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남 김해 철물점사람들
한가로운 김해시의 길가에서 간판 하나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다. ‘철물점 사람들’이라 적힌 간판. 이 간판에는 철물점이라는, 어쩌면 차가운 이미지의 공간에 사람 사이 온기를 더하고 싶었던 이외섭 대표의 진심이 담겨 있다.
따듯한 봄날, ‘철물점사람들’이라는 업체명을 본 순간,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졌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대표님과 약속을 잡고 경상남도 김해시 어방동으로 찾아갔다. 취재 후 느낀 바를 앞서 말하자면 ‘참 잘 찾아갔던 공구상이다’라는 느낌이랄까.
철물점사람들 이외섭 대표는 김해 토박이다. 철물점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많은 일을 했었고 2006년 무렵, 철물점을 운영하던 나이든 부친의 뒤를 이어 아내와 함께 철물점을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지 올해로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원래 자리는 여기 근처 건물이었어요. 세 들어 장사하다 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근방에 건물을 구입해 장사하고 있어요.”
부친이 운영하던 매장의 이름은 ‘동화전기철물’. 하지만 이외섭 대표는 매장을 물려받으며 과감히 이름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철물점 사람들’이라는, 공구상이나 철물점 가운데서는 독특한 이름은 주변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새 가게문을 열기 전, 이외섭 대표는 동네 지인들에게 가게 이름을 공모했다. 공모 과정은 이렇다. 우선 사람들에게 ‘철물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다. 다들 하나같이 칙칙한 분위기에 퉁명스러운 대표를 이야기했고 이외섭 대표는 곧장 업체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철물점을 ‘불편한 공간’이 아닌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공간’ 느낌을 줄 수 있는 업체명으로.
“철물점이니까 마트처럼 밝은 분위기는 어렵더라도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어요. 여러 후보들 중 ‘철물점 사람들’이라는 제일 마음에 와 닿았죠.” 실제로 ‘철물마트’, ‘철찾사(철물점을 찾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이름들이 나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사람 냄새 나는 이름으로 이 대표는 지금의 상호를 선택했다.
철물점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20년 가까이 장사해 온 지금, 이름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안 잊어버려요. 간단하고 또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전화하면서도 ‘나 여기 철물점왔어’하면 다들 철물점사람들로 알아들어요.”
철물점사람들은 단순한 공구 판매 공간이 아니다. 대표의 삶의 철학, 일의 철학이 배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장에 들어온 손님이 대표를 봤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표 역시도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한다. 대화를 나눈 대표의 인상부터도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 느낌이 팍팍 느껴진다.
업체명처럼 특별한 점이 또 한 가지 있다면 칼 같은 운영시간을 들겠다. 철물점사람들의 운영 시간은 오전 7:30부터 오후 6:30까지. 매일 오후 여섯시 반이 가까워져 오면 전등은 하나씩 소등된다.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이면 문 닫는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운영종료 시간에 손님을 한 명 받으면 그 뒤로 계속해 손님이 들어온다는 이유에서다.
“요즘에는 일찍 열고 일찍 닫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무리할 필요 없잖아요. 집과 가게가 구분이 없던 예전엔 새벽 4시에도 문 두드리는 손님이 있었죠. 지금은 그럴 필요 없잖아요.”
칼 같은 운영에도 이외섭 대표 내외의 마음씨는 업체명처럼 포근하다. 철물점사람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온기 나눔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지역 독거노인 집수리 행사, 미혼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를 위해 매장 오픈 초부터 지금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분들 가운데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좋은 일인 것 같아서 꾸준히 동참하고 있어요.”
철물점사람들이 꾸준히 기부해온 곳 중 지리산고등학교라는 학교가 있다. 경남 산청에 있는 이 학교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고 인성이 좋은 학생들을 위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안학교다. 그런 학교가 있다는 것을 듣게 된 대표와 아내 부부는 곧장 기부를 시작했다.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미혼모 가정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예요. 학생 수는 적지만 서울대도 많이 가요. 공부 잘하는 애들이 형편 때문에 기회를 못 얻는 게 안타깝잖아요. 그런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철물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 이외섭 대표. 그의 공구는 단순히 삶을 고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처럼 느껴진다. 봄날의 따뜻한 햇살처럼, ‘철물점 사람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김해의 작은 거리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