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서울 오즈툴
공구유통업에 젊은 공구인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 을지로에서 공구상을 운영하는 한수민 대표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공구인이다. 첫 직장을 대형 공구 유통사에서 근무하다 자신만의 사업을 그려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 청계천 을지로에 위치한 ‘오즈툴’은 온라인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공구상이다. 그래서 이곳은 어느 평범한 공구상의 모습과는 다르다. 오즈툴은 현재 청계천 을지로 지역 재개발로 임시 공구상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공구상이라기보다 기업의 사무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온라인 유통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물건을 보관 할 창고가 없어도 되고, 초기 자본금이 없어도 시작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작은 컴퓨터 한 대로 시작을 했거든요. 물론 공간은 필요하고 가능한 큰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적은 자본으로 시작 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유통입니다.”
한수민 대표의 고향은 제주도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게 된다. 서울에 살며 자취를 한 것이 아니라 고모부 내외와 8년간 함께 살았다고. 그녀는 고모부 내외를 제2의 부모님으로 여기고 있다.
“운 좋게도 고모부가 서울 청계천에서 공구상을 운영하고 계셨어요. 고모부의 영향이 있어서인지 첫 직장도 공구상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름 들으면 알만한 큰 규모의 공구유통회사에 입사했죠. 온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계 회사(나비MRO)였는데요. 그곳에서 온라인 유통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28살에 겁 없이 사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너무 현실을 모르고 시작한 것 같아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현실을 깨달았죠.”
중대형 온라인 공구유통업체에서 상품을 기획 발굴하던 직장인이었던 한수민 대표는 직장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소위 말해 일 잘하는 직원이었던 것. 그는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만약 사업을 하면 더욱 잘 할 것이고 또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착각’했다고. 젊은 나이로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 첫 달 매출은 10만원에 불과 했다.
“창업을 하자마자 바로 현실을 깨달았어요. 내가 잘 한다 잘 한다 해도 주변에서 소리 없이 도움 주는 분들이 있어서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거죠. 수 백 명이 일하는 조직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과 나 혼자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정말 다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창업 초부터 제주도 고향 친구와 함께 일하자고 했거든요. 친구가 서울로 올라오는 사이 혼자 온라인 공구 유통을 우선 시작 했는데 그때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한수민 대표는 고모부가 운영하는 공구상 창고의 한 구석에서 컴퓨터 한 대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다. 제주도 고향친구가 올라오기까지 어느 정도 사업을 궤도로 올리리라 계획 했지만 생각과 달리 주문은 없었고 판매 할 물건도 쉽게 마련할 수 없었다고.
“저의 경우 공구상을 운영하는 고모부 덕을 많이 봤죠. 사업을 시작 할 때 인맥이라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물건 매입부터 난관이었는데 고모부 덕분에 물건도 보다 쉽게 조달이 가능했고요. 그 와중에 고향 친구를 서울로 불러들였으니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말 눈 뜨면 일하고 눈 감으면 잠드는 생활이었어요. 다행이 온라인으로 공구를 유통하면 수금은 일주일에 1번인데 매입 정산은 한 달에 1번이라서 큰 자본금 없이 시작이 가능합니다. 대신 멈추면 안되죠. 이번 달 매출이 전 달 매출보다 작으면 안되고요. 멈추면 안되는 마라톤처럼 계속 달려야 합니다.”
온라인 유통은 무조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유통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판매가 안되는 제품이 있고 판매해서는 안되는 제품도 있다. 마진율도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적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네이버나 쿠팡 플랫폼 정책에 맞춰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온라인 매출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죠. 쿠팡,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가 있고 자사몰도 있고요. 어찌 어찌 매달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어도 안심 할 수 없어요. 이번 달은 잘 벌더라도 다음 달 매출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특히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판매의 경우 플랫폼의 정책을 잘 따라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A제품군을 청소년 안전을 위해 판매 금지를 한다면 서둘러서 그 제품군을 일체 판매하지 않아야 해요. 안그러면 판매정지 당하게 됩니다. 일주일 판매정지 조치 받으면 그달 매출은 크게 떨어지죠. 그런 상황에 대비해 항상 온라인 시장 동향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즈툴은 최근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업 5년차가 될 때까지 꾸준히 매출이 성장했지만 정체기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수민 대표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도 기회가 되어 큰 도움으로 만든 경험이 있어서다.
“사장이 된다는 것은 정말 책임감이 많아지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매출이 적으면 함께 일하는 동료 월급, 물품 매입금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제 월급을 30만원 가져가는 달도 있고 또 매출이 좋아도 여러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함부로 사업비를 사용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서 말하였듯이 사업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달리고자 합니다. 코로나가 심했던 위기상황에도 저금리의 코로나 대출상품이 나와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래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고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매출을 보다 많이 올려서 저와 함께 일하는 오즈툴 동료분들 월급을 더 올려주고 행복하게 공구장사 하고 싶어요.”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