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북 포항 노아종합철물
(차량 도매 중개상)
송재선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소개받은 철물점 대표의 나까마를 따라다니며 공구일을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노아종합철물은 어엿한 포항 남구 대표 공구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자리한 노아종합철물 송재선 대표는, 가게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가 살아온 인생의 방향은 교회로부터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 말해도 좋을 것이다. 돈독한 반려자를 만난 것도 교회에서였으며 무엇보다도 지금껏 해 온 공구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교회 덕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주일쯤 됐을까요? 다니던 교회 분이 자기가 거래하던 철물점에서 직원 구한다는데 가 볼래? 해서 갔던 거죠.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갔던 거예요.”
그렇게 공구 일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구 나까마(차량 도매 중개상) 일을. 새벽 여섯 시 철물점에 출근해 트럭에 두 시간 물건 싣고 사모가 차려주는 아침식사를 마친 뒤 사장이 운전하는 트럭 조수석에 타 포항 근교 전역을 돌아다녔다. 곳곳의 철물점을 다니며 물건을 내려주고 물건이 비면 또 싣고 창고를 정리하는 업무. 그 일을 1년 정도 하다가 군대를 다녀왔고 전역 후에도 다시 일하던 철물점으로 돌아가 나까마 일을 계속 따라다녔다.
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기상해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고 저녁 늦게야 겨우 마치는 일상의 반복. 육체적으로도 물론 피곤했겠지만 송재선 대표는 몸보다 부끄러움이 더 힘들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갓 고등학교 졸업한 나이인데 어땠겠어요? 한창 이성에도 관심 많았을 땐데. 장사 나가서 아는 사람 만나고 그러면 부끄럽더라고요. 차 타고 포항시내 다니다 친구들도 보고 여자애들도 보고 그러면 차에서 물건 내리는 모습 보이는 게 솔직히 창피했어요.”
그런 심적인 부담감 탓에 공구 일을 그만둘까도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송재선 대표. 하지만 그런 부끄러움이 당당함으로 바뀌는 기회가 송 대표에게 찾아왔다. 군 제대 후 계속해 일한 지 1년쯤 됐을 무렵, 철물점 사장은 그에게 ‘독립 한 번 해 볼래?’하는 제안을 건넸고 대표는 받아들였다.
“제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하니까 그런 부끄러움이 사라졌어요. 그때 제 나이 스물 넷이었어요. 젊었죠. 젊은 나이에 사장님 소리 들으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당시에는 장사도 잘 됐거든요. 주위에 회사 다니던 친구들도 자기들 월급의 몇 배를 제가 버니까 부러워하고. ‘내가 선택을 잘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송재선 대표 자신의 나까마 일이 시작됐다. 전 철물점 사장은 포항 시내로 자신의 판매 범위를 정했고 새로 일을 시작한 송 대표는 시외 호미곶 근교부터 경주, 그리고 동해안 지역까지 장사를 다녔다. 멀리는 강원도 동해까지 2박 3일로 장사를 다니기도 했다.
나까마 일은 참으로 고된 일이다. 사람 사이 ‘갑을(甲乙)’관계 가운데 ‘을 중의 을’이 아마도 나까마일 것이다. 그래도 선함이 물씬 풍겨나오는 송 대표의 인성은, 자신의 거래처를 넘겨주면서까지 독립을 제안했던 전 사장님처럼, 그의 인생살이에 큰 힘이 되었다.
독립해 장사다니던 송 대표가 자신의 가게를 차릴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의 인성 덕분 아니었을까? 독립 전부터 오랜 시간 거래해 오며 그를 좋게 본 노부부가 운영하던 매장을 대표에게 넘긴 것처럼 말이다.
“오천 재래시장에서 철물점 운영하던 할머니 할아버지예요. ‘힘들어서 그만 두려는데 네가 맡아서 해 봐라’하시길래 물려받았어요. 정말 가족 같은 분들이셨거든요. 그 때가 신혼 때였는데 집사람 아무 것도 모르고 와서 시장에서 철물점 가게 보고 저는 또 밖으로 장사다니고 그랬죠.”
물려받은 시장 철물점은 인계 초기부터 장사가 잘 됐다. 그렇게 13년 동안 재래시장에서 철물점을 운영한 송 대표는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던 매장을 정리하고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지난 2021년, 새 공구상 문을 열었다. 다이소를 벤치마킹한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 공구상이라기보다는 마치 편의점같은 노아종합철물이다. 새 매장 오픈 초기, 시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장사가 잘 될 것을 기대했지만 시장에서의 장사와 아파트단지 한복판에서의 장사는 한참이나 달랐다.
“처음에는 ‘괜히 여기로 왔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시장에서 잘 팔리던 물건들을 주로 들여놨는데 판매 품목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시장에서는 촌에서 많이 쓰는 농기구나 개줄, 쥐덫 같은 게 잘 나갔거든요. 그런데 이쪽에서는 수공구나 전기 재료, 수전용품, 실리콘 같은 게 주로 팔려요. 생각을 잘못 했던 거죠.”
새 매장에서 1년여의 시간을 장사하며 판매 품목을 전환하고 구색을 넓혀가면서 매출액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매출액 안정에 도움이 된 요소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홍보다.
노아종합철물 송재선 대표는 홍보(마케팅)에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노아종합철물 건물의 옥상에도 큰 간판을 달아 멀리서도 철물점임이 눈에 띄도록 해 두었고 근처 주유소의 현수막 게시대와 시에서 운영하는 게시대에도 월마다 비용을 내며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또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검색광고를 진행 중이다.
“인터넷 검색광고 효과를 봤던 게, 작년 9월에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쳤을 때예요. 그때 포항제철에도 불이 나고 현대제철 공장에도 난리 났었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청소용 공구 구하려 인터넷에 포항 철물점 치니까 노아종합철물이 나왔던 거죠. 또 피해 업체들이 이쪽 남구 쪽이었기도 하고요.”
태풍 피해 복구에는 빗자루, 고압세척기, 블로어 등 각종 공구들이 사용된다. 힌남노 당시 노아철물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불난 듯 걸려오는 제품 문의 전화에 대응했다.
“전화로 빗자루 200개 있어요? 문의 오면 네 있어요 하고 대답했죠. 피해 본 분들에게는 물론 슬픈 일이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노아종합철물 송재선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각종 마케팅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또한 주택가 중심에 위치한 현재 매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시 외곽에 넓은 새 매장을 차리고자 한다.
“지금 저희가 건자재도 취급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건자재는 제대로 하려면 창고도 있어야 하고 넓은 면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 근교에 넓은 부지를 구입해 건자재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매장을 꾸리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