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기 남양주 현우종합상사
일반적인 공구상과 기업화가 된 공구유통상사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자기가 가진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다. 김진태 대표가 운영하는 현우종합상사는 전동공구 브랜드를 키우면서 공구상을 넘어 공구유통상사로 성장하고 있다.
공구유통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는 제품군은 전동공구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국내외 유명 전동 브랜드들과 더불어 새로운 전동공구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우종합상사 김진태 대표의 전동공구 브랜드 쥬피터는 2017년부터 국내에 선보인 브랜드다.
“과거에 나까마라고 하죠? 지방을 다니면서 화물차에 공구 싣고 판매하는 장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에 보따리 무역상으로 일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이 모여서 공구유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산 공산제품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계십니다. 현우종합상사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쥬피터와 엑스코트 제품은 제작 원가가 마냥 저렴한 전동공구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중국 제조공장을 설득해서 제작 원가를 더 높여 안전성, 성능을 높인 제품만 제작해 들여오고 있죠. 쥬피터가 가성비 좋은 전동공구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현우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총 10명. 디자이너, 온라인 쇼핑몰 관리직원, 영업, 배송, 무역 등 다양한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전동공구 도매 및 온라인으로 다양한 공구를 판매하는데 2021년 80억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00억 매출을 확신하고 있다.
현우종합상사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공구를 판매하고도 있지만 온라인 유통을 본업으로 시작한 업체가 아니다. 전동공구를 도매로 보다 더 잘 판매하기 위해 온라인유통을 시작한 경우다. 현재 공장 및 건설현장 납품, 개인 소매 판매 매출 비중도 높지 않다. 오직 전동공구 도매 및 온라인 유통을 주력으로 승부한다.
“시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동공구를 들여와서 다수의 소매상을 거래처로 삼아 판매를 하는데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전동공구 판매업체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쥬피터나 엑스코트 제품을 보여주며 이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되고 또 AS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죠. 그래서 저도 온라인 유통을 하게 된 것이고요. 밀워키, 디월트, 계양과 같은 다른 전동 브랜드도 다 판매합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서 보따리 무역상처럼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전동공구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고요. 전동공구 액세서리를 판매하면서 시작했죠. 자본금도 적었고요. 여러 번 실패를 하면서 또 다시 쓰러지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야 된다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장사를 직접 판매하면서 나만의 전동공구 브랜드를 키우고 있죠.”
김진태 대표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여러번의 실패도 겪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에 10대 시절부터 공구상에서 일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 10대에는 청계천의 공구상 직원으로 일했고 20대에는 화물 트럭에 공구를 가득 싣고 지방을 전전했다.
“20대에는 나까마를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는데 20대 후반에 결국 부도가 났습니다. 대형 공구유통업체들이 지방의 공구상으로 배송 진출하면서 설자리를 잃었거든요. 받을 돈 못 받는 부도를 맞고 빚잔치를 했죠. 그 이후에는 공구업계는 관심을 끊었어요. 하고 싶지 않았고요. 호구지책으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웨딩카 운전 일을 했고 리무진 웨딩카 대여 사업으로 재기했습니다. 30대 초중반까지 사업이 잘 되었어요. 그런데 2014년 세월호가 터지면서 웨딩문화가 바뀌고 또 다시 쓰러졌지요. 나이 서른 다섯에 다 정리하니 남은 돈이 5백만원 있었어요. 마음 다 잡고 중국으로 가서 보따리 무역상 일을 시작 했습니다. 화장품을 떼어다 판매도 하고요. 패드 쿠션을 한국에 들여서 판매도 해보았죠. 마음이 아파서 공구쪽은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고민하다 내가 할 수 있으니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여러 번의 실패와 시련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술을 마시고 자책하는 일은 가족을 보면서 결코 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 좌절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대단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관이다.
김진태 대표는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 겨우 하는 수준이다. 그런 그가 중국을 오고 가며 무역업을 했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다.
“한참 보따리상으로 일을 할 때는 1년에 60번 중국을 오고 가고 했었습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실패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중국에서 진짜 내 사람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친구보다 형제에 가까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하죠. 저는 2년 동안 믿을 수 있는 한국인이라는 신용을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국 사업가의 시각에서도 처음 보는 한국 사업가를 쉽게 믿기는 어렵거든요. 한국에서는 내가 이만큼 팔아주니까 상대방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갑을관계처럼요. 그런데 중국은 다릅니다. 함께 이득을 보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 형제가 되고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형제의 신용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 물꼬가 터집니다. 겸손해야 하고 의리, 신용을 지켜야 합니다.”
실패도 큰 경험이다. 1인으로 시작한지 몇 년 안되어 100억 매출을 올리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김진태 대표는 나까마를 하며 공구와 유통구조를 배웠다. 웨딩카 대여업을 할 때는 바이럴 마케팅, 보따리상을 하면서 중국 문화와 수입 물류시스템을 경험했다. 이후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판매기법을 연구하며 실력을 쌓은 것. 쥬피터, 엑스코트 브랜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공구인들에게 오래 오래 친숙한 유통업체로 남겠다는 그의 목표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