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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충북 청주 철물생활

 

24시 무인 철물·생활용품점
내 집 앞의 다이소

 

충북 청주 철물생활 이정혁 대표

 

철물생활 이정혁 대표는 세상에 없던 무인매장을 만들려 한다. 철물생활은 그 꿈의 결과물이자 진행형이다.

 

24시 무인철물점 철물생활


충청북도 청주시 북부에 위치한 청원구. 이곳 청원구의 주성중학교와 신흥고등학교 그리고 여러 아파트단지들이 감싸 안고 있는 상가지구 한켠에 그야말로 ‘감성 터지는’ 분위기의 매장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소품샵 같기도 하고 또 저렇게 보면 문구점 같기도 한 아웃테리어의 매장. 바로 철물생활이다.
철물생활은 ‘24시 무인철물점’을 표방하는 매장이다. 철물과 함께 각종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무인 매장. 그래서 가게 이름이 ‘철물생활’이다. 올해 초 철물생활의 문을 연, 올해 나이 35세 이정혁 대표는 사실 철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전국 30여 개의 매장을 갖춘 쌀국수 프랜차이즈 월미당 대표가 그의 본 직업이다.


“월미당을 하면서 제2브랜드를 고민하다 나온 답이 철물생활입니다. 요식업 프랜차이즈는 아무래도 여러 고충과 애로사항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럼 무인 매장을 해 보자’라는 생각에서 철물생활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슬로건은 ‘내 집 앞의 다이소’


주위를 둘러보면 언젠가부터 생활반경 곳곳에서 무인점포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인아이스크림가게는 기본이고 무인 라면가게며 밀키트, 달걀 매장, 무인 사진관 또 요즘에는 유아동복 매장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그런 매장들을 보며 이정혁 대표는 무인철물점을 떠올렸다.
앞서 말했다시피 철물생활의 위치는 아파트단지와 중고등학교 인근, 주거인구가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대표는 본인만 해도 심심치 않게 나사 필요한 일, 실리콘 쏠 일, 망치질할 일이 많은데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평소 생각하던 무인매장의 답답한 점, ‘여러 가지 상품을 종합해 팔면 더 큰 카테고리를 가져갈 수 있는데 왜 한정된 품목판 판매할까?’가 더해져 철물생활 오픈으로 이어졌다.


“아이스크림이나 달걀, 아동복은 소비 계층이 한정적이에요. 품목을 늘리면 판매 계층이 넓어지겠구나 했어요. 저희 슬로건은 ‘내 집 앞의 다이소’거든요. 다이소처럼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매장. 거기에 철물을 접목시킨 브랜드를 만든 게 철물생활입니다.”

 

각종 과자류와 아이스크림도 판매 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안하는 함을 두어 무인매장의 애로점을 개선하려 한다.

 

철물이면 철물 학용품이면 학용품


철물생활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정말 다양하다. 소분된 볼트너트 플라이어 드릴비트 톱이며 삽 등의 철물은 물론이고 샴푸며 주방세제 페브리즈 등의 생활용품. 식판 주걱 락앤락 프라이팬 등의 주방용품. 그리고 볼펜 샤프 매직 물감 풀과 가위 등 문구류와 게다가 눈썹집게며 앞머리 구르프(앞머리 마는 도구) 등의 미용용품에 각종 장난감 그리고 과자와 아이스크림까지. 정말이지 작은 다이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니, 규모만 좀 작을 뿐이지 어쩌면 벌써 다이소의 개념을 넘어선 느낌도 든다.
오픈 초기에는 판매 품목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고 이정혁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매일 나오는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잘 나가는 품목들 위주로 판매 제품을 다양화했다.


“제일 많이 판매되는 품목은 각종 소공구들이에요. 소분된 볼트나 나사 와셔 같은 것들. 그리고 위치가 학교 근처 학원가다 보니까 어린 학생들이 많이 찾아요. 문구류나 여학생들을 위한 꾸밈용품들도 많이 팔리고요. 그래서 그 쪽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철물점이라는 공간은 일반인들 특히나 나이 어린 학생들은 접근하기에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이 공구 그리고 문구류라니.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잡은 셈이다.

 

 

다이소와 편의점, 그 사이 어딘가


‘감성 터지는’ 아웃테리어라고 말했던 것처럼 철물생활 매장은 초등학생이라도 아무런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간판에 적힌 이름만 빼면 이 매장을 철물 매장이라 생각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표는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일반 사람들에게 친숙한 초록과 하양 그리고 빨강으로 매장의 상징 컬러를 결정했다. 그 덕분인지 매장을 찾는 이들은 정말로 다양하다. 
철물생활 오픈 전 대표가 벤치마킹했던 업체는 다이소 말고 또 한 곳이 있다. 프랜차이즈 문구점인 그 곳은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부모들은 정말 싫어한다고 대표는 말한다. 온갖 잡동사니와 불량식품이 즐비한 매장에 아이들이 들어가 충동구매를 하기 때문이라고. 이 매장을 보며 대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아빠들까지 모두 함께 들어와 ‘충동구매’할 수 있는 다이소같은 매장이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철물생활 오픈의 시초가 되었다.


“저희 철물생활은 보통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다이소의 번거로움은 없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편의점처럼 가까이 있지만 비싸지 않은, 말하자면 다이소와 편의점의 중간 틈새를 파고든 매장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정도면 해볼 만 하겠다, 생각했던 거죠.”

 

 

세상에 없던 무인매장을 꿈꾼다


무인매장 운영에 무엇보다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다양한 품목이라 말하는 이정혁 대표. 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은 그 다음 문제라 한다. 도난에 따른 손실금액은 유인매장에서 지출되는 인건비와 같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올해 초, 처음 철물생활 오픈 시기엔 하루 매출이 3~4만원에 불과했던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일 매출액 30만원 정도에 마진율은 45%정도라 한다. 이 정도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들도 퇴사 없이 부업으로 하기엔 나쁘지 않을 거라고 대표는 말한다. 이정혁 대표는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월 판매액을 달성한 후에는 철물생활의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철물생활 웹페이지 제작은 진행 중이다.
이정혁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이것이다.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 이미 흘러가고 있는 세상 물살의 흐름을 바꾸는 것.


“물살에 올라타기만 해서는 인생은 계속 똑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싫었어요. 물살을 한 번 바꿔 보자, 무인매장은 이미 있지만 획기적으로 바꿔 보자는 거죠. 제 최종 목표는 지금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철물생활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살 자체를 바꿔 보려고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