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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제주 일도공구마트

 

농사 건축 수리 제조
제주도는 모든 공구 갖춰야 장사 가능한 곳

 

제주 일도공구마트 김성억 대표

 

 

 

 

생산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공구는 웬만하면 한곳에서 구입하는 게 제주도 고객의 특징. 일도공구마트는 다양한 손님을 위한 공구 구색 뿐 아니라 젊은 2세의 A/S 노하우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시기, 분야마다 다른 수요… 구색 골고루 갖춰야


제주도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종합 품목을 갖춘 소매 공구상이 많다. 서로 다른 전문품목을 취급하는 공구상들이 모인 대규모 유통단지나 공구거리가 없고 서로 떨어져 있는 대신, 한 매장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도록 형성되어왔다. 제주도는 하루는 서쪽, 하루는 동쪽을 배달해야할 정도로 섬의 면적만큼 공구 시장 규모가 큰 편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38년간 공구업 한길을 이어온 일도공구마트 김성억 대표는 고객들이 농사나 건축, 수리,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제품을 한 곳에서 해결하려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체라도 구색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일도공구마트 역시 손님이 찾는 물건을 계속 늘려 가다보니 현재의 매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물건을 다 진열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특히 이곳은 농민들의 방문이 잦아 다양한 농공구를 구비해두고 있다.


“봄에 전장할 때 전동가위,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풀베기 위한 예초기, 겨울에 밀감 나뭇가지 제거에 사용하는 엔진톱, 귤이나 쪽파털기, 마늘까기에 사용하는 콤프레샤 등 농사에 필요한 공구가 많이 나가요. 콤프레샤는 저희가 부품을 직접 조립 제작해 판매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종합적으로 베어링, 벨트까지 다 취급 하니까 종류가 엄청 많죠.”

 

 

서귀포 빈손으로 시작해 제주시 큰손으로


일도공구마트는 1985년 서귀포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몇 번의 이전과 성장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창업 당시 공구 시장을 파악해본 김 대표는 ‘공구상 하면 잘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서귀포 지역에 농민들이 많아요. 드릴이나 엔진톱 같이 농사에 필요한 공구 수요는 많은데 그 당시에 제대로 구색을 갖춰놓은 가게가 없어서 물건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저는 장사에 자신이 있었고, 공구는 자본이 없어도 외상으로 가져올 수 있어서 이거다 싶었죠.”


하지만 막상 가게 자릿세와 재고를 돈을 마련하려니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웠다. 어음을 발행해 재고를 마련하고 사업초반에는 늘 집주인의 집세 독촉에 쫓기며 생활했다. 상품 구색을 갖추면서는 그의 확신처럼 조금씩 매출이 오르는 재미가 생겼고, 이익금을 계속해서 투자해가며 1997년, 200평 부지의 평화공구백화점을 열게 된다. IMF 이후 현금거래로 전환하고, 전동공구 엔진 발전기 용접기 등 새로운 대리점에도 도전하며 위기에도 규모를 넓힐 수 있었다. 1999년에는 제주시에 일도공구마트를 추가로 오픈한다. 점차 서귀포 지점보다 매출이 높아지자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 현재는 일도공구마트만을 운영하고 있다.

 

전동공구 크기와 용도에 맞춰 제작한 진열대
 

신축 매장 오픈, 층고 높여 확 트인 진열


재고가 늘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과 시설이 필요해진 일도공구마트는 최근 제주 시내에 넓은 마당과 대형 간판을 건 신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깔끔하고 시원한 디스플레이로 인테리어 했다. 층고를 높여 확 트인 매장은 전동공구, 가위와 톱, 절삭부품, 측정기기 등 테마별로 구역을 나눠 구성했다. 김 대표가 직접 설계하고 공구 크기와 용도에 맞게 진열대도 제작했다.  매장 옆에는 A/S와 재고 진열을 위한 건물도 따로 마련했다.


“가게에 들어오면 상품이 한 눈에 보이도록 진열하고 싶었어요. 많이 찾는 것은 손이 잘 닿는 입구 쪽에 두고요. 전동공구 전용 진열대 등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필요했던 부분을 많이 반영했죠. 작년 7월에 건물을 짓고 12월부터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장사와 병행하느라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판매하는 거의 모든 상품은 A/S 부품을 갖춰두고 직접 수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가 판매와 수리 노하우가 강점


일도공구마트에는 김성억 대표를 비롯해 오춘화 사모, 아들 김남표 부장,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딸 김보연 실장과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원칙이자 강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가판매. 좋은 물건을 매입해 어느 누구에게든 저렴하게,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누구는 이 가격에 받고, 다른 누구는 저 가격에 받으면서 들쑥날쑥하면 안 돼요. 신뢰를 위해서 흐트러지지 않게 정가를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해 왔어요.”


둘째는 수리 노하우. 판매하는 거의 모든 공구를 직접 A/S 가능한 기술과 부품을 갖고 있다. A/S를 잘하면 새 제품을 구매해가는 손님이 수리를 위해 다시 방문하고, 또 다른 제품을 사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소비자들은 A/S에 예민해요. 저도 간단한 수리는 해왔는데 앞으로 오래 운영하려면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었죠. 지금은 많은 A/S 부품을 갖춰두고, 아들 남표가 웬만한 제품은 직접 다 수리하고 있어요. 모르면 직접 제조사에 찾아가보고, 전화로 물어보고, 인터넷 영상을 찾아보면서 몇 년 동안 정말 열심히 배우더라고요. 제품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니까 고객에게 설명도 잘 해드리고, 칭찬도 많이 들어 뿌듯해요.”

 

일도공구마트에서 직접 제작, 판매하는 콤프레샤.

 

40년 역사, 아들딸이 잘 이어나가길


김 대표는 요즘 2세 경영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의지로 10여 년간 열심히 공구업을 배워온 자녀들이 이제는 부모의 40년 노하우를 잘 이어받아 사업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것. 무엇보다 고객과 주변 이웃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도와주니까 이만큼 장사해온 거라 생각해요. 예전부터 동사무소나 복지관 등에 작게나마 기부해온 것도 지금까지 받아온 걸 조금씩이라도 나누고 싶어서예요. 아이들도 쉽진 않겠지만 주위에 욕 안 먹고 인정받으면서 돈도 많이 벌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장사해왔던 방식이 맞는 거라 생각해왔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빠른 머리로 운영하면 다르겠죠. 열심히 해서 우리가 여태껏 해온 아성을 이어나가는 게 앞으로 제 바람이에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