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전북 전주 신성테크
건설 납품전문 신성테크는 전문품목에 대한 지식과 수리 노하우로 고객 실수까지 바로 잡아주고,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누구보다 빠른 대응이 강점이다.
2009년 전주 공구거리에서 문을 연 신성테크는 3년 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전미동으로 이전했다. 500평 규모의 너른 마당과 2층 건물을 세웠다. 납품전문 상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외곽이지만 고속도로와 가깝고 도로가 복잡하지 않아 납품손님이 찾아오기 좋은 장소라는 판단이었다. 주소를 따라 찾아간 이곳은 간판과 실내가 보이지 않아 주택이나 카페로 착각할 듯한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마당에 쌓인 물건을 보지 못했다면 지나칠 법 했다.
“건물을 지을 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카페 생기냐고 물어봤었어요. 소매 손님보다는 납품을 주력하면서 간판이 없어도 되겠다 싶었고, 재고를 두기 쉽게 대형 창고처럼 설계했어요. 큰 매장을 관리하다보니 정리정돈은 생각보다 어렵네요.”
차 대표는 시내 매장과 떨어져 있던 창고의 재고를 한 데 모으고, 넓은 매장과 마당을 활용해 전보다 많은 품목을 둘 수 있게 됐다.
신성테크는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 직원들은 배달, 재고관리, 현장방문 등 분업화되어 있고, 전산마감과 여직원 출간휴가 기간이 겹쳐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차 대표는 인터뷰 중에도 수차례 통화와 손님맞이로 눈코 뜰 새 없었다. 다들 어렵다는 경기가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저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큰 업체 위주로 거래해요. 개인은 현금거래만 가능하다고 얘기하죠. 1~2년 전부터 경기가 침체되면서 힘들어졌잖아요. 그래도 매출이 줄진 않았어요. 제살 뜯어먹기 식으로 싸게 안 팔고 단가는 이익률 10~15%를 잘 맞춰서 판매하려고 해요. 시장 가격이 흔들리지 않게 장사해야죠. 그래야 오프라인 공구상들이 살아남아요.”
신성테크의 주 거래처는 건설업체와 공단 산업체, 관공서다. 일반적인 공구보다는 설비자재, 유공압 기계, 안전용품 등 건설공구와 철물에 특화되어있다. 그는 공구 일을 하려면 다재다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끼가 많아야 해요. 저희가 취급하는 게 거의 모든 분야잖아요. 일반 생활용품부터 수공구, 전자제품, 전동 엔진공구 등 많은 걸 알아야 하니까요. 직접 수리도 가능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기계만지는 걸 좋아했어요. 오토바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뜯어 고쳐보기도 하고, 요즘도 지인 가게 가면 수리하는 법을 가까이 가서 살펴봐요. 창업 전에는 공구상, 창호, 컴퓨터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바탕이 되었고요.”
그는 기존 고객을 잘 유지하는 노하우로 빠른 현장 응대를 가장먼저 꼽았다. 건설현장은 설계 도면을 토대로 공사단계가 정해져있긴 하지만 변수가 많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렵다. 이 때 공구상은 현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현장에서 주문이 오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배달해야해요. 엔진공구는 판매 후에도 문제시 즉시 A/S 관리를 해줍니다. 그래야 공사 지연으로 손실이 안 생기니까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 대부분은 재고로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요. 주문 받을 때도 많은 지식이 필요해요. 가끔 현장 담당자가 실수로 잘못 주문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품목을 캐치해서 수정해줄 정도로 경험이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큰 배관인 이중벽관을 연결해서 쓰려면 벽관밴드라는 전용 커플링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중벽관에는 기본소켓이 달려있어서 그걸 커플링으로 착각하고 관만 주문하는 경우가 있어요. 관을 기본소켓만으로 연결하면 누수가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벽관밴드도 주문하셔야 한다고 알려드리죠.”
못을 주문하면 망치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는 차 대표. 주문 품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한 번 더 문제를 체크해줌으로써 믿고 맡길 수 있는 거래처가 되어준다.
공구 사업을 한다면 제품 트렌드를 늘 살피는 것이 숙제. 변화를 파악하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현장 거래처 방문이 필수다.“요즘 전시회도 잘 못 가게 되니까 거래처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요. 신제품, 주목할 만한 상품을 소개하는 전단지도 살펴보고요. 영업 담당자에게도 물어봐요. 특히 직접 현장을 다녀보면 소비자들이 더 잘 알아요. 우리는 많은 품목을 다 봐야하니까 작은 부분을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는 필요한 정보를 저희보다 더 파고드는 거예요. 소비자도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잖아요. 현장 실무자들을 만나면 ‘이런 새로운 제품도 있으니까 알아봐주십시오’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아셨어요?’, ‘저보다 더 잘 아시네요’ 하고 칭찬해드려야 해요.”
차 대표는 군 전역한 아들 차명건 씨가 1년째 함께 하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더 책임감을 갖고 배우고 있다고 한다. 신성테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유지보다는 성장, 변화다.
“단순히 오프라인 소매 손님만 생각해서 공구사업을 준비한다면 저는 말리고 싶어요. 지금 상태로 계속 이어나가는 건 전망이 어두워요. 저는 앞으로 아들과 머리 맞대고 아이템을 찾아나가야죠. 시대에 대응하려면 변화를 줘야 해요. 기존 거래처를 탄탄히 유지하면서 건설현장에서 적지 않게 쓰이는 품목들을 더 취급하려 하고요. 더 좋은 제품을 더 좋은 가격, 적시적소에 공급해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고 있어요. 지금 총판을 하고 있는 벽산 건축자재처럼 저희가 기존에 취급 안하던 품목들을 홍보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야죠.”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도 구상중이다. 어려운 일본 건축용어 대신 도면 클릭 시 용도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등 시각화한 소통방식을 구현하고 싶다는 차 대표.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