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기 포천 워크닉
일을 의미하는 워크(Work)와 소풍 피크닉(Picnic)을 합친 워크닉(WORKNIC). 40년 역사의 공구상 대동종합상사 2세 조영우 대표는 ‘워크닉’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구상을 꿈꾸는 중이다.
강원도 철원군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에서도 저 북쪽 포천시에 자리한 워크닉(대동종합상사)은 포천시내에서도 차를 타고 30분은 더 들어가야 마주할 수 있는 매장이다. 국토 깊숙한 곳에 있는 이 곳이 공구상들 사이에서 화제다. 가까이는 부천 천안에서부터 멀게는 포항 심지어 부산에서까지 전국에서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을 준비하고 있는 공구인들이 포천까지 워크닉을 찾아와 견학하고 돌아간다. ‘워크닉’이라는 브랜드의 힘이다.
시작은 SNS, 인스타그램이었다. 2020년 워크닉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거기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공구에 대한 글과 공구상을 운영하는 대표의 마음가짐 등을 적은 게시물을 하나씩 공들여 적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년간 쌓여 온 게시물에 대표가 꿈꾸는 앞으로의 목표, 비전이 더해지자 공구상 운영에 고민 많은 전국의 공구인들이 워크닉을 찾는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단지 궁금함으로. 매장 운영에 대한 궁금함, 판매 공구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워크닉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궁금함.
1980년대 농기구센터로 시작해 소규모 철물점부터 현재의 대형 공구매장에 이른 대동종합상사. 군 제대 후부터 부친 조성현 대표의 대동종합상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2세 조영우 대표는 아버지 가게에 있으면서도 언젠가 자신의 브랜드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다. 다만 평범한 이름이 아닌 자신만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긴 공구상 이름, 공구상 브랜드를 가진 매장을. 워크닉은 그렇게 탄생했다.
“좀 답답하더라고요. 철물점 공구상들이 다들 보면 ‘무슨무슨 상사’ ‘어떤어떤 철물’하는 식으로 한정적이잖아요. 그게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서 공구철물점 이름의 틀을 벗어난 워크닉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거죠.”
워크닉이라는 브랜드 창출에 깃든 대표의 마음가짐은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워크닉에서는 “일을 즐기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풍을 떠나기 전날 밤 내일의 날씨를 상상하며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 또 신선한 공기와 함께 행복한 시간들 속에서 가슴이 따뜻해졌던 경험들을 일의 경험으로 가져오고자 합니다. (…) ‘소풍가듯 일을 하다’ 즐거운 일의 환경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해주는 ‘워크닉’에서는 다양한 건축재료와 함께 힐링문화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워크닉 브랜드의 첫 매장은 인터넷 공구 쇼핑몰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큰 부담 없이 부업으로 시작한 공구 쇼핑몰의 매출이 커지자 초점은 차츰 매장에서 워크닉이라는 브랜드로 옮겨갔다. 현재 조영우 대표가 워크닉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매출 성장이 아니다. 기존 공구상들의 사업 목표보다는 더 큰, 어쩌면 한 차례 ‘탈태(奪胎)’했다 해도 좋을 목표를 대표는 구상 중이다.
워크닉 인스타그램(instagram@worknic.korea) 게시물에서는 ‘#감성철물점’이라는 해시태그(특정 주제나 내용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적어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감성과 철물, 느낌상 왠지 양 끝단에 놓였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두 가지가 합쳐진 단어. 대표가 꿈꾸는 최종 목표를 하나로 축약하자면 그것이 바로 감성철물점이다.
“일반 대형 공구매장과는 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해요. 소풍 가듯 방문해 시간을 보내면서 일도 할 수 있는 공간. 공구와 철물도 팔면서 또 한쪽에서는 햄버거도 팔고 커피도 팔고. 공간을 즐기면서 힐링과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예요.”
아직 우리나라에는 어쩌면 세계에도 없을 ‘힐링 문화 감성철물점’의 탄생. 일(Work)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과 놀이, 소풍(Picnic)이 합쳐진 그야말로 ‘워크닉’의 공간. 그냥 뜬구름만 잡는 이야기 같다고? 글쎄, 과연 그렇다면 전국의 공구인들이 워크닉 인스타를 팔로잉하고 또 포천 매장에까지 찾아와 견학하고 갈까?
대표의 취미 가운데 하나는 아내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하는 캠핑이다. 한 장소를 방문해 식사부터 취침까지 모든 행위를 그 장소에서 온전하게 즐겨야 하는 캠핑이라는 취미. 하나의 장소를 즐기는 이 캠핑이라는 취미가 워크닉 브랜드에도 녹아들어가 있다.
“워크닉에 영향을 받은 게 우리나라 캠핑용품 브랜드인 ‘하이브로우’하고 국제적인 브랜드 ‘데우스’예요. 그 브랜드들을 좋아해서 거기서 영향 받은 게 많죠.”
캠핑장이라는 공간에서의 취미 생활을 마치고 다시 업무 공간으로 되돌아 왔다가 휴일에는 또 업무에서 벗어나 캠핑장으로 가는 삶. 과연 꼭 그래야만 할까? 워크닉의 최종 목표도 취미를 즐기는 공간을 업무의 장소와 연결시켜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캠핑이라는 취미와 철물점 운영이라는 일을 바로 가까이에서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녹여 매장 운영에 반영하는 모습을 조영우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그런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한지 어느덧 4년 차. 워크닉 인스타를 방문해 게시물들을 읽다 보면 그 속에 담겨 쌓여 온 고민의 밀도로부터, 방문객들에게도 대표의 꿈이 실현될 날이 생생하게 그려지게 된다. 그것이 공구인들 사이 화제의 이유일 것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공구상들은 2세 운영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2세들은 지금껏 운영되어 온 아버지의 매장으로부터 달라진 매장을 꿈꾸고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
“요즘 2세들의 관심이 되게 많아요. 변화에 대한 관심이요. 본인들의 마음은 있어도 어쨌든 아직 아버지가 계시니까 거기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거죠. 도전이니까. 잘 가던 길에서 벗어나 어쩌면 반대의 길로 가는 거니까. 저 역시 지금 아버지와 많이 다투고 있기도 하고요. 하하.”
그러나 변화는 필수적일 것이다. 조영우 대표는 공구 판매만이 아닌, 캠핑용품 등을 워크닉의 이름으로 제작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OEM이 아니라 직접 제작하는 것을. 상표만 다르고 비슷비슷하기만 한 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이 구입했을 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워크닉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자 함이다. 그렇게 만든 제품을 바로 그 ‘감성철물점’에서, 기존 공구유통사에서 들여온 제품들과 함께 판매하는 것 역시도 워크닉 브랜드의 목표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목표는 현재 가까이에서 진행 중이다.
정용민 대표는 많은 공구상 분들이 매장을 찾아와 견학하고 가는 것이 사실 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아직 채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저 테스트 기간이라고 말하는 그. 현재 대표는 곳곳으로 부동산 매물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자신이 그리는 분위기의 매장을 꾸밀만 한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공구 구매가 목적인 고객에게는 공구를 판매하는 공간이지만 감성을 즐기러 온 방문객에게는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 급하게 공구를 사러 왔다가도 감성을 즐길 수 있고, 반대로 감성과 체험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도 물건을 구입해 갈 수도 있는 그런 공간, 워크닉.
훗날 우리는 어쩌면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공구매장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글·사진 _ 이대훈 / 사진제공 _ 워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