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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기 평택 ㈜태성건재판넬

 

철물건재 초짜 대표의 짠내나는 매장 운영기

 

경기 평택 ㈜태성건재판넬 전승우 대표

 

 

 

 

스물 넷,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철물건재상 운영을 시작한 태성건재 전승우 대표. 그가 말하는 지난 5년간의 짠내나는 매장 운영기.

 

 

전승우 대표는 건자재상 운영을 위해 사업 초기, 지게차 면허증을 땄다.

 

삼촌의 권유로 시작한 건재상 운영


저희 삼촌이 건설사를 오래 운영해 오셨거든요. 제가 군대 전역하고 집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삼촌이 건재상 한 번 해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건설사를 하다 보니까 건재상이라는 직업이 괜찮다는 게 보이셨던 모양이에요. 삼촌이 밀어줄 테니까 딱히 할 일 없으면 해 보라고 하셨어요. 물건도 자기 회사에서 써 준다고요.
그때 제 나이가 스물넷이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건재 쪽에 관심도 없었고 아무 것도 몰랐죠. 그래도 한 번 해 보자 했어요. 요즘 제 나이 또래 젊은 친구들 가운데 대기업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들 거기서 거길 텐데 저는 일단 삼촌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으니까 뭐라도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비벼 보자 했던 거죠. 그렇게 운영을 시작한지 이제 5년 됐네요.

 

매장 옥상의 태양광 패널. 대표는 건물의 지붕 설치 허가가 잘 나지 않을 때 태양광 패널 설치를 추천한다. 허가도 쉽게 나고 설치비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며 전기료까지 벌 수 있다.
 

어린 나이 온갖 경험 다 한 대표


처음에는 지금 건물이 아니라 저 밑에 조그마한 창고에서 시작했는데 화장실도 없는 건물이었어요. 성남이 고향집인데 여기 평택 변두리로 오니까 근처에 식당도 없어서 매일같이 근처 똑같은 백반집에서 밥 먹고. 잠은 저렴한 원룸 구해서 자고 그랬죠. 그래도 삼촌이 소개해 준 직원분과 둘이서 열심히 했어요. 제가 면허도 없었거든요. 건자재상 일 하려면 트럭에 물건 싣고 배달도 해야 하니까 1종 보통 면허도 따고 지게차 운전면허도 땄죠.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일단 아침 일곱 시에 출근하는 것 부터요. 일곱 시에 문을 열려면 최소한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하니 쉽지 않더라고요. 또 물건 나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레미탈(모래가 섞인 시멘트) 한 포대가 40kg인데, 이게 진짜 장난 아니에요. 파레트에 50포대 싣고 현장 가서 그걸 다 제 손으로 내려야 하는데 한 포대 들고 다섯 걸음만 움직여도 힘들거든요. 한여름에는 진짜 죽어나요.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요. 저 혼자 다 내리고 옮기는 수밖에 없죠.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발품 팔아 거래처 뚫어


지금 솔직히 거래처 많거든요. 삼촌 건설사에서 물건을 써 줬지만 거기 말고 다른 건설사 거래처들은 다 직접 뚫은 거예요. 물건 배달 나갔다가 현장이 보이면 다니면서 명함 돌리고. 저희 매장을 알리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죠. 건설 현장 납품처 뚫으려면 무조건 처음에 들어가야 해요.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컨테이너가 들어왔다. 그러면 가야 해요. 건설사 분들도 다 거래처가 있으시겠죠. 그래도 지역이 달라지면 가까운데서 쓰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무조건 들어가야 해요. 또 현장 지게차나 크레인 하시는 분들과 친해지다 보니까 그 분들이 지금은 말을 해 주세요. 여기 지금 공사 들어가니까 가서 명함 줘라, 하고요. 그런 인맥 같은 게 이 쪽 건설현장 쪽이 가장 심한 것 같아요.

