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남 서산 서해기계공구마트
서해기계공구마트 정용만 대표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 예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것이 서해기계 성장의 기반이었다.
“얼른 들어오셔서 커피 한 잔 드세유. 우리 가게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랴.”
“커피는 코끼리 똥에서 나오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그러더만.”
“아~ 그 원두커피? 어르신은 날씬해서 원두보다 요거 드셔야 돼. 달달한 커피. 그러셔야지 장수하시죠.”
충청도 공구상은 뭔가 다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그 유명한 충청도 사람들의 은근슬쩍한 유머 멘트가 들려온다. 이 곳은 충청남도 서산시 서해기계공구마트. 시내 중심지로부터 약 5km떨어진 시 근교에 자리잡은 대형 공구상이다.
“그 나사 빼는 거 얼마씩이나 하지?”
“아, 드릴유? 가격대 얼마짜리 찾으시는디? 아 그러면 이거면 충분하쥬~”
“이거 몇 년이나 쓰겄어?”
“이거유? 30년은 거뜬하쥬~ 어르신 나이에 30년만 쓰면 될 거 아녀? 모델명이 1815… 야 싸다. 7만 5천원.”
정용만 대표는 4형제 중 막내다. 큰형님은 농자재마트를 운영하고 둘째형님은 배관건재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막내 정용만 대표의 서해기계마트까지 3형제의 매장은 전부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 옹기종기란 표현은 맞지 않으려나? 각각의 매장 면적이 1,000평씩은 되니까.
본래 정용만 대표는 큰형님과 함께 청과유통업을 했었다. 사업을 확장·전환한 형님이 농약과 종묘 취급하는 서해농자재마트를 열면서 정용만 대표도 큰형님의 마트 일을 돕기 시작했다. 농자재마트를 찾는 고객 가운데 공구를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났고, 얼마 후 큰형님은 매장 한켠에 두 개의 공구진열장을 설치하고 동생 정용만 대표에게 전담하도록 했다. 고작 2개의 진열장이었지만 공구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계속 늘어나자 정용만 대표는 공구 판매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8년에 매장을 완전히 분리해 큰형님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렇게 30대 초반 나이에 서해기계공구마트의 대표가 됐어요. 큰형님 농자재마트 바로 옆 지금 이 자리에 700평 부지를 확보하고 건평 300평 규모의 매장을 차린 거죠.”
정용만 대표가 중학생 시절부터 갖고 있던 꿈은 자동차 정비사였다. 서산농림고등학교(현 서산 중앙고등학교) 기계과에 입학해 농기계 정비기능사, 자동차 정비기능사, 지게차 운전기능사, 포크레인 운전기능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과정에서 공구는 대표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쩌면 그가 서해기계공구마트의 대표가 된 것은 이미 결정되어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차린 매장을 지금처럼 잘 운영하게 될 것 역시도.
오픈 이후 서해기계공구마트를 찾는 농민을 포함한 소매 고객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형님들이 운영하는 농자재마트와 배관건재마트를 찾는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옆에 있는 서해기계공구마트를 찾는 것이다. 3형제가 운영하는 각 매장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성장을 도왔다.
“그래도 매장 오픈 초기에는 면적만 넓었지 텅텅 비어 있었어요. 저기 보면 정문이 엄청나게 크죠? 왜 그랬냐면 워낙 공간이 넓으니까 지게차로 물건을 안에 들여놓을 생각이었어요. 결국 그러진 못했지만,”
현재 서해기계 매장은 온갖 종류의 공구들로 가득 차 있으며 공구를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로 분주함이 가시질 않는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매장이 이뤄 온 성장의 주 요인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꼽는다.
“매장을 시작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각 거래처 영업사원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솔직히 저희 매장을 방문해 주시는 고객분들이 첫 번째로 감사한 분들이죠.”
성장의 요인이 어디 그것뿐이랴. 대표가 가진, 시장을 예측하는 예리한 눈과 그 예측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투자가 아마도 더 큰 성장의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우선 대표는 7년 전, 귀향 귀촌을 위해 수도권에서 내려와 전원주택에 거주할 사람들의 증가를 예측했다. 그와 함께 전동공구의 배터리화 전환을 예측해 매장 2층에 관련 공구들을 전시한 부스를 꾸며 두었다. 전동톱, 충전드릴 등을 위시한 각종 충전공구들과 각종 브랜드의 전지가위들, 엔진식 잔디깎이까지 많은 공구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부스다.
대표의 이런 예측은 잘 들어맞아 약 5년 전쯤부터 부스 전시 제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앞서 말한 귀농·귀향한 이들을 겨냥한 부스 마련뿐 아니라 인테리어 관리 업자들을 위한 부스도 꾸며 두었다. 인테리어 목공용 제품은 물론 소포장된 볼트 너트들과 함께 전기 전자 설치 작업에 필요한 공구들, 그리고 각종 실리콘과 페인트, 안전화 등이 부스에 모여 있어 한눈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 갈 수 있다. 또한 유압용 공구들을 배치해 둔 유압공구 부스도 매장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유압공구 부품들을 이렇게 모아 진열해 둔 이유는, 이제는 공장들도 사람 노동자에서 기계로 많이 옮겨갈 거라는 예측에서예요. 그러면 유압 시장이 많이 커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그 변화 속도가 느리더라고요. 그래도 앞으로는 분명 유압 공구 시장이 커질 겁니다.”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닌 공구업계에 대해 늘상 고민하고 또 예측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정용만 대표였다.
대표의 과감한 투자는 그것만이 아니다. 지역의 공구 체인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표는 현재 서해기계공구마트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마치 다이소나 편의점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2호점 매장을 2022년 12월, 도심 바로 근처에 오픈했다. 가게의 이름은 ‘공구편의점’.
“지금 서해기계공구마트는 보시면 물건들이 워낙 많아서 정신없잖아요. 또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들은 농민분들이 주이기도 하고요. 시내 가까운 곳에서 일반 주민들이 공구며 기타 용품들을 편안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꾸민 매장이 공구편의점입니다.”
공구편의점의 대표는 정용만 대표의 사모인 강세실 대표. 그리고 편의점의 점장은 서해기계에서 8년여의 시간 동안 근무해 왔던 이윤지 차장이 맡고 있다.
공구편의점에는 대표의 예상처럼 도심 주변에 사는 일반인들이 많이들 방문하고 있다. 차를 타고 움직이다 보면 커다랗게 보이는 간판이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공구편의점’이라는 이름도 고객들의 마음 편안한 방문을 이끈다. 그렇게 들어온 매장 내부도 서해기계공구마트와 달리 그야말로 ‘깔끔’하다.
주된 판매 품목도 다르다. 서해기계공구마트에서는 좀 부피가 크고 가격대가 높은 공구들이 판매되었다면 공구편의점에서는 그보다 가정에서 꼭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강세실 사모는 공구편의점 말고도 ‘뉴아임툴’이라는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뉴아임툴은 스페인 유명 농업용 분무기 브랜드의 주 수입원이다. 정 대표가 16년 전쯤 도매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으며 분무기 품질의 우수함을 알게 되었고 국내 에이전트가 문을 닫은 후 스페인 측과 직접 접촉하여 주 수입원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형 공구유통사와 납품을 논의 중이라는 대표.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할 서해기계마트, 공구편의점 그리고 뉴아임툴의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