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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우리나라 최고를 꿈꾼다




우리나라 최고를 꿈꾼다

경북 영천 그린종합상사 원희태 대표



경북 영천시 오수동 대교로를 달리다 보면 큼직한 2층 건물의 공구상사가 눈에 띈다. 인적이 드물어 보이지만 아침부터 매장 안은 끊임없이 드나드는 손님과 거래처 관계자, 납품 준비 중인 직원들로 북적거린다. 개업 3년 반 만에 영천 대표 공구상사로 자리 잡은 그린종합상사. 몽키, 펜치밖에 모르던 원희태(47) 대표가 짧은 기간에 규모있는 기업체 납품 상사를 일구기까지 과정을 들어봤다.



20년 자동차 영업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


원희태 대표의 공구업계 경력은 겨우 3년 반. 하지만 신출내기 이미지는 전혀 없다. 20년 자동차 영업이라는 특이한 경력 덕분인지 처음 만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영업사원으로 10년, 이후 대리점으로 10년을 했으니 영업만 20년이에요. 펜치, 몽키 밖에 모르면서 공구상을 하고 있으니 주위 도움 없이는 이렇게 자리 잡기 힘들었죠.”
20년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지만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자동차 대리점 영업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었어요. 직원 월급, 세금, 운영비 등 제외하면 순수익은 크지 않아요. 게다가 기아자동차가 현대로 인수되면서 영업 인센티브가 축소돼 생계에 위기감마저 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고민하며 여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우연히 흘러들은 대화가 힌트가 됐다. 당시 영업차 들렀던 자동차 관련 제조사에서 공구부품 확보가 안 돼 기계가 멈춰버린 것이다.
“한 직원이 급한 일이라고 결제를 받으러 왔는데, 가까운 영천 업체에 주문하면 속도는 빠르지만 비싸고, 타 지역에 주문하면 싼 대신 시간이 걸린다는 거예요.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타 지역보다 같거나 낮은 단가로 우리 지역에 공구를 납품한다면 최상의 사업이 되지 않을까. 바로 이거다.’ 확신이 들었죠.”


갖가지 시행착오 끝에 공구업계 알아가

사업 아이템은 정했지만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운영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일단 3년 정도 준비기간을 갖기로 하고 전국의 공구상을 다니며 연구를 거듭했다. 생각만큼 아니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았다.
“수박 겉핥기였죠. 어떻게 창업하는지,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볼 곳도 없고 알려주는 곳도 없고...”
원 대표의 사업 구상을 듣고 동생 원춘희(44) 씨가 발 벗고 나섰다. 그 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인의 공구상에서 일 년 동안 일하며 기초적인 업무를 배우며 힘을 키웠다. 주부로만 살았던 아내 하순옥(44) 씨도 남편의 도전에 기꺼이 함께 했다. 이제는 남편보다 공구에 대해 더 아는 것이 많단다. 그러나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첫 1년이 너무나 힘들었어요. 구색도 없고, 주문은 받았는데 물건은 없고. 그렇게 6개월쯤 보내면서 전부 엎어버릴까 매우 고민했죠.”
이럴 때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종갓집에 시집와 오형제 맏며느리로 열 그릇 넘는 제사와 시부모 공양 마다하지 않았던 아내. 3대가 함께 사는 집안일에, 남편의 바깥일까지 돕는 아내를 생각하며 원 대표는 지금까지 인맥을 총동원해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돌아다녔다.
“일단 업체에서 납품을 받습니다. 뭘 납품해 달라는 건지도 모르고 일단 받는 거예요. 한번은 철근카타를 주문 받았는데 정확히 뭔지 몰라서 다른 집에 사러 갔죠. 근데 물건을 받고 보니 ‘어! 이거 우리집에 있는 건데!’ 스스로참 한심했던 일도 많죠.”
특정 공구를 부르는 말이 다양해서 실수할 때도 많았다.
“한날은 아내가 노기스를 주문 받았는데,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우리집에 버니어캘리퍼스는 있는데 노기스는 없다고. 그래서 저도 같이 우왕좌왕했죠. 사실은 같은 물건이었는데.”
매장에 있는 물건을 몰라서 또 사오기도 하고, 비싸게 사서 싸게 납품하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하나 둘 업계를 익혀갔다.
빨리 자리 잡는 데는 그동안 자동차 영업으로 쌓아온 인맥도 크게 작용했다. 기아.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도움과 지역의 중소 제조사와의 직거래 등을 트며 매입, 매출 루트를 넓혀갈 수 있었다.



