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전북 익산 대형공구
2세 아들이 함께하는 공구상은 여럿이지만 아들과 딸 그리고 며느리까지 함께 일하는
공구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라북도 익산 대형공구는 다섯 식구가 함께 운영하는 공구상이다.
그야말로 ‘대형공구’답다.
전라북도 익산시 익산 제2일반산업단지(2공단) 바로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공구는 겉으로는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공구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있는 매장이다. 다른 이유가 아닌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에 아들의 와이프 며느리까지, 다섯 명의 식구가 한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보통 가족이 함께하는 공구상이나 2세가 함께 근무하는 공구상이라고 해도 대표인 아빠와 아들 거기에 대표의 사모 정도가 일반적인데 딸과 며느리까지 온가족이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공구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들 같이 일하고 싶어 하니까 하는 거죠. 말릴 이유는 없잖아요? 가족이 다 같이 공구상 일을 하니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물론 있어요. 좋은 점은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 나쁜 점은 아무래도 직원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주인이니까’하고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
대형공구 이기형 대표의 말이다. 그래도 대형공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대형공구에 오면 다들 기분이 좋아진다 말한다. 아마 젊은 아들 딸 며느리들이 매장 분위기를 살려준 덕분일 것이다.
대표의 아들 이상민 과장은 올해 나이 스물다섯. 3년 전 군대를 제대한 후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낸 뒤 매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빠와 함께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그러다 대학에 입학해 1년을 다녔는데 딱히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군에 입대했다가 전역날부터 매장으로 와 일을 시작했죠.”
과장과 결혼해 1년 전쯤 매장으로 온 대표의 며느리이자 과장의 부인 김지우(25)씨는 헤어 디자이너였다. 연애 시절 미용실에서 일하는 부인의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고 공구상 일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버지께 함께 일하면 어떨까 물었다는 이 과장. 대표의 승낙에 작년부터 매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김지우 씨는 공구상 일이 매력적인 일이라 말한다.
“남편과 같이 살려면 제가 밖에서 따로 일하는 것보다 같은 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공구 이름 외우는 것도 힘들고 그랬는데 1년쯤 하다 보니까 재밌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여자하고는 관련이 없는 일인 것도 같은데 저는 그 점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대형공구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물 운영을 담당하는, 이기형 대표의 딸이자 이상민 대리의 동생 이수정씨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 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빠 매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스물다섯 대리 부부도 그렇고 젊다기보다 어린 나이들이다.
“요즘 저희 딸 나이 또래들이 자기주장이 강하더라구요.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면 안 해요. 대학에 가라고 했는데 싫대요. 공구상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던진, 나중에 따님 남편도 같이 와서 일하는 거 아니냐는 말에 대표는 사실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구상하는 미래 대형공구의 모습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 꿈은 아들 이상민 대리로부터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대리는 포부가 크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딱딱 잡혀 있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제품을 직접 출시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요. 도매도 하면서 중국 쪽 브랜드를 제가 수입을 해서 직접 판매하는 거죠. 저희 대형공구만의 브랜드로요.”
그 계획은 어쩌면 벌써 실행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대리는 공구상에서 일을 하며 어떤 공구가 좋은 것인지 공구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있고, 동생 이수정씨와 부인 김지우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훗날 들여올 공구의 판매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아빠의 공구상에서 일하는 이상민 대리에게 부럽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미 탄탄하게 다져둔 기반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요즘 여섯시 반 출근인 회사가 있을까? 그리고 일곱 시 퇴근에 토요일도 무조건 출근해야 하는 회사라면 과연 어떤 청년이 입사 원서를 넣을까. 공구상 2세들에게는 일반적인 근무 시간이 그렇다. 이 대리는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노력에 달린 일이라 말한다.
“거래처에서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요즘 공구상 말고도 2세가 이어서 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잘 되는 회사가 없다고.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빠 얼굴에 먹칠하는 거란 생각을 매번 해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매장에서 싫은 상황이 오더라도 싫은 소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잊어버린 것 같아요.”
이상민 대리는 고객을 상대하는 상황이 아니라 친구관계에서도 화내는 방법을 잊었다 말한다. 대리 뿐 아니라 그의 아내, 그리고 여동생의 마음도 똑같지 않을까. 그들의 밝은 얼굴 속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대형공구라는 가게 이름의 뜻은 물론 ‘큰 공구상’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기형 대표에 따르면 ‘큰 대’에 ‘채울 형’자를 써, 매장 안을 크게 채워 넣겠다는 의미로 작명한 것이라 한다. 2007년 창업 이후 공구들로 가득한 매장에는 아들 딸 며느리가 와 더 꽉 채워졌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대리 부부의 아이가 태어났다. 태명은 샛별이. 이른 아침 샛별을 보며 공구상으로 출근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먼 미래, 샛별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진 대형공구를 채우는 조각이 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