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대만 공구상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TSMC, 세계 최대 전자제품 OEM업체 폭스콘 등 여러 국제적인 기업들이 있는 대만. 이런 기업들의 성장에는 분명 공구가 큰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경북항공고등학교 민상홍 선생님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방문해 공구상을 진하게 둘러봤다. 민상홍 교사의 대만 공구상 탐방기를 들어보자.

지난 10월3일부터 11일까지 아들 그리고 딸과 함께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방문했다. 의료기기업체에 근무하는 아들의 대만 의료기기 현장 탐방, 그리고 엔지니어링 회사에 근무하는 딸의 대만 산업인프라 현장 견학 역시도 방문목적 중의 하나였다. 대만 국적기인 에바(EVA)항공을 타고 간, 아들딸과 함께한 대만 타이베이 여행에서 나는 공구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대만은 20세기 중후반, 대한민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한 국가로 지목되었던 국가다. 올해 대만은 1인당 예상 GDP 3만8066달러로 한국(3만 7430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대만은 그 누구도 반박 못할 선진국이 되었다. 아마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단연코 공구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도착한 대만 타이베이는, 국제뉴스를 통해 들은 바로는 중국과의 정치, 군사적 긴장상태가 완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런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공항, 도로, 시내의 건물 그리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는 조금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하고 질서 있게 생활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베이 중심부에 숙소를 잡았다. 중심부에는 공구를 파는 상점이 전혀 보이지 않아 택시를 타고 20여분 달려 ‘단수이 강(淡水河)’ 강변의 ‘오금행가(五金行街)’ 쪽으로 향했다. 오금행가는 공식적인 도로명 이라기보다는, 타이베이에서 유명한 ‘시먼딩 보행자거리 (西門徒步區)’에서 서쪽 강변 방향으로 이어진 공구상 거리를 일컫는 비공식 명칭이다. 여기서 ‘오금(五金)’이란 철로 만든 각종 공류류를 뜻하는 단어로, ‘공구상 거리’라는 의미라 생각하면 된다.
오금행가 거리는 4성급 호텔인 ‘호텔 리버뷰 타이베이’ 바로 근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강변 고가도로 아래를 따라 수도 없이 많은 공구상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서울 청계천변의 공구상거리를 떠올리게 했다. 공구상과 함께 각종 전기상가나 주방집기상가들도 모여 있었다. 이 점도 청계천과 비슷했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대만의 추석 ‘종추지에(中秋節, 중추절)’ 기간이었다. 대만에서도 우리나라 추석처럼 음력 8월15일 당일 기준 앞뒤로 이틀씩 5일간의 연휴가 이어진다. 연휴 시작일에 방문해서인지 오금행가 공구상들 가운데에서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이 보였다.
방문한 상점은 젊은 사장과 그의 모친이 운영하는 공구상이었다. 번역기로 나를 ‘한국에서 공구를 가르치는 교사인데 대만 공구상이 궁금해서 왔다’고 소개하자 반갑게 맞이해 주며 자신의 매장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고 사진 촬영도 허락해 주었다. 개업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이 매장에서는 여러 공구 메이커를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사장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매장을 이어받아 운영 중이라고 했다.
판매하는 공구의 종류는 스패너, 드라이버, 복스렌치 등 수공구와 각종 브랜드의 전동공구 외 다양한 공구를 취급하고 있었다. 진열 모습이나 판매 공구류 등 정말 우리나라 공구상을 떠올리게 했다. 매장 전면에 각종 공구들을 쌓아둔 모습이 딱 우리나라 공구상이었다.

대만의 공구들은 밀리미터(mm), 센티미터(cm)등의 국제단위계(SI)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간혹 인치(inch)단위가 기재된 공구도 보였으나 찾는 손님은 드물다고 한다.
타이베이 시 오금행가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수많은 공구상들에서 볼 수 있듯 대만의 공구 산업은 매우 활발하다. 그와 함께 대만에서는 매년 다양한 공구 관련 전시화도 개최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대만하드웨어쇼(Taiwan Hardware Show)’는 타이베이 난강구(南港區)의 ‘난강전람관(南港展覽館)’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공구 전시회로 금속제조, DIY공구, 전동공구, 배관, 원예용품, 산업 자동화 설비 등 다양한 공구분야의 제품이 전시된다. 100여개 국가에서 3만여 명의 바이어들이 찾는 행사로, 올해는 난강전람관이 아닌 ‘타이중 국제컨벤션센터(TICEC)’에서 개최될 예정이라 한다.

디월트, 페스툴, 밀워키 등 세계 유명 공구브랜드들이 브랜드를 앞세워 전시되어 있는 틈으로 대만의 공구브랜드들도 여럿 눈에 들어왔다. 대만이라는 나라는 기계공업,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공구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품질과 명성을 자랑하는 국가다. 2만여 종의 제품을 제작하는 지니어스, 공조냉동 공구 전문의 블랙다이아몬드 등이 모두 대만 공구 제조사다. 특히 KP에어공구(KUANI)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에어공구 전문 업체다. 오랜 시간의 OEM/ODM경험을 갖고 있으며 정밀한 품질관리와 자체 부품 생산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역사 깊은 대만의 공구 제작 기술이 지금의 반도체 등 첨단과학 산업 발전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대만 공구상 탐방을 통해서 얻은 자료와 사진들을 학생들의 교육자료 제작에 활용하고자 한다. 공구를 사랑하고 공구에 진심인 대만인들을 보면서 대만이라는 국가와 대만 공구에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글·사진 _ 민상홍(경북항공고등학교 교사) / 정리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