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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기 부천 에이비툴

 

경기 부천 에이비툴 김경보 대표

 

그는 어떻게 17평 작은 공구상을 목수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었나?

 

공구상 경력 전혀 없이 40대 나이에 공구상을 차려 지금은 전국 목수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에이비툴. 넓지 않은 공구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에이비툴 김경보 대표의 비법을 귀 쫑긋 세우고 들어보자.

 

 

반도체회사 영업사원 출신 대표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4차선 도로변에는 앞에 주차장도 없는, 넉넉잡아 동네 비디오 대여점 면적 정도 되어보이는 공구상이 조심스레 자리잡고 있다.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노란색 간판에도 디월트 로고와 전동공구만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 가게 이름이 뭔지도 쉽사리 파악이 어렵다. 의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게의 전면을 출입문 제외하고는 전부 나무로 가려두어 장사를 하는 건지 어쩐지도 매장 밖에서는 판단 불가.
이처럼 심상찮은 공구상 에이비툴 김경보 대표의 전 경력 역시도 범상치 않다. 유명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다 30대 시절 독립해 반도체 무역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다 사업이 힘들어져 MRO소모품 납품으로 사업 방향을 돌렸고 판매 제품의 영역을 조정하다 현재의 공구상, 에이비툴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목수들의 사랑방이 된 에이비툴 운영비법은 무엇일까?

 

17평 작은 공구상 에이비툴

 

비법1 타겟 마케팅과 SNS활용


처음 공구상의 모습을 갖추어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임팩드릴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운영하던 중 가게 손님 가운데 인테리어 목수들이 자주 찾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방향은 이쪽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테리어 목수들을 대상으로 삼아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타겟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로는 매장 면적이 좁다는 점도 컸다. 대형 매장처럼 온갖 종류의 공구들을 들여놓기엔 공간도 부족하고 가격 경쟁에서도 승산이 없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타겟 마케팅을 위해 우선 SNS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ab.tool). 그러고는 매일매일 꼬박꼬박 게시물 업로드를 시작했다. 판매된 제품에 대한 이야기, 신제품에 관한 사진과 이야기, 해외 공구 제품을 들여놓은 공구 이야기 등. 목수들이 궁금해 할 공구 관련 이야기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구 정보 등이 꾸준히 올라오는 에이비툴의 인스타를 목수들은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수들의 사랑방이자 핫 플레이스, 에이비툴의 모습이 갖춰져 갔다.

 

 

비법2 내가 잘하는 것을 부각시켜라


목수들 사이 인스타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에이비툴 인스타 팔로워 수는 무려 5,700명을 넘는다. 팔로워 대부분은 목공 일을 하고 있거나 목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또는 공구상 대표들. 입소문이 난 이유는 다름 아닌, 대표가 하고 있는 판매 방식이 목수들 사이에서 돋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들여놓고 판매하는 제품들. 

 


여타의 공구상이라면 일반적으로 판매가 많이 되는 중저가 가격대의 공구들을 많이 진열하고 판매할 것이다. 하지만 에이비툴은 가격이 높은 ‘한 단계 위의 제품’들을 들여놓고 판매한다. 줄자 역시 고급 라인의 줄자들을 여럿 진열해 둔다. 고품질 공구를 찾는 목수들을 위해서다. 게다가 힘 좋은 제품을 찾는 목수를 위해 마끼다 40V제품도 여러 품목을 판매하며 ‘이런 공구도 판매한다’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또한 판매할 브랜드를 정했다면 많은 품목의 제품을 걸어 둔다. 그만큼 ‘전문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크니펙스 제품의 경우 대형 매장에 걸린 품목 수보다 더 많은 품목이 진열되어 있을 거라고 김경보 대표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항들 역시 대형 매장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어쩌면 지금의 에이비툴이 만들어진 데에는 좁은 매장 면적이 한 몫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법3 손님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라


말한 것처럼 에이비툴의 면적은 17평. 매대를 배치해도 부족할 매장의 중앙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목수 손님이 에이비툴을 위해 만들어 준 테이블이다. 테이블 옆 의자 역시 마찬가지로 단골 목수가 만들어 줬다. 
테이블은 고객과의 상담을 위해서 사용된다. 또한 목수들이 일이 없는 날이나 혹은 일이 일찍 끝나 시간이 남았을 때 그저 놀러 와 앉아 쉬고 가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물건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앉아서 휴대폰으로 잡무를 처리하거나 다른 목수가 방문하면 함께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에이비툴에는 이를 위한 커피 그라인더마저도 갖춰져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랑방’과도 같은 역할을 바로 이 테이블이 수행한다.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 외에 이 사랑방 역할 역시도 목수들 사이, 에이비툴의 존재 이유다.
김경보 대표는 공구상 운영 외에 목공 관련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단체카톡방으로 마련된 커뮤니티에서는 50여 명 가량의 목수들, 공구상 대표들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눈다. 멤버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이루어진다. 이 역시도 에이비툴 중심이다. 매장 근처 식당에서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선 공구 얘기며 현장 얘기 등 온갖 이야기가 나온다. 그처럼 에이비툴은 그저 공구상이 아닌, 이미 하나의 ‘목수 커뮤니티’로서 자리매김한 상태다.

 

우측 하단의 테이블이 바로 ‘사랑방’ 테이블

 

비법4 진정성 있는 매장 관리·손님 관리


에이비툴의 성공적인 매장 운영 비법을 통틀어 한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진정성 있는 매장 관리와 손님 관리’라 할 수 있겠다. 공구상 장사를 그저 돈을 벌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진정성을 갖춘 시각으로 더 넓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김경보 대표의 에이비툴이 목수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주된 이유다. 

 


대표는 자신처럼 공구 또는 공구상에 대한 아무런 배경이나 지식 없이 매장을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무조건 견학부터 다니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자신만의 공구상 운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내가 잘하는 걸 알고 내세워야지 남이 잘하는 걸 따라가 봐야 한참 앞서 있는 그 집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대표는 말한다. 그와 함께 공구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력)’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공구상을 운영하며 배웠던 것들을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매장을 더 키우거나 온라인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는 대표. 무엇보다 에이비툴이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50대 사장과 함께 에이비툴이 우아하게 나이들어 갈 방법이 무엇인지를 김경보 대표는 오늘도 연구 중이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