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서울 하나철물공구
오골계를 보고 첫눈에 반해 두 마리 백봉오골계를 가게에서 키우고 있는 하나철물공구 전찬수 대표.
벌써 5년째 반려계 큰 찬수, 작은 찬수와 함께하는 대표는 TV 방송에도 출연해 동네 스타가 됐다.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6차선 도로 양 옆으로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번화가 어딘가로부터 ‘꼭꼬꼬꼬…’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쩐지 도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닭울음 소리. 이 소리의 발원지는 바로 공구상 하나철물공구다.
하나철물에는 흰 깃털에 까만 얼굴과 부리, 다리를 가진 백봉오골계(실키오골계) 큰 찬수와 작은 찬수가 살고 있다. 이름은 그렇지만 두 마리 다 암컷이다. 하나철물공구 전찬수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따 붙여 준 이름에서부터 두 닭을 소중히 여기는 대표의 마음이 느껴진다.
“얘들이 얼마나 예뻐요. 예전 있던 직원이 집에서 오골계를 키웠는데 알을 깨고 나왔다고 병아리 사진을 보여주는걸 보니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한 마리 달라고 했죠.”
그렇게 오골계 큰 찬수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4년을 애지중지 키우다 아무래도 큰 찬수 혼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 멀리 군산에서 오골계를 키우던 조카에게 한 마리 갖다 달라 해서 온 것이 작은 찬수. 희한하게 작은 찬수도 큰 찬수와 똑같이 백봉오골계다.
하나철물공구 일대가 지금처럼 훤한 번화가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건축일을 하던 전찬수 대표는 나이가 들어 건축일 하기가 더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그 즈음부터 공구 판매 일을 시작했다. 올해 나이 일흔 셋인 대표는 자신의 천성이 본래부터 뭔가를 키우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말한다.
“우리 딸내미가 아빠는 여자래. 내가 아기자기하게 뭘 보살피고 키우는 걸 좋아하니까.”
사랑을 담아 오골계들을 키워 온 것도 그래서일까? 처음 작은 병아리로 큰 찬수를 만났을 때부터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고 한다.
“딴 것 없이 그냥 예쁘잖아요. 지금은 나이 들어서 많이 빠졌지만 새끼 때는 발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털이 복슬복슬해요. 오골계 새끼 봐봐요 얼마나 예쁜데. 영하 10도, 15도 되가지고 밖에 내놓으면 어미닭 품으로 쏙 들어가. 그런 거 보는 재미가 얼마나 있는데.”
뭔가를 키우는 걸 좋아하는 대표의 매장 앞마당에는 오골계 뿐 아니라 상추와 고추가 옹기종기 심긴 작은 화단들도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나 예쁜 큰 찬수와 작은 찬수는 동네 주민들에게는 진작부터 유명했다. 특히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하나철물공구 앞 작은 화단으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엄마아빠들이 여럿이다. 화단에 나가 벌레도 잡아먹고 일광욕도 즐기다 유모차가 오는 것을 보면 두 마리 오골계는 멀리 있다가도 쪼르륵 따라온다. 아이들이 가져다 주는 쌀알을 먹기 위해서다.
도심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닭, 그것도 새하얀 털의 오골계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신기한 존재일까? 동네 주민들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렇게 화제가 된 하나철물공구 오골계 이야기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팀에 포착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인기폭발! 동네 터줏대감 오골계 철물점 찬수’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갔다.
“방송 된 게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된 건 없는데 그래도 텔레비전에 나왔으니까 그거면 된 거지. 와서 물건 사가면서 ‘방송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러는 분도 계시고 또 멀리 조카들도 ‘작은아버지가 TV에 나왔네?’하고 전화도 오고 그러더라고요.”
TV출연 덕택에 큰 찬수와 작은 찬수, 그리고 전찬수 대표는 동네의 공식적인 스타가 되어버렸다.
대표는 매일 저녁시간이면 큰 찬수와 작은 찬수룰 자전거 핸들 위에 올려두고 동네 한 바퀴씩 산책하곤 한다. 닭들도 날아가거나 떨어지지 않은 채 핸들을 꼭 붙잡고 산책을 즐긴다. 산책의 보답은 달걀.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일 알을 낳는다. 무정란이긴 하지만 두 마리 다 암컷이라서 알도 두 개. 일반 달걀에 비해 영양 성분이 훨씬 더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는 백봉오골계 계란이다.
닭들도 주인을 알아보느냐는 질문에, 전 대표는 제까닥 알아본다고 대답했다. 저녁 무렵, 밖에서 놀고 있던 두 찬수에게 ‘그만 들어가자’라고 말하면 알아듣고는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느릿느릿 걸어온다고. 그래도 두 오골계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대표는 말한다.
올해로 공구장사를 시작한 지 7년째.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설 추석 명절 당일 말고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는 전찬수 대표. 찬수들을 키우고 난 이후부터는 장사는 하지 않더라도 명절 당일에도 매장에 나오고 있다고.
“우리 오골계 애들 밥 주고 똥 치워야 하니까 매일 나오죠. 내 성격이 그냥 여기 나와 있는 게 좋아. 아침 일찍 나아서 문 열고 사람 없으면 여기 누워서 자고 그러는 게 항상 기뻐. 지금 나이에 직원 둘이나 있고, 또 수리하는 사람 있고. 사는 게 별거 없어요.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 거죠.”
속 한 번 썩인 적 없이 잘 자란 아들 딸 자녀들 시집장가 보내고 난 지금, 어렸을 때 자녀들 키웠던 그런 마음으로 큰 찬수와 작은 찬수를 키우고 있다는 대표. 별다른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전찬수 대표의 ‘행복론(幸福論)’이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