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전남 순천 형제공구백화점
매장 면적 450평, 판매 품목 수 8만여 가지. 순천지역 대표 공구상인 형제공구백화점은 고객들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 종합공구상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장평로 일대에 걸쳐 펼쳐진 순천 아랫장은 오랜 역사를 지닌 호남지역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전국 5일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순천 뿐 아니라 여수, 벌교 인근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산물과 싱싱한 생선들을 기대 이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2와 7로 끝나는 날에 장이 서고, 금요일과 토요일 밤엔 야시장이 열리는데 한밤중에도 북새통을 이루는 야시장은 젊은 청년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요즘에도 장날 이용객 2만여 명에 육박한다는 아랫장은 구례·곡성·광양·여수 등 전남 동부지역과 하동·진주 등 경남 지역의 상인들과 주민들도 찾는다. 그야말로 호남지방의 핫 플레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차나 차를 타고 순천 아랫장에 방문한 인근지역 주민들이 장을 보고 꼭 들렀다 돌아가는 공구상이 있으니 바로 형제공구백화점이다.
새로 공구상을 오픈하려 하거나 또는 확장 계획이 있는 사업자라면 반드시 형제공구를 방문해 벤치마킹해 보라 추천하고 싶다. 그만큼이나 형제공구백화점 매장의 인테리어는 부족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면적 450평의 층고 높은 복층 매장, 천장에 설치된 수십 개의 LED 전등으로 밝은 조명, 대리석 느낌의 타일이 깔린 바닥과 깔끔한 상품 배치, 판매하는 8만 개 품목 하나하나마다 전부 붙어 있는 바코드와 가격까지.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에서 이런 공구상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째서 장날이면 손님들로 장사진을 치는지 알 만 하다.
“그래도 공구상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되거든요. 고객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생각으로 계속 투자를 하다 보니까 지금 모습이 된 거죠.”
형제공구백화점 정종훈 대표의 말이다. 처음엔 순천역 근처 11평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다. 당시엔 동생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였으므로 ‘형제공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엔 공구상이라기보다는 모터판매점이라 부르는 것이 나았다. 이후 동생은 모터 판매 및 수리 전문점으로 독립해 나갔고 형제공구는 형 정종훈 대표가 남아 운영을 계속해 지금에 이르렀다.
11평 매장에서 70평 매장으로, 그 후 2층 매장을 꾸려 250평 매장, 그리고 지금 자리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450평 복층 매장으로 성장해 온 형제공구백화점. 과거 형제공구는 지금처럼 소매 중심의 종합공구상이 아니었다. 납품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다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소매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계속해 온 것이다.
“납품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너무 피곤하고 돈도 안 되고. 부도나는 건 둘째 치고 무엇보다 직원 관리가 힘들어요. 배달 가면 안 들어와. 한 사람이 하루 나가면 일당이 나와야 되는데 안 나와요. 또 만 원짜리, 천 원짜리도 배달해 달라 하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애초부터 정종훈 대표가 원하던 바는 소매 전문 매장을 꾸리는 것이었다. 소매 중심의 멋진 공구상을 만드는 것이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고 대표는 말한다. 그 꿈은 지금 얼추 다 이루어진 셈이다. 아랫장 근처에 다른 철물점 공구상도 많지만 고객들이 형제공구를 찾는 이유는 한 곳에서 찾는 물건 전부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앞서 말한 것처럼 매장에 비치된 공구가 무려 8만여 종이다.
소매 매장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하루아침에 거래처 100군데를 없앴다는 대표. 단단하고 또 당당한 결심이었다. 그렇게 이룬 현재 매장의 주 판매 품목을 묻는 질문에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다 잘 팔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농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아랫장에 방문하고 또 형제공구를 찾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대표적인 도농복합시이다. 유명한 순천만 습지 및 해변과 함께 호남지역 각종 주요 행정기관들도 들어서 있는 전라남도 최대 도시다. 5월에는 전라남도동부권통합청사도 순천시에 개관할 예정이다. 형제공구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도 도시에서 사용되는 공구, 농촌에서 사용되는 공구 등 다양한 품목들이 판매된다.
“진짜 잘 나가는 물건들이 매일 달라요. 농기구가 많이 나가는 날도 있고 따로 정해진 게 없어서 뭐가 잘 나간다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을 꾸밀 때, 혹시 다른 공구상 참고한 곳이 있느냐고 묻자, 오로지 자기 생각대로 만들었다 말하는 대표. 그만큼이나 고객들의 만족만을 생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소매를 하려고 일부러 건물도 이렇게 지은 거예요. 한눈에 다 보이게. 순천 인구가 30만 채 안 되는데 지금 보면 매장이 너무 넓은 것도 같고. 하하하.”
현재 형제공구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총 일곱 명. 그 가운데 한 명은 대표의 아들 정태인 실장이다. 대표가 그저 구태의연한 공구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처럼 현대적인 깔끔한 매장을 만들고 시스템화를 진행한 것 역시도 어쩌면 2세에게 매장을 물려주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나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아들에게 물려줘야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세대가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