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남 예산 다있슈철물자재
농자재 판매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안되는 유통사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체계가 없어 원하는 제품을 제때 받기란 언감생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민우 대표는 다있슈 철물농자재라는 상호처럼 ‘없는 물건 없이 다 있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국수자원공사는 놀랍게도 건설계통 공기업이다. 흔히들 생각할 수질 개선이나 하수 처리는 수자원공사의 부차적인 일에 불과하고 주된 업무는 바로 댐 건설과 보수 및 낡은 하수도 배관 교체 작업. 모두 건설에 속하는 업무들이다. 수자원공사 사업자등록증에도 ‘업태’ 항목에는 건설업이라 적혀 있다.
올해 나이 서른둘. 다있슈 철물농자재 조민우 대표는 공구상 창업 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약 8년간 근무했다. 공사에서 맡았던 업무는 말한 것처럼 배관 작업 위주. 2023년 11월 다있슈의 문을 열었고 여동생에게 운영을 맡겨 두다가 작년 8월, 회사를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철물자재점 운영을 시작했다.
“하던 일이니까 철물공구는 친숙했죠. 또 저희 집이 원래 건설업을 하는 집안이거든요. 건축에 필요한 빔(beam)도 직접 제작하고 컨테이너도 제작하고 갓슈(지붕재를 지지하는 구조물)도 만들고요. 지금도 아버지는 건설 일을 하고 계세요.”
다있슈 매장이 위치한 자리는 과거 집에서 하던 각종 건설재 제작 작업장 겸 창고 자리다.


다니던 공기업에서 조민우 대표가 맡아 일을 담당했던 지역이 예산 청양 근처였는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근방을 다니면서 느낀 건 철물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 자신에게 친숙한 철물공구점을 차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당시 회사 일에 지쳐 있던 상태였기도 했던 대표는, 공기업에 계속 근무했으면 하는 가족들을 설득해 다있슈를 차렸다.
창업 시 생각은 ‘집에서 하는 일도 그렇고 또 아는 건설업 하는 분들도 다들 공구나 철물이 필요할 텐데 그걸 우리가 납품하면 어떨까?’하는 것이었다. 마진은 덜 남기고. 처음엔 그런 생각에서 판매 제품은 철물과 공구 위주였다. 그러다 주변에 펼쳐진 농경지에서 농작하는 분들도 고객으로 삼고자 하는 생각에 농자재도 들여놓기 시작했다.
“철물 판매를 위주로 해도 일단 수익이 나야 하니까 농자재도 판매하는 거죠. 저희 매장 창업비용이 다른 집 반의반도 안 됐거든요. 갖춰둔 품목이 많지 않아 판매 수익금은 대부분 상품 구색 갖추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나 농자재 품목을요.”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그러다 보니 초기엔 판매가 건설자재 80 : 농자재 20 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역전돼 농자재 판매가 80정도를 차지하는 중이다.

건설이 불경기인 만큼 다있슈는 농자재 쪽으로 운영 방향을 돌렸다.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모르겠지만 흐름을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대표의 말이다. 또한 건자재 품목 가운데에는 와이어메쉬, 웨지핀 등 시간이 지나고 녹이 슬면 판매 불가능한 제품도 많다는 것 역시 방향 전환의 이유다.
그렇다고 농자재 판매는 쉽기만 할까? 천만의 말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매입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고 대표는 이야기한다. 유통회사가 몇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수소문해 거래를 터도 대개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 그냥 트럭에 싣고 인근 지역에 왔다가 시간 나면 들러서 제품을 가져다주는 식이다.
“실질적으로 농자재는 저희 같은 도·소매 업자들에게는 힘든 일 같아요. 전체적인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까 아예 제조업체에서 직접 판매하는 곳도 많아요. 대형 공구유통사에 농자재도 취급해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직까지는 생각 없다 하더라고요.”
다있슈 철물농자재 바로 옆에는 넓은 부지로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이 위치해 있다. 기술원 각 팀의 80%정도는 모두 다있슈와 거래 중이다.

농자재는 농번기에만 잘 팔리고 농한기에는 쉬엄쉬엄 할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봄부터 여름, 3월부터 8월까지는 각종 적과가위류와 파종을 위한 농자재들이 많이 팔리고 가을부터 초겨울, 9월부터 11월 초까지는 조경가위나 열매를 따기 위한 고지가위류, 과일 수확기가 잘 팔린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농업기술원이나 인근 관공서로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있슈는 농자재 외에도 농기계 수리를 위한 각종 수공구류와 용접자재들 역시 주된 판매 품목이다. 농기계를 사용하는 이들은 직접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한 근처 농기계 수리센터에서도 많이들 구입해 간다. 그와 함께 농기계 청소를 위한 에어건 등의 제품들도 잘나간다. 에어건을 구입해 가는 분들은 한 번 구입할 때 대여섯 개씩 구입해 간다고 조민우 대표는 말한다.
본격적으로 매장 운영을 시작한지 이제 1년. 운영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회사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는 말에 대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무엇보다도 쉬는 날이 적은 것이 힘들다고. 매장 오픈 전에는 아무래도 자영업이다 보니 회사보다는 자유도가 높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다있슈가 쉬는 날은 1년에 설추석 명절 당일 단 이틀. 그것도 오전에만 문을 닫는다. 따지고 보면 연중무휴에 일찍 열고 늦게 닫고. 정말이지 철물점 운영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요일엔 문 닫으려 했는데 찾는 분들이 다 동네 분들이에요. 집도 바로 매장 옆이니까 매장을 안 열 수 없죠. 이 근처에서 일요일까지 영업하는 집은 저희밖에 없어요.”
대표의 그런 노력 덕분인지 매출은 지속 성장 중이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지 1년. 매출액은 2배가 됐다. 매장 운영 활성화를 위한 대표의 많은 시도 덕분이다. 농가에도 달라진 점이 있다. 스마트팜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팜에 필요한 공구 및 제품들도 들여놓고 판매 중이다. 스프링클러나 관수자재 쪽 제품들이 많고 온실에 필요한 투명 플라스틱 판 종류도 있다.

과거 수자원공사에서 배관 위주로 일을 하던 조민우 대표는 배관 자재 재고가 없을 때는 괜히 모를 압박감이 든다. 앞으로 배관자재부터 농수 관련 자재를 전문적으로 갖춰 두고 판매하는 것이 대표의 운영 목표다. 매장 앞에 부지를 좀 더 마련해 건자재류 보관 창고도 마련할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매장 운영 초기인 만큼 부족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다있슈 철물농자재 조민우 대표. 특히나 매장에 갖춰두고 있는 제품의 품목 수가 다채롭지 못한 점이 고객들에게 죄송스러운 점이라고. 정말 상호처럼 ‘없는 물건 없이 다 있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대표는 말한다.
“요즘도 ‘다 있다더니 왜 없어?’ 하는 고객분들이 계세요. 농담처럼 던지는 진담이죠. 그런 말 나오지 않도록 웬만한 건 다 있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 제 최종 목표입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