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공구상탐방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멋진 내년을 위해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멋진 내년을 위해

대전 고려종합상사 장석순 사장



공구 상권에도 틈새시장이 있다?! 세심한 관찰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공구인을 대전에서 만났다. 납품에서 소매시장으로 뛰어든 고려종합상사 장석순 사장. 오늘도 그는 목표로 세워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진열에는 정답이 없다

오전 8시는 장석순 사장이 아내와 함께 대전 테크노벨리 단지 안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대화동에서 공구상을 옮겨온 지 벌써 7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장 사장에게 이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만 같다.
“공구라는 것이 워낙 품목이 많잖아요. 또 물건 규격이 무슨 상자처럼 딱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공구 진열을 아직도 만족스럽게 끝내지 못했어요.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가도 뒤쪽으로 옮겨가고, 오른쪽에 진열했다가도 왼쪽으로 재배치하고. 마치 원래 그 자리에 늘 있었던 마냥 공구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도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네요.”
그의 아내도 이 같은 말에 동의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손님을 맞이하는 중에도 이들 부부는 가게를 정리하고 물건 진열을 재배치하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공구상들을 봐도 다들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만의 노하우가 생기겠죠. 그때까지는 아마 가게 모습이 자주 바뀔 것 같아요.” 장 사장 부부가 진열에 익숙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소매 상대가 아닌 납품을 위주로 가게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납품에서 소매로 이동


장 사장은 원래 대전 대화동 공구상가 밀집지역에서 공구상을 운영했었다. “지난해 말 유성구 테크노벨리로 이전해 왔습니다. 그 전에는 납품을 전문으로 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가게 진열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고 재고를 미리 확보해 놓는일도 드물었습니다.”
장 사장이 이곳으로 이전해 오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테크노벨리 상권 가능성과 아내의 적극 지지를 믿고 이전을 결심했다.
“대화동에 공구상이 많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모든 공구상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죠. 특히 소매의 경우라면 자리에 따라 매출에 대한 편차가 큰 편입니다. 초입에 있는 상가들은 소매장사가 잘 되는 편이지만 거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장사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요. 물론 임대료도 잘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제가 대화동에서 납품 위주로 가게를 운영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이유 등으로 소매까지 하기 위해서 이전은 불가피했다. 장 사장은 여러 곳을 후보지로 물색하던 중 현재의 자리를 고심하게 됐다.
“사실 이곳도 주 거래처가 대화동입니다. 제가 대화동에서 납품을 했던 것처럼 대화동 공구상들이 이곳으로 물건을 납품하는 경우죠. 하지만 납품이란 보통 계획된 구매잖아요. 갑자기 소량의 물건이 필요하게 됐을 때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이곳에는 없습니다. 철물점 외에 공구상은 없었죠. 그래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납품하기에는 물건 수량이 너무 작고 시간이 촉박한 단지 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공구상을 운영하면 소매장사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아내에게 결정 전 이곳을 보여줬는데 마음에 든다고 옮기자고 그랬어요. 아내의 믿음이 제게 더 확신을 준 셈이죠.”



장 사장 손길이 곳곳에 묻은 가게


남의 일과 내 일은 그 일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지게 만든다고 누군가 그랬다. 장사장은 이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여실히 느꼈다고 했다.
“독립해 공구상을 차리기 전에는 친척분이 하시던 공구상에서 13~14년 가까이를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물론 그때도 독립을 생각하며 일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가게 이전하며 느꼈습니다. 내 일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여볼까. 어떻게 하면 가게를 더 알려볼까’ 정말 고심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생각은 장 사장에게 생전 해보지 않았던 철 구조물 절단마저 경험하게 만들었다.
“재고를 보관해 둘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건물을 2층 구조로 변경했어요. 용접 잘하시는 지인 한분의 도움을 받아 함께 작업했습니다. 알아보니 비용은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에서 직접 하게 됐죠.”
납품 배달을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작업에 임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일찍 끝날 수 있는 일이 5일 동안 걸렸다. 그래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다.


