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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제주 형제상사

 

최대매장, 연매출 250억 제주도의 살아있는 전설

 

제주 형제상사 양진규 대표

 

 

 

 

‘형제에 없다면 제주에 없는 물건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뭐든 다 있다고 소문난 형제상사의 사업 이야기.

 

형제상사 전경

 

4800평 규모, 6만여 품목 마트처럼 쇼핑


제주시 화북공단에 위치한 형제상사는 창립 47년 된 제주최대 건축자재 및 공구 유통사다. 작년 1월 4,800평 규모로 신축 확장했다. 연매출은 250억원. 60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구, 페인트/방수, 산업용케미칼, 전기자재, 청소용품, 볼트, 안전용품, 농자재, 인테리어/DIY자재 등 6만여 품목을 취급한다. 방문하는 고객도 매우 다양하다.

 


“저희 고객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고치는 활동을 하는 모든 분들이 대상입니다. 특히 건축업자, 인테리어업자, 셀프로 집 꾸미거나 주말농장 가꾸는 분, 카페나 식당,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고객 분들이 많이 방문하세요. 방문자는 하루에 2,500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어요.”

 


형제상사는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할 주차장을 비롯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대형 매장과 창고, 사무실과 휴게실, 식당이 있는 건물을 따로 두고 있다. 매장은 드넓은 마트 형태로, 전동공구존 페인트존 산업용품존 등 각 분야별로 행잉배너를 달아 고객이 멀리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했다. 모든 상품에는 이름과 가격을 표기하고, 낮은 높이의 진열대를 설치해 누구나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물건을 담을 수 있다. 진열된 상품은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용도와 규격별로 빼곡하게 진열된 전동공구를 직접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다.

 

‘이 상품 있어요?’ 고객요청이 사업 키운 원동력


형제상사는 최근 회사 로고에도 정체성을 담아 상호명 앞글자인 H와 J를 집 모양으로 형상화해 건축자재 전문 기업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건축용 자재와 공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품목도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하려는 분들이 많아서 건축경기가 좀 나은 것 같습니다. 호텔이나 펜션, 요식업종도 계속해서 신축, 리모델링, 인테리어 수요가 있거든요. 제주는 공구상이 모여 있는 단지가 없고, 저희는 종합유통을 하다 보니 제주 전역에서 찾아오시는 편입니다.”

 

모든 품목에는 상품명과 가격이 붙어있다.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은 형제상사가 사업을 키워온 원동력이다. 예전엔 취급하지 않았던 전동공구와 수공구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2016년 공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목재사업부도 신설해 여러 가지 목재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별도로 오픈했다.


“신규 카테고리 후보군이 많아요. 고객 분들이 찾는 것 위주로 상품을 늘려 가는데, 단기간 유행할 상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직원들과 같이 사업성을 논의 연구해 2~3년에 한 번씩 출시해보려 합니다.”

 

단순판매 넘어 고객 문제 해결사로


형제상사의 판매원칙은 다양하고 충분한 재고는 물론, 고객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상황에 따른 제품 추천과 적절한 사용법, 문제시 해결책을 알려주기 위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커질수록 고객의 기대도 커지더라고요. 최대한 찾는 품목은 다 갖춰놓으려고 하고, 추가로 고객에게 어떻게든지 도움을 드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용품 파는 일반 마트와는 다르게 공구는 그냥 고르기가 어렵잖아요. 예를 들어 방문에 페인트를 칠하고 싶을 때 어떤 걸 사야하는지 물어보시면 디테일하게 해결해드려야 해요. 문에 시트지나 다른 페인트가 발려있는지, 면적은 어느 정도인지, 기능, 컬러, 부자재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여쭤보고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서 하자가 나지 않도록 돕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객 분들에게는 조금 막히는 게 있으면 ‘형제상사 가서 상담 받으라’는 말이 입소문으로 퍼져 있다고 해요.”

 

최근 신설한 목재사업부

또한 형제상사에서 구매한 물건은 언제든 환불할 수 있게 한 것도 고객 돕기의 일환이다.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물건이라면 구입 영수증이 없거나 시일이 지나도 교환이나 반품을 웬만하면 받아 줍니다. 사놓고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다른 자재로 바꾸고 싶을 때 난처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우리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만 3천회, ‘발로 뛰는 신뢰 경영’ 바탕


창업주인 양재옥 고문을 이어 2세인 양진규 대표가 취임한 지는 올해로 3년이 됐다. 1976년 ‘형제포장’으로 출발해 지금의 형제상사가 있기까지는 양재옥 고문의 개척정신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아버지는 전라도 광주에서 힘든 시절을 딛고 연고 없는 제주도로 건너가 하숙방에서 테이프 두 박스로 영업을 시작하셨어요. 자전거, 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포장 관련 용품을 판매해오셨고, 산업용 케미컬 제품, 건축용 소모품 등 품목이 점차 늘었습니다. 97년부터는 장갑 제조를 시작해 유럽 수출도 성공시키셨어요.”

 


양 고문은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2000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2003년 성실납세 표창, 2011년 봉사와 나눔에 대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서 큰 기업으로, 정직하게 일궈온 아버지로부터 양진규 대표가 배운 사업 방식은 직접 발로 뛰는, 신뢰 경영이다.


“신규업체와 거래할 때는 소개를 받더라도 그 공장을 꼭 찾아가서 미팅하고 제조 과정에 재료 부품 등 부실한 점은 없는지 눈으로 다 확인을 하고 있어요. 또 아버지께서는 매입처에 물건이 있는데도 수급이 안 되면 007가방에 현금 가득 채워 가면서까지 재고를 확보해 고객에게 반드시 납품해야한다는 철학이 있으셨어요. 대한항공만 해도 3천회를 타셨는데, 30여 년간 매주 출장을 가신 거죠. 저희는 그렇게 직접 찾아가며 좋은 거래처를 발굴하고, 신뢰 있는 거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로 직원과 함께 성장할 것


양진규 대표가 경영을 맡으며 중점을 두고 변화시킨 부분은 두 가지, 전산화와 인사정책이다. 모든 상품에 대한 가격정찰제와 POS 시스템을 갖추고, 자체 ERP를 두 차례 개발해 매입과 판매를 체계화했다. 2013년 제주도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형제상사는 직원이 곧 기업의 정체성이라 보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지원과 편안한 근무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고객을 위해 노하우를 갖춘 프로 집단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항상 내부에서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이 전문가가 되려면 근속연수가 쌓여야 하거든요.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구내식당과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휴가 등 복지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움을 위해서는 형제상사 사이버연수원을 만들어서 영업, 프로그램 활용 등 원하는 실무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 대표의 노력으로 형제상사는 젊은 직원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변화 중이다. 혼자 보다는 함께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구성원들이 만들어나갈 미래를 그리고 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