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강원 원주 태광안전철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태광안전철물 염광태 대표는 과거 MMA(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 프로모터라는 독특한 경력을 가진 이색적인 공구인이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고향에서 각종 공구 및 건설자재를 유통하는 그는 ‘머리 숙이지 않는 영업’, ‘단가 싸움 반대’라는 원칙을 지키며 자신만의 공구유통업을 하고 있다.
염광태 대표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그는 10대 시절 육상과 역도선수로 활약했다. 복싱 국가대표였던 친형 덕분에 복싱도 배울 수 있었다고. 그런 그에게 운동은 삶의 일부였고 그의 주변은 언제나 운동선수들이 있었다. 2010년, 염광태 대표는 선수들을 이끌고 일본 MMA 격투기 원정에 나섰다. 당시 국내 격투기 무대는 침체기에 있었지만 일본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활동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의 종합 격투기 단체 ‘프라이드’가 점점 무너지고 그 시장을 미국 ‘UFC’가 흡수하던 시기였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크고 작은 격투기 무대는 일본이 많아요. 저는 프로모터로서 국내외 선수들의 해외 원정 경기 출전 및 매치 주선에 노력했죠. 당시 아시아 최고 단체였던 로드FC에서 고위직으로 창립 시기부터 10여년 일을 했어요. 당시 개그콘서트 ‘헬스보이’ 코너로 유명한 개그맨 이승윤씨의 격투기 데뷔전을 주선하기도 했어요. 일본과 중국, 마카오 등 해외 곳곳을 누비며 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주선했습니다. 그렇게 30대는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에서 부대표 및 고위 임원으로 활동하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가족과 고향, 부모님을 우선시하고 싶어졌어요.”
사람들이 환호하는 격투기 무대에는 화려하다.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커리어를 만들어내는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을 챙기는 시간은 확보하기 어려웠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종합격투기 무대를 뒤로하고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고향 강원도 원주로 돌아온다.
“공구유통업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죠. 로드FC를 그만두니 건설 관련 노동조합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 오더라고요. 일반적인 환경 단체 정도인줄 알고 활동을 시작했던 그곳에서도 고위직으로 한 2년 동안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의 구조와 문제점을 배웠어요. 이제 건설현장은 인건비는 떼어먹지 않아요. 그런데 자재비 떼먹기, 불법 하도급 같은 관행을 목격했어요. 건설현장의 생리를 알게 되니 고향에서 건설현장 안전용품 납품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쌓은 자산과 인맥을 투자해 이곳 원주에서 태광안전철물을 세웠죠. 저는 을이 되어 머리 숙이는 영업은 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가격과 신뢰로 정면 승부하고 있죠. 거래처와 신용 지키니 몇 년 만에 쭉쭉 성장하더라고요.”
2022년 2월 12일 그는 ‘태광안전철물’을 창업한다. 처음에는 안전모, 안전화 등 안전용품 전문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거래처의 요구에 따라 건설자재 및 각종 공구 전반으로 품목을 확장했다. 주요 고객은 찾아오는 소매 손님과 함께 강원도 원주 및 인근 지역 건설 현장이다. 건설 현장에 각종 공구 및 건설자재를 납품 하면서 불공정 거래에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저는 사급, 관급 공사에서 법정관리 업체 또는 상습적인 체불 업체의 대금 지불 부분에서 단호하게 행동해요. 고의적인 체불 발생시 현장은 물론 발주처를 직접가서 약속을 받아내거나 대금을 받아옵니다. 생각해보세요. 지역사회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는 제가 낸 세금으로 발주한 공사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공구상이 납품한 물건의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지역민과 지역 경제가 피해를 입는 것과 같죠. 그래서 반드시 책임자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지급 일정을 확정짓습니다. 특히나 대형 건설 기업이 전체 공사 금액에 적은 부분으로 차지하는 자재 값을 제때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동시에 지역 업체 사이 단가 경쟁을 시키며 시장을 무너트리는 불공정한 거래를 바로 잡는 것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염광태 대표의 영업 철학은 단호하다. 머리 숙이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며 존중하되 불합리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 그는 건설업 납품현장에서 많은 공구인들이 스스로 ‘을’이 되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말 한다. 경기가 어렵다고 납품 단가를 낮추는 것은 스스로의 살을 깎아 먹는 행위라고. 그의 이 같은 태도와 생각은 건설노동조합 활동 시절 배운 권리 의식과 격투기 무대에서 체득한 승부 근성에서 비롯되었다.
“경기가 어렵다고 무조건 단가를 낮추면 결국 납품하는 제품 품질이 떨어지고 신뢰가 무너집니다. 지역내에서 공구상들이 납품 가격 경쟁을 하면 결국 자멸하고요. 원주에서 저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하는 곳은 몇 곳 안되더군요. 그래도 저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지역과 사회를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죠. 함께 거래를 하면서 같이 성장해나가야죠.”
최근 종합격투기는 세계적인 인기에 힘 입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일본에서 개최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정식종목 중 하나로 확정된 것. 격렬한 스포츠인 종합격투기가 메인 종합스포츠 대회인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 되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염광태 대표는 지난 6월 대한MMA연맹(회장 오준혁)의 부회장으로 인준 되었다. 공구상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종합격투기 업계를 위한 활동이 예상된다.
“현재 종합격투기 업계는 대한체육회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 로드FC나 블랙컴뱃 같은 프로단체들이 연맹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공구유통업계나 종합격투기나 결국 공정한 구조와 지속 가능한 투명한 운영으로 업계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저는 태광안전철물을 강원도 원주 지역의 대표 업체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또 동시에 대한체육회 무대에서 격투기 종목이 더 크게 자리 잡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도 일도 종합격투기도 모두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