전 품목 전산화와 정찰제


원 대표는 업무 효율을 위해 처음부터 모든 품목을 전산화했다. 형제간에 사이좋기로 유명한데 이 문제를 두고는 상무로 활약 중인 동생과 다투기도 했다. 동생은 전품목에 바코드를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일부 품목은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원 대표는 그 많은 제품을 다 다루려면 까다롭더라도 반드시 이 작업이 필요하다고 밀어붙였다.
“앞으로 취급 품목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전산화하기 힘든 품목도 있어요. 평면이 없는 벨트나 길이 단위로 끊어 파는 호스 등은 일일이 수작업을 병행해서 전산관리를 하죠.”
덕분에 앞으로 가지 수가 늘어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핸드 포스기 하나로 품목과 가격 관리가 가능하다. 게다가 모두 정찰제다. 가격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대량 구매와 현금 구매를 전제로 한 공장직거래 등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 기본적으로 대형유통사와 거래하지만 어떤 품목은 더 저렴하게 사오기도 한다. 매출의 70~80%는 기업체 소모자재고 나머지 20~30%는 개인 소매다. 도심에서 멀지만 제일 싸니까 올 수밖에 없다는 게 고객의 말이다. 하지만 단가가 싸다고 무턱대고 거래하지는 않는다.
“직거래를 하려면 제조사 파악이 우선입니다. 이 업체가 지속적으로 물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물가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고정단가로 납품할 수 있는지 등의 사항을 꼼꼼히 파악하고 거래를 터야 해요.”
장기재고 관리에도 아이디어를 냈다.
“가지 수가 많다보니 자주 팔리지 않는 물건은 막상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런 물건은 매장 구역을 A~G까지 나누어 대략적인 위치를 설정해 두고, 위치를 바탕으로 전산화 해 둡니다. 그러면 나중에 손님이 찾을 때도 쉽게 골라낼 수 있죠.”
창고나 외부 구역에 물건을 저장할 때도 먼저 적재 위치를 선정한다.


친절, 청결이 가장 중요

원 대표가 강조하는 매장 관리 1순위는 청결과 친절이다.
“여러 공구상을 다니면서 불친절한 경우도 많이 봤고, 오래된 매장일수록 정리정돈이 미흡해집니다. 매장에 들어왔을 때 깨끗하고 친절해야 물건 살 마음이 생기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린종합상사는 마감 후 매일 저녁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한다. 빈자리가 생긴 품목은 그날 바로바로 제품을 채워 들쑥날쑥하지 않게 정돈한다.
상품 진열도 원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포인트 중 하나다. 소비자 눈에 안띄는 물건은 안 팔리게 마련. 그래서 건물 한쪽에 진열 전용 공간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원스톱 쇼핑이 핵심이 될 겁니다. 소비자들은 한 곳에서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원하니까요. 그러려면 앞으로 좀 더 규모와 제품을 늘릴 필요가 있어요.”
현재 약 4만 품목을 다루고 있지만 아직도 구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웃한 가게가 많으면 경쟁이 치열한 반면 서로가 부족한 구색을 곧바로 도와줄 수 있는 장점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지역은 특성상 부족한 구색을 타 매장과 보완할 수 있는 체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구색이 필요해요.”
수익의 대부분은 구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업 대량 납품이면 수익이 클 거 같지만 수금이 안 돼 부채가 될 때도 있다. 외상이 가장 큰 문제다. 기업에 따라 몇 개월에 걸치는 전자 어음도 많다. 이 또한 원 대표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고 공구상사 되겠다

그린종합상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 대표의 긍정 마인드에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게 원 대표의 경영 이념이다.
“제 외모가 첫 만남으로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편입니다. 남들은 한번 가면 되는 데 저는 다섯 번을 가야 신뢰를 얻습니다. 그걸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더 긍정적으로 살아왔어요. 덕분에 자동차 영업시절 판매왕도 여러 번 했죠.”
원 대표는 이런 긍정 마인드로 앞으로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공구상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직원들에게도 이 직장을 점방이 아닌 기업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나아갈 겁니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뭐든지 다 구한다’라는 구호대로 늘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그린종합상사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