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북 영덕 화신철재건재㈜
건축의 기초부터 마감까지 모든 자재를 갖추고 있어 영덕, 영양, 청송, 울진을 아우르는 지역 유명 건재상. 시원한 동해를 마주보며 휴양지처럼 평온한 마음이 들게 하는 화신철재건재에는 낭만이 있다.
경북 경주에서 강원 고성을 잇는 동해대로를 바로 앞에 둔 영덕 화신철재건재. 1,200평 부지에 3층 매장, 자재 창고, 주차공간을 갖춰 영양, 청송, 울진 등 인근 군 단위 지역을 커버할 정도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삼사해상산책로와 드넓은 동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션뷰 장점을 살린 통유리 창 인테리어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신철재건재 이원만 대표는 번화하지 않은 외곽 지역은 손님이 찾아올만한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이지만 도시의 카페 같이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을 지향하고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건재상 같지 않은 인테리어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장 앞 7번 국도는 동해를 따라 가는 메인도로라 차로 이동이 쉽고 화물차도 많이 다녀요. 이런 좋은 위치에 바다까지 보이면 매장이 더 가치 있어 보이잖아요. 다른 지역에서 구경하러 오는 공구상이나 고객 분들도 많으세요.”
화신철재건재는 철근, 내외장재, 판넬, 도어, 창호, 타일, 욕실 도기, 조명 등 기초부터 마감까지 건축을 위한 모든 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8명의 직원이 매장관리, 견적 및 서류, 배송, 온라인쇼핑몰 관리를 담당한다. 방문 고객 대다수는 건축업 종사자다. 7년 전부터는 공구를 취급하면서, 현재는 총매출의 10%를 전동공구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부피가 크고 무거워 옮기기 어려운 철근에 비해 공구는 작고 가벼워 진열과 판매가 편리했다. 이 대표는 품목 확대에 따라 사업이 성장했다며, 이 과정을 6단계로 설명했다.
“맨 처음에는 철재상으로 시작해 건축물 내외장재로 품목을 넓히면서 한 단계 도약을 했고요. 두 번째는 가설자재인 판넬 취급, 세 번째는 창호공장 운영, 네 번째는 디월트 대리점을 시작으로 공구판매에 뛰어들면서 성장해왔습니다. 다섯 번째는 온라인몰 개설, 여섯 번째는 직접 상품을 개발해 생산 유통까지 하면서 단계별로 오늘날까지 온 거예요. 작년 개발해 여름에 잘 팔리고 있는 상품은 ‘이지댐’이라는 국내산 수방자재인데요. 평상시엔 얇고 가볍지만 비가 많이 올 때 바닥에 펼쳐두면 물에 부풀어서 제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허품이에요. 앞으로도 제 브랜드로 아이디어 상품들을 제작해 판매해볼 예정입니다.”
화신철재건재는 전국적인 새마을운동으로 건축 붐이 일어나던 1973년, 이원만 대표의 부친인 이상락 창업주가 강구터미널 근처에서 건자재와 철재를 판매하며 시작됐다. 이원만 대표는 대학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광고업계에서 사회초년을 보냈지만, 2004년 아버지의 부름으로 가업을 이어받기로 결정한 뒤 20년간 꾸준히 사업을 키워왔다.
“제가 운영해온 20년간 20배 정도 성장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외상거래만 조심하면 이 사업은 망할 일이 없다’고 강조해오셨어요. 그 뜻에 따라 현금거래를 위주로 하고 소매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직접 영업을 뛰어 다니진 않았지만, 그 대신 우리 매장을 더 가꾸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구색, 단가, 규모에 많이 신경 쓰고 있죠. 예쁜 꽃에 벌이 모이듯,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가게로 꾸미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광고업 경력이 있어서인지 새로운 시도와 아이템 발굴에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바다가 보이는 건재상’을 콘셉트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매장을 알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온라인스토어를 오픈해 화신철재건재라는 이름 대신 ‘올바른 마음, 정직한 판매’를 슬로건으로 한 ‘올바른철물’이라는 감성적 상호를 내걸었다. 올바른철물에는 공구, 생활용품, DIY자재, 스포츠·레저용품, 업소용 가전 등 고객이 많이 찾고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위주로 업로드 하고 있다. 새 제품이 아닌 뜯어놓은 전시 상품이나 오래된 소량의 재고가 생겼을 때 파는 방법은 따로 있다. 이럴 때 그는 ‘당근마켓에 올리면 잘 팔린다’는 팁을 전했다.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화신철재건재도 지금까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과거 미처 생각지 못했던 회계 누락이 세무조사에서 발견된 적이 있었다. 오랜 기간 놓친 세금 오류를 모아보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금액이 부과됐다. 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 겨우 위기를 넘겼고, 이후 회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됐다. 작년에는 몸이 편찮으셨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경기 둔화가 겹치며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경영에 대한 마음가짐을 전환하는 기회로 삼았다.
“한 번의 꺾임이 심리적으로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저희는 매출이 늘기만 했지 줄어든 적이 없었어요. 매년 20% 성장을 하다 보니 ‘올해는 할 수 있을까? 내년에는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을 늘 안고 있었고, 규모가 커질수록 만족보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작년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걸 겪으니까 신기하게도 지난 20년간의 불안감이 싹 사라지고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거예요. 50년 장사할 건데 한번은 떨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올바른 경영을 하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일’과 ‘연애’, 이 두 가지를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둘 다를 잡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는 사업초기부터 다른 목표 없이 두 가지만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25년째 알콩달콩 함께하는 아내 박미란 사모와, 슬하의 첫째 딸, 막내아들은 그에게 소중한 보물이다.
“열심이라기보다는 그냥 쭉 해왔죠. 이 순간이 되니까 그래도 내가 시골에서 가게를 이정도 키웠고, 자식도 낳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뭐든 조금씩 꾸준히 하면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작은 것 하나 성공하면 그 경험으로 두 개를 할 수 있고, 두 개를 성공하면 그 경험으로 세 개를 할 수 있어요. 딸이 올해 대학에 합격했는데, 둘이 축하하면서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이제 대학생이 돼서 집을 떠난다니까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제가 ‘아빠랑 보낸 너의 20살까지의 삶이 어땠어?’물으니까 딸이 ‘되게 재밌었어’ 그래요. 그 한마디가 제겐 감동이었어요. 아빠로서 잘 살아왔구나, 인정받은 기분이잖아요. 이렇게 사업도 가정도 오늘처럼 잔잔한 행복을 느끼면서 오래도록 꾸려나가고 싶어요.”
글·사진 _ 장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