 

밀워키 대리점이기도 한 태성건재판넬.

 

가장 힘들고 중요한 건 판매 아닌 수금


그런데 건설사에서는 물건을 선금 주고 잘 안 쓰거든요. 요즘 같은 시대에도 다 외상이에요. 말로는 한 달 후에 준다고 하는데, 두세 달은 되어야 들어오니까. 사실 물건 파는 건 어렵지 않아요. 현장 가서 몇 번 얘기 하다가 잘 맞으면 물건 납품하는 거고, 안 맞으면 안 하면 되고. 그래도 써 달라 써 달라 하면 안 써 주시는 분들 별로 없어요. 사실 물건 파는 것보다 돈 수금하는 게 제일 힘들고 또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물건 파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어요. 그냥 물건 싣고 배달만 해 주면 돼요. 그런데 수금이 힘들죠.
처음 시작할 때는 수금 때문에 진짜 많이 힘들었어요. 돈 떼인 적도 많고요. 어쩌면 지금까지 물건 팔아서 받은 돈보다 떼어 먹힌 돈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건자재 쪽은 계약서라는 게 없다시피 해요. 큰 액수를 계산해도 계산서 안 끊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자기는 부가세 필요 없다고 그냥 현찰로 주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돈을 안 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일이 커져요. 왜냐면 물건을 팔았다는 증거가 없거든요. 그래서 깨달았죠. 계약서는 꼭 끊어야 한다는 걸요.

 

도매 업체의 소비자 직거래로 가격 붕괴


저는 토요일도 나오고 빨간 날도 나오고 일요일 오전에도 매장에 나와요. 그리고 일곱시 퇴근인데 저녁 먹고 씻고 하면 아홉시 열 시에요. 그냥 졸려서 자 버려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매장 운영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매장 운영에 대해 요즘 고민하고 있는 건 ‘인터넷 판매를 시작해야 하나?’ 하는 거예요. 요즘은 도소매가 많이 무너졌거든요. 소비자들은 사실 꼭 저희 같은 건자재상을 이용할 필요 없어요. 직거래로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으니까. 10년 전까지만 해도 레미탈을 시켜도 다 건자재상에서 나갔는데 요즘은 시멘트 도매 하는 업체에서 곧장 현장으로 보내버려요. 그것 때문에 저희 소매상들은 많이 힘들죠. 그렇게 된 지 좀 됐어요.
요즘 보면 레미탈 한 포대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 배달해 주고 그래요. 가격도 저희랑 똑같거나 오히려 저희가 더 비싸요. 그래도 저희를 이용하는 건 전화만 하면 곧바로 갖다 주니까. 그거 아니면 우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겨서 세상이 많이 좋아진 건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더 힘들어진 거죠.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전승우 대표의 모친은 매장의 회계경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들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온 아버지


매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제 성격이 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하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짜증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내고. 원래는 안 했는데 요즘은 욕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죠. 그래도 제가 아직 어린 나이다 보니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아들 같고 하니까. 미운 분들도 많은 반면에 좋은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 덕분에 견디고 계속 하는 거죠.
처음 일 시작했던 작은 창고 매장에서 지금 매장으로 확장해 옮긴 지 이제 2년 됐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 아버지도 매장으로 오셨어요. 부모님 오신 다음부터 건자재와 함께 공구 쪽도 판매하기 시작했죠.아버지가 원래 전기 쪽 일을 하셨어서 저보다 공구를 더 잘 아시거든요. 어머니는 매장 회계경리 일 하시고요. 이렇게 저와 함께 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또 은인처럼 지원해 주시는 삼촌이 있는데 제가 힘들다고 그만 두는 건 말이 안 되겠죠. 지금 제 목표는 연매출 50억을 달성하는 거예요. 그리고 매장 옆 땅을 사서 창고를 넓혀 품목을 더 늘리고 싶어요.
힘들지만 목표를 이루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 볼 생각이에요.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