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남 김해 태화종합상사
김해 진례면 테크노밸리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태화종합상사는 올해로 7년차가 됐다.
김재기 대표는 삼십대 젊음의 패기로 시작해 공구를 몰라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한다.
태화종합상사는 김해테크노밸리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들어선 제조사들의 사옥 건설부터 완공 후 전자제품, 자동차 등 생산에 필요한 기자재까지 납품을 이어가며 성장해왔다. 공단 내 수요는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연매출은 해마다 전년대비 20% 상승 중이며, 올해도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연면적 240평, 2층 규모의 건물을 한 블럭 건너 짓고 확장 이전했다. 과거 한 제조기업에서 평범한 직원생활을 하던 김재기 대표는 산업단지 입주 시기에 공구상을 창업해 일찍이 이곳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회사에 필요한 자재를 사러 철물점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북적북적하고 공구 장사가 재밌어 보였어요. 회사원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까운 곳에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거예요. 공구에 대해 잘 몰랐지만 사업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겁 없이 시작했습니다. 아내, 아버지와 열심히 운영하며 기반을 다졌고, 전 직장에서 마음 잘 통했던 동료 두 명도 얼마 전부터 와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젊은 대표와 직원들이 합심해 즐겁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태화종합상사. 매장의 장점으로는 쾌적한 인테리어, 다양한 구색 및 진열, 친절함을 꼽을 수 있다.
1.쾌적한 인테리어
손님이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가게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태화종합상사는 매장이 시원하고 넓어 보이도록 층고를 1.5층 정도로 높였다. 천장에는 긴 LED 레일조명을 달아 모든 진열대를 밝히면서 매장 전체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와’ 하고 놀라면서 들어오시는 손님들이 많아요. 밝아야 제품에 눈길이 가고, 안사고 싶던 것도 사게 되지 않습니까. 매장 안에 등이 400개쯤 돼요. 조명 설치에만 2천만 원 가까이 투자했는데, 그 가치는 훨씬 큽니다. 조명이 돈 벌어 주는 거죠.”
더불어 매장 바닥과 선반에 놓인 물건들은 먼지가 없도록 자주 닦으며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향이 나는 디퓨저도 곳곳에 비치해 쾌적한 매장 분위기 조성에 신경 쓰고 있다.
2. 다양한 구색 및 진열
창업 당시 구색을 갖추기 위해 공구 1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큰돈이라고 생각했지만 공구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고객 응대할 재고는 턱없이 부족했다.
“처음엔 손님이 제품 10개를 찾으시면 드릴 수 있는 게 3~4개 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일단 오신 손님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급하니까 다른 공구상가로 뛰어다녔죠. 주변에 안 가본 매장이 없어요. 사업초기 매입처를 잘 몰라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부딪혀보면서 알아가는 게 사업성장에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마다 구색을 늘리다보니 지금까지도 매일 하나씩은 새로운 품목이 추가되고 있다. 이제는 문의가 오면 열에 아홉은 매장 내에서 해결 가능해졌다. 수많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 상품 바코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상품 진열은 입구부터 많이 찾는 품목 순으로 동선을 짰다. 제일 잘나가는 원터치 피팅공구를 맨 앞 열에, 수공구는 카운터 옆에, 생활용품, 안전용품은 뒤쪽으로 구성했다. 진열대 꼭대기에는 전동공구, 용접기자재, 전기자재 등 분류별로 대형 팻말을 부착해 찾기 쉽도록 했다.
“월간툴에서 본 것들을 많이 적용했어요. 공간 구성 뿐만 아니라 상품 구색, 고무벨트를 옷걸이 형태로 거는 법도 벤치마킹 해봤습니다.”
3.친절
태화종합상사는 ‘오시는 분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해드릴 것’을 강조한다. 다른 공구상들을 다니며 느꼈던 아쉬운점이 바로 친절이었다.
“친절한 매장도 많았지만 일부매장에선 인사조차 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바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매장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우리 전 직원 모두 아무리 바쁘더라도 오시는 손님들에게 항상 밝게 인사하고 대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친절이 손님을 데려온다고 하잖아요. 친절함은 기본이고, 정확하게 물건 찾아주고, 납기 무조건 맞춰주고, 구해달라는 건 다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손님이 제품용어나 사용방법을 모른다고 핀잔을 주면 상대방이 기분상하지 않게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모든 제품을 정확히는 다 알지는 못하지만 사장님께서 알려주시면 제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숙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좀 가르쳐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드리면 흔쾌히 손님들께서도 알려주시고 저희에게도 매번 공부할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손님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그는 늘 웃으며 고객을 대해서인지 매장 재방문율이 높다고 말했다.
“공구의 ‘공’자도 몰랐던 저희도 해냈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긍정맨이다. 삼십대 중반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공구상을 키워가는 게 그 무엇보다 재밌었다. 겁 없이 시도해보며 순간순간 닥쳐온 위기를 헤쳐 나갔다. 처음엔 매일 손님들이 찾는 물건마다 무엇인지 몰라 두통을 달고 살기도 했고, 매출은 늘어나는데 매입할 돈이 부족해 제2금융권 대출도 해보고. 부모님께 다시 손도 벌렸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가족들은 그에게 어려움을 뚫고 나갈 힘이 됐다. 육아를 병행하며 매장에서 일해 온 아내와, 특히 개업부터 매장 이전까지 물심양면 챙겨주신 아버지의 지원이 컸다.
“가족의 고생이 있었기 때문에 기반을 다질 수 있었어요. 아버지도 처음엔 저처럼 공구를 잘 모르셨어요. 사업 한다고 했을 땐 저를 믿어주시고 공구 매입도 다 도와주셨고요. 일흔 가까운 연세에도 작년까지 직접 홍보물 들고 다니면서 납품 하셨어요. 굵직한 거래처들은 거의 다 아버지께서 영업하신 거예요. 올해부터는 쉬면서 인생을 즐기고 계신데, 열심히 해 오신 만큼 저도 보답해 드려야죠. 그리고 창업하실 분들이 있다면 공구상은 저처럼 무턱대고 시작하지 마시고, 주변 인프라 등 사전조사하고 제품도 미리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철저한 준비가 성공의 밑거름입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태화종합상사의 성장에 진심이다. 같은 직장을 나와 더 큰 목표를 향해 다시 뭉쳐 열의가 가득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상품 한 가지씩을 선정해 기능과 특징 등을 PPT로 발표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다. 각자의 역량향상을 위해 자격증 공부, 해외의 좋은 상품을 찾으러 다니기 위해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새로운 매출처 확보 시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있어 매출 늘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태화종합상사의 장기적인 목표도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요즘 많은 제조 공장들이 자동화로 바뀌면서 공구 수요가 줄어들거나 바뀌고 있어요. 저희는 앞으로 공구 외 수입 등 품목에 변화를 주려고 해요. 2층에는 미싱기계를 두고 유니폼 제작과 안전화 구성을 특화해서 제조업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 마일리지 적립 도입, 온라인 사이트 개설, 공구 체험 공간 마련도 장기적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모든 건 직원들과 같이 생각해낸 거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계획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가족과 쉴 수 있는 전망 좋은 휴양지를 매입하는 거예요. 매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게 꿈이거든요. 직원들하고 다 같이 재밌게 커가면 좋겠어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