납품과 소매의 차이점

납품만 해오다가 소매까지 하게 되니 전과 다른점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장 사장이다.
“납품 한 가지만 할 때에 비해 우선 무척 바쁩니다. 그래서 공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아내가 제 일을 도와주게 됐죠. 납품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아마 재고부분 일겁니다. 납품은 계약에 따라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기 예측불가능한 수요가 일어나는 일이 드물어요. 하지만 소매는 그렇지 않죠. 우선 언제 어떤 손님이 무슨 물건을 찾을지 모르니까 수요 예측이 힘들어요. 지금은 재고 채우기 바쁘죠. 구색을 갖춰가는 과정이고요.”
장 사장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안목이 있는 편이었다
“항상 제품 카탈로그를 자주 보는데요. 신제품 등을 보며 ‘이거 가져다 놓으면 괜찮겠다’하는 제품들을 가져다 놓으면 이상하게 잘 팔리더라고요. 그래서 팔릴 제품, 신제품 등을 발굴하기 위해 늘 공부하죠. 아, 그리고 제가 기본적으로 재고 욕심이 많은 것도 있고요.”


혼자가 아닌 둘, 아내와 함께

부부 단 둘이서 공구상을 꾸려나가다 보니 인력에 있어 늘 부족함을 겪는다.
“새로 이사를 왔으니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며 영업활동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납품을 제가 직접 하기 때문이죠. 가깝게는 대전 내 지역이지만 멀리는 무주, 옥천까지 납품을 하러 가야 해서 반나절을 꼬박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죠. 그러니 어디 영업활동 할 시간이 충분히 있겠어요?”
웃으며 말을 잇는 장 사장이다.
“게다가 아내는 원래 공구상을 하던 사람이 아니죠. 제가 소매를 하겠다고 하니까 두 팔 걷고 도와준 거예요. 그런데 아직 공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까 납품으로 제가 자리를 비우고 없을 때 아내 혼자서 가게를 보면 전화로 손님들이 찾는 공구들에 대해 물어보기 일쑤예요. 몸은 가게 밖에 나와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가게 밖과 안의 일을 늘 살펴야 하죠.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내마저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일이라고 인식하고 일하는 것과 남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일하는 것은 천지차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직원을 들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일이라 아내가 맡아주는 게 참 고마워요. 더불어 미안한 마음도 있죠.”
 
이에 아내는 장 사장의 마음에 답변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가게에서 일을 하며 느낀 점은 표준화 된 공구 용어보다는 옛날 용어나 현장 용어,혹은 일본 용어들이 많이 쓰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실제 제가 알고 있었던 공구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죠. 남편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카탈로그를 보며 조금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자주 저희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카탈로그를 드리는데 카탈로그를 본 손님들이 품번을 정확히 말해주면 제가 모르는 공구라도 쉽게 주문을 받고 찾을 수 있어 참 편리하더라고요. 이렇게 직접 일에 부딪
히고 공부하다 보면 머지않아 손님들 요구에 딱 맞는 공구를 제가 직접 추천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늘 남편에게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지만 같이 일하면서 남편의 노고를 그 어느 때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보다 남편에게 훨씬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려고 해요.”
이 같은 아내의 답변에 장 사장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지긋이 웃으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지금 마음가짐을 표현한다고 하면 모든 걸 리셋해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가게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다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기존에는 재고가 없이 일을 했으니까요. 때문에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물건의 단가가 조금은 비싼 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믿고 제 물건을 계속 써주시는 고객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마음을 표현하고자 조금씩 가격을 다운시켜 물건을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전에 비해 재고보관이 가능하니까요.”


목표를 향해 진격

현재 장 사장이 공구상을 위해 쓰고 있는 가게 공간은 원래 공간의 절반 정도다.
“원래 가게가 43평 정도인데 모두 다 쓰지 않고 절반 정도만 쓰고 있죠. 시작하는 단계인 우리에게 다 쓰는 것은 조금 크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층에는 자재창고가 있고요. 우선 저희 목표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연 매출을 10억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영업활동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납품으로 시간을 많이 소비하긴 하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볼 계획입니다. 납품을 하면서 인근 지역을 돌며 영업활동까지 함께 하는 것이죠. 생각보다 실천으로 옮기는 게 힘들긴 합니다만 더 바삐 뛰어다닐 겁니다.”
한 자리에 안주해 있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그다. 그의 열정이 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이 있는 한 이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할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 점점 더 번창하는 고려종합상사가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