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남 당진 수옥종합상사
산업단지와 넓은 농지가 함께 펼쳐진 도시, 충남 당진의 수옥종합상사는 농·공업 모든 공구를 포괄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산업용 절삭공구 바로 옆에 각종 씨앗 종묘가 함께 진열된 모습은 살짝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지역개발,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땅값이 올라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농촌의 신흥 부호들을 나타내는 표현 중에 ‘에쿠스 타고 논매러 간다’는 문장이 있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단지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명백한 수식어로서 저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서해안고속도로 개발과 서해대교 개통 등으로 수도권으로의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농업 중심 도시에서 공업 중심 도시로 탈바꿈한 당진시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및 KG스틸, 동국제강 등 제철단지 건립으로 포항, 광양에 이은 국내 제3의 철강산업도시로 부상했다. 그에 따라 2012년 1월, 1995년 도농복합시 제도 실시 이후 비수도권 지역에서 세 번째로 군(郡)단위에서 시(市)단위로 승격된 행정구역이기도 하다.
지역의 개발은 곧 땅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법. 논과 밭을 가지고 있던 농촌의 지주들은 갖고 있던 땅의 가격이 올라 신흥 부호가 되었고 그럼에도 하던 일을 완전히 놓지는 못해 정말로 에쿠스를 타고 논에 가 트렁크에서 진흙장화를 꺼내 신고 논일을 보곤 한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당진시는 도시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공구와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공구가 전부 다 판매되는 지역이다. 더군다나 수옥종합상사가 자리잡은 당진시 면천면은 일대의 평야와 일반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공구상이 판매할 품목 역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다양할 수밖에 없다.
“산업단지에서 납품 50% 농촌 분들 소매 50% 정도로 팔리고 있습니다. 또 지역에 많은 낙농업체에서도 많이 구입해 가시고 또 요즘은 귀농한 분들도 많이들 구매하러 오십니다.”
수옥종합상사 진현수 대표는 불과 13년 전에는 당진시에 위치한 철물점의 직원이었다. 10년여의 시간을 직원으로 일하며 돈을 모아 2012년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지금의 위치로 확장 이전했다. 현재 매장의 총 면적은 600평 정도. 면천면에서 가장 넓은 공구상 면적이다.
“큰 도시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자가용이 아니고는 오기 힘드니 넓은 주차공간도 있어야 하고요. 면천 뿐 아니라 당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은 다 갖추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요즘 같은 곡식이 한창 익어가는 가을철에는 두더지, 멧되지, 고라니, 각종 조류들로부터의 작물 보호를 위해 각종 농업용 공구들이 잘 팔린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공구가 있으니 바로 두더지 퇴치기다. 두더지 퇴치기는 장착된 파이프를 땅에 꽂아두면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상단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내장된 쇠구슬이 굴러가는 ‘따다다닥’소리를 땅으로 전달해 두더지를 쫓는 공구다. 전력도 필요 없는 간단한 공구이지만 매우 효과적이라고 대표는 말한다. 조류퇴치기는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감지해 부저 소리로 새를 쫓는 공구다.
“까마귀, 독수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합니다. 새 뿐만 아니라 멧돼지, 노루, 고라니까지 각종 동물들을 쫓는 거죠. 또 움직임을 감지하면 반짝거리는 빛과 함께 총소리도 나고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공구도 있습니다.”
소리나 빛을 통해 야생동물을 쫓는 공구뿐 아니라 밭에 뿌려두면 새들의 후각 및 미각을 자극하여 피해를 줄이는 조류피해감소제(조류기피제) 등도 판매 중이다.
수옥종합상사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정말 ‘찾는 품목은 전부 갖춰둔 매장’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다양하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절삭공구 바로 옆에 각종 채소의 종묘 판매대가 놓여 있는 모습은 살짝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각종 품목들을 들여오는 유통업체도 공구유통업체 따로 농약 업체 따로, 씨앗 업체 등 다양하다.
“각종 퇴치기들은 공구가 아니잖아요. 대부분 중국 수입상으로부터 들여오는 거예요. 또 당진은 귀농하신 분들이 많아요. 텃밭 일구고 정원 꾸미는데 사용하는 전지가위나 소형 전동제품들도 많이 나가죠. 찾는 물건은 다 있다고 보시면 돼요.”
공구뿐 아니라 농촌에서 많이 사용되는 관수자재들도 매장 밖 창고에 적재돼 있다. 또 시골에서 필수적인 예초기와 예초기 날 등 예초기 관련 용품들과 밭에 덮는 비닐, 고라니 멧돼지를 막는 망, 쥐덫과 함께 사육동물을 위한 사료 등도 주 판매 품목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농업 인구가 현격히 줄어든 입장이다. 농사를 짓는 이들도 시스템농업 외에는 나이 많은 노령층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최근엔 과거와는 달리 농사마다 필요한 특정 작업에 맞춘 공구들이 많이 등장해 있어 과거보다는 농사짓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예전 밭에서 호미나 낫으로 하나하나 하던 것과 요즘은 완전 달라졌죠. 농사의 개념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농사가 아니라 사업이죠. 거의 대농가들만 남았으니까요. 그런 분들은 물건 가격을 절대 안 깎습니다. 좋은 공구 쓰려고 하지 싼 공구 쓰려고 안 해요.”
취재 와중에도 손님들은 쉼 없이 매장에 방문했다. 바쁜 와중에도 진현수 대표의 얼굴과 태도에는 늘상 미소와 함께 편안함이 풍겨져 나왔다. 도시의 정신없음이 아닌 도시 외곽 농촌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