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전북 군산 극동종합상사
전북 군산에 위치한 (유)극동종합상사 고승호 대표는 뛰어난 사업가다. 공구를 팔기 위해 중동까지 진출 했던 과거가 있다. 또한 전북 군산지역 공구상 중 가장 훌륭한 진열 전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지역에 위치한 무더운 나라다. 봄이 되면 낮에는 40도 밤에는 30도의 무더위를 기록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는 아부다비.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 페르시아만과 접하고 있는 항구도시로 과거 (유)극동종합상사 고승호 대표가 사무실을 차렸던 곳이다. 전북 군산의 공구상이 머나먼 중동의 항구도시에 사무실을 차리게 된 사연을 물어 보았다. “2011년이었어요. 당시 저는 젊어서 그랬는지 군산에서만 이렇게 할 게 아니고 뭔가 더 크게해서 돈을 좀 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2011년 어느 날 팩스가 한통 온 거에요. SK건설에서 아랍에미리트에 공사를 하는데 필요한 공구를 납품 할 사람을 찾는다고요. 그냥 광고 같은 팩스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전에 SK건설이 군산에서 공사했었는데 거기에 저희가 조금 납품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SK건설쪽 바이어와 국제 전화로 통화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기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 만나보면 알겠지. 비행기표 예약하고 중동으로 날아갔죠.”
2024년은 스마트폰 속 AI가 통역을 해주지만 2011년에는 그런 스마트폰도 없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아랍인 택시 기사에게 더듬 더듬 거리는 영어로 바이어와 약속한 장소를 말했다. 날씨는 무덥고 몸은 피곤하고 졸음은 쏟아지는데 사막 한가운데를 한참 달려도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을 못 들었다.
“해를 보면 내가 달리고 있는 방향을 대충 가늠 할 수 있잖아요. 내가 가야하는 곳은 분명히 남쪽에 있는데 북쪽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앞뒤로 차 한 대도 아무도 없는데 사막 한가운데 나만 택시타고 달리고 있느니 덜컥 불안해지더라고요. 불안해지니 혼자 군산에서 육아하는 아내 생각이 들고 어린 자식들도 생각나고. 아랍인 택시 기사에게 이게 이쪽으로 가는 게 맞느냐 그랬더니 맞대. 그래서 거래처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또 아니래요. 택시 기사에게 바이어와 전화 통화를 시켜줬더니 알게 된게 쉽게 이야기해 나는 한국의 경기도 광주에 가야 되는데 전라도 광주로 향했던 거죠.”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건설사 직원은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고승호 대표를 보더니 진짜 올 줄 몰랐다며 너무 고생했다고 숙소를 잡아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에서 샤워를 하려고 보니 허벅지 안쪽이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혹시나 잠들면 어떻게 될까봐 졸음을 이기려고 스스로 허벅지를 막 꼬집어 생긴 상처였던 것.
“거래처 사람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고 그때 비로소 안심이 되었죠. 가짜도 아니고 사기도 아니고 진짜 아랍에 진출한 한국 건설회사구나. 그 자리에 바로 주문을 받아서 발주를 내고 선수금도 받고요. 그렇게 해서 아부다비까지 가서 공구를 팔 수 있게 된 거죠. 공구들을 제일 많이 중동으로 보냈을 때는 이란에 컨테이너 10개에 공구를 가득실어 보냈었어요. 아무튼 그때부터 영어도 공부하고 무역용어도 공부하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사무실까지 차려 중동에 진출한 다른 한국건설사에도 영업을 시작했죠.”
2011년 당시 한국 건설사 여러 업체가 중동에 진출해 다양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중동 현장에서도 공사에 필요한 각종 공구나 자재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또 배송 서비스는 고객 위주가 아닌 유통업자 중심이었다고. 현지에서 공구를 구하는 것 보다 한국에서 공구를 배로 배송시켜 받는 것이 오히려 시간과 돈을 아끼는 상황이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와 달리 아랍은 빨리빨리 문화가 없어요. 아랍의 공구상은 느긋해요. 물건이 없으면 지금 없으니까 그냥 기다리라 하죠. 건설사에서 공사 일정에 문제 생긴다고 항의 하면 not my problem, your problem. 이러니 답답했겠죠. 그래서 한 달은 아부다비에서 주문 받고 한 달은 군산에서 선박에 물건 배송하고 또 그 다음 달은 아부다비에서 들어온 물건 확인하고 현지 배송하고 영업하고 또 주문받는 생활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에서 8개월 기다려야 한다는 용접봉을 제가 3개월 만에 찾아 공사비 몇 억원을 절감해준 일이네요.”
한국과 아랍을 한 달씩 오고가면서 그가 본 이슬람 문화와 관습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났다.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기 어려웠다고. 아랍에미리트는 식료품도 100% 수입하는 나라라 식료품도 비싼 편이다. 사무실 한 칸에 위치한 간이침대에서 푸석하게 날리는 밥에 고추장과 야채를 먹으며 그는 몇 년간 공구 장사를 한다.
“열심히 일했고 고생도 했지만 또 여유도 가졌습니다. 유럽여행 저렴하게 많이 했지요. 이슬람의 주말은 우리와 달리 금요일, 토요일이 휴무에요. 금요일 쉬니까 중동은 목요일 오후부터 주말 분위기가 납니다. 결과적으로 목, 금, 토요일에는 거래처에서 주문 받는 일이 없죠. 그런데 한국은 일요일이면 일을 안 해. 아부다비에서 일요일에 주문 받아도 한국에서 물건 준비하려면 며칠 걸리고. 배송도 한 달 걸리고. 결과적으로 제가 아부다비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월, 화, 수 3일 바짝 일하게 되더군요. 중동에서 3시간 정도 비행기 타면 유럽에 떨어지니 그때 좋은 구경 많이 할 수 있었죠.”
고승호 대표는 공구인 2세다. 1992년 부친이 군산에서 창업한 극동종합상사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중동으로 공구 수출 사업은 2013년 마무리 지었다고. 지금 현재 극동종합상사는 전북 군산을 대표하는 공구상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진열 전시 시스템은 지역 최고 수준이다.
“중동에 건설업이 점점 축소되는 것이 느껴져 2013년 군산으로 완전히 들어와 예전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극동종합상사는 조선소, 공장 및 건설현장에 각종 공구를 주로 납품하고 있죠. 최근 몇 년 사이에 저희는 진열과 전시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거든요. 그 결과 개인 소매 매출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제는 공구상도 과거와 달라져야 합니다. 조명과 함께 실내온도도 신경 쓰고 바코드 시스템도 도입하고 소매 손님의 구매 동선까지 생각해서 진열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극동종합상사는 군산에 위치해 있으면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이란 등 해외에도 공구를 배송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정도면 우리 극동종합상사, 전국 1등 공구상은 아니더라도 1급 공구상 아닐까요?”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