
김영대 사장은 형님이 하고 싶던 개인택시사업을 위해 기꺼이 차를 한 대 선물해주기도 했다. 덕분에 형 영호씨는 매일 공구 일이 끝나고 밤 10시까지 택시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을 사랑하는 남자, 고객에게 사랑 받는 남자


김영대 사장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 그는 가족을 믿고 배려하는 만큼 손님들과도 신뢰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추석, 설날을 빼곤 연중무휴로 일을 하고 있지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는 손님을 항상 편안하게 맞이하고, 거래도 정직하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형 영호씨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장사를 양심적으로 하니까 손님이 많죠. 다른 데는 바가지도 받고 하는데. (동생은) 한결같이 외지서 온 사람이나 옆집사람이나 똑같은 금액을 받아. 여기(초원종합상사)와 거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기 믿을 만 하다’는 입 소문이 돌죠. 공구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껏 그래왔어요.”
묵묵히, 그리고 정직하게 일하는 김영대 사장. 그의 성격처럼 남을 돕는 일도 보이지 않게 정직하다. 처음에는 무뚝뚝한 말투가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가 사람을 끄는 이유를 알겠다. 짧은 답변 속에도 묻어 나는 그의 진심 어린 이웃사랑, 그리고 넉넉한 인심.
“작은 정성이지만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행복을 느껴요. 지역사회에 베풀고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