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부산 미래종합공구
미래종합공구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소매 전문 업체다. 공구상 직원, 제조사 영업사원 경력으로 독립해 성장해온 김덕우 대표의 30여년 공구장사 노하우를 들어본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 전까진 공구와 아무런 연이 없었다. 학업을 마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한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부산의 한 공구상에 취직을 먼저 하게 됐다.
“니퍼가 뭔지도 몰랐어요. 군 제대하고 공구상에 근무하다가 대원금속이라는 공구제조사로 이직해서 오래 일했어요. 공구는 유행 타는 분야도 아니고, 전문성이 필요해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니까, 창업하기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1988년 압착기, 에어건 등을 생산하는 대원금속에 입사해 2년 만에 생산·외주관리, 전국 영업, 결제, 수급까지 책임자로 뛰어다닐 정도로 열심히 배우며 일했다. 그렇게 2002년, 퇴직 후 창업초기 자금을 모아 부산 사상 산업용품유통상가에 공구상을 열게 된다. 김 대표는 공구를 배워서 창업했듯, 일하면서 습득한 경험이 곧 노하우가 된다고 말한다.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영업을 오래 하신 분들은 가게 입구만 들어가면 냄새를 맡아요. 이 집은 잘 되겠다, 부도가 나겠다. 군대말로 짬밥이죠.”
초창기에는 재고를 갖출 자금이 부족해 빈 박스로 가게를 채우고 장사했다. 시작 하자마자 거래처 부도로 2천만 원의 손실이 났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고 매달 번 돈으로 조금씩 갚으면서 재고를 늘려나갔다. 창업하고 4년은 명절 외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노하우를 쌓아갔다. 그는 경험 없는 초보 공구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로 똑같은 마진율을 적용하는 것을 꼽았다.
“좋은 물건을 비싸게 팔아도 안 되지만 너무 싸게 팔아도 안 돼요. 적당한 마진을 봐야하죠. 그렇다고 얼마 받아야할지 몰라서 모든 물건에 똑같은 마진율을 붙이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전부 매입가의 20%씩 더 붙여 팔면 손님들은 어떤 건 너무 싸고 어떤 건 또 비싸다고 생각해요. 수요와 공급이 기반이니까 품목별로 시장 가격을 파악하고 경쟁사를 고려해서 수입제품 등 마진을 많이 볼 것은 보고, 어떤 건 더 적게 남기기도 해야지. 그래야 소비자가 비싸다는 생각을 안 해요.”
실제로 장사하면서 ‘싸게 판다’, ‘남는 게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팔면 당연히 남는 게 있어야 한다. 처음 오는 손님 입장에서 모든 물건이 비싸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는 “이 집은 싸진 않지만 바가지는 안 씌운다”는 인상, 믿고 살 수 있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고 마음을 팔아야 해요. 나를 보고 사기꾼 같다 싶으면 오겠어요? 가장먼저 믿음을 줘야죠. 내가 만원이라 하면 만원에 팔면서 신뢰를 쌓아야 해요. 손님한테서 9천원, 8천원으로 깎아달라고 시달리면 장사 오래 못해요. 단골손님은 제가 만원이라 하면 그냥 만원 주고 사가세요. 믿으니까요.”
또 고객이 상품을 사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브랜드의 옷이라도 그 사람한테 안 어울리고, 사이즈가 안 맞으면 못 입잖아요. 일단 손님이 무엇을 찾는지 알아야 해요. 브랜드 좋고 성능 좋은 게 필요한지, 싸고 가성비 좋은 게 필요한지요. 가정에서 간단한 작업에 필요한 드릴을 찾는데 산업현장에서 쓰는 함마드릴을 소개할 수 없으니까요. 판매원은 제품을 모르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세팅해줄 줄 알아야 해요.”
미래종합공구는 5년 전 매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썼다. 공구 성격에 맞게 진열장을 짜 맞추고 안전용품과 수공구류 등 복잡해보이거나 흔한 제품은 가게 안쪽으로, 전동 엔진 등 멋있고 부피가 큰 제품들은 출입구 쪽으로, 측정 및 절삭류는 계산대 근처에 바로 꺼내줄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계절상품 등 수량이 많은 재고는 매장 내 작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2, 3층으로 구역을 나눠 일목요연하게 진열해뒀다. 제품을 일일이 닦지 않아도 먼지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잘 팔리는 품목을 파악해 구색을 맞춰 가면 악성재고가 남지 않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장사는 물건이 싱싱하게 살아있어야 해요. 먼지 쌓이고 지저분하면 ‘이 집은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되거든요. 횟집 수족관에 시원한 물이 흐르고 깨끗해야 회를 사먹고 싶듯 공구상에는 오래돼서 썩는 물건이 없고, 재고가 깔끔하게 진열돼있어야죠. 또 여기 뒀다 저기 뒀다 하면 바쁠 땐 못 찾아요. 항시 물건은 제자리에 두고, 각 품목별로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빠지는 즉시 매입 주문을 해야 돼요. 다품목 소량 구매하는 소매 손님을 상대해야 하니까요.”
매장 특징을 나타내는 디스플레이에는 간판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주요 취급품목을 알리는 제품 간판과 상호 로고 디자인도 사진을 넣고 직접 그려 구성했다. 미래종합공구 로고의 초록 새싹과 붉은 태양 형상은 젊고 희망찬 미래 일꾼을 상징한다.
김 대표는 소매전문답게 입담이 좋다. 친분 있는 거래처로부터 매입을 받으며 ‘고맙구로 이거밖에 안줘, 내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더줘~’ 라든지, 무조건 가격 깎아달라는 손님에게 ‘이 제품은 깎는 게 아니라 절단하는 기라~’, 매장이 깔끔하다는 칭찬에 ‘내가 생긴 건 이래도 깔끔한 거 좋아해’ 등 상대와 상황에 따라 비유와 유머를 섞는다. 그렇다고 대화가 무작정 가볍진 않다. 30여 년 간 쌓아온 제품 지식과 경력으로, 공구업의 연륜만큼 말 한마디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여유와 웃음이 담겨있다. 예전엔 수술로 몸이 아파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일찍 퇴원해 출근하고, 건물주가 집을 팔아 부리나케 가게를 옮겨야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온 건 공구에 진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공구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 ‘80살까지 쭉 일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