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북 청주 청원공구
공구와 상관없는 일을 하던 대표가 차린 1세대 공구상. 대표는 유튜브로 공구를 공부해 공구 전문가가 됐고 사모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구상 마케팅으로 홍보를 전담하고 있다. 김수현 남수현 두 수현의 즐거운 철물점, 청원공구를 방문해 보자.
서울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처럼 충청북도 청주시의 중앙을 흐르는 무심천. 천계천 하면 공구거리가 떠오르듯 무심천 복개도로 역시 청주 사람들에게는 ‘공구상 거리’ 혹은 ‘공구 빌려주는 라인’이라 불린다. 청원공구철물상사의 위치는 바로 무심천 인근. 그리고 청원공구의 특이사항은 대표와 사모의 이름이 같다는 것.
“저희 남편 이름이 김수현이고 제가 남수현이에요. 청첩장 돌렸을 때 전화 많이 받았어요. 신랑신부 이름 인쇄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하. 저희도 참 신기해요 어떻게 같은 이름을 만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에도 소개글에 ‘두 수현의 즐거운 철물점’이라고 적어 뒀어요.”
요즘 한창 ‘핫’한 SNS인 인스타그램(인스타). 젊은 세대들의 검색 흐름은 블로그에서 인스타로 건너온 지 한참이다. 공구에 관심있는 청년들, 청년 목수들은 인스타에서 공구 또는 공구상을 찾곤 한다. MZ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인스타는 스며들고 있다.
청원공구가 문을 연 건 2018년 11월. 김수현 대표는 공구와 전혀 관계없는 일반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보다 공구상이 괜찮은 사업이라는 판단이 들어 청원공구를 차린 공구상 1세대다. 처음엔 대표 혼자 일을 하다 1년 전쯤, 대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사모를 설득해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수현 사모는 올해 5월부터 청원공구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게시물 업로드를 전담하고 있는 중이다.
“제 친구가 커튼 제작하고 그런 일을 하는데 팔로워 수가 5000명이 넘는 유명 인스타그래머거든요. 그 친구가 저한테도 인스타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예요.”
공구에 대해 초보이기도 한 사모는 집중해 게시물을 올리면 자기 머릿속에도 남겠다는 생각으로 업로드를 시작했다. 처음엔 마케팅 쪽으로 별 효과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해온 지 반년 정도 지난 지금, 인스타 검색창에 ‘철물’을 검색하면 첫 목록에 청원공구가 검색되고 팔로워 수도 1000명이 넘는다. 열심히 게시물을 올린 효과다.
“인스타 보고 많이들 오세요. 글을 쉽고 재밌게 쓴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제가 보람을 느꼈던 건 60대 넘은 고객분이 매장을 찾으셔서 자기가 청원공구 인스타 없으면 심심해서 못 산다고 하시는 거예요. 뿌듯하더라고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 시간을 들이고 약간의 노력만 더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SNS마케팅의 장점이다.
인스타 마케팅을 전담하는 남수현 사모와 더불어 김수현 대표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을 상대하며 고객이 찾는 공구를 설명하고 또 공구 수리까지 전담한다. 청원공구 오픈 전까지는 공구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에게 스승처럼 공구에 대해 알려 준 건 공구 관련 유튜브 채널들이다.
“유튜브가 제 선생님이죠. 유튜브 보고 다 배웠어요. 철물점TV, 황부장 채널 그런 동영상 보고 공부하고 또 그걸 기본으로 제 나름 열심히 노력했죠. 공구 수리도 유튜브 보고 많이 배웠어요. 철물점 공구상은 다른 소매업종이랑은 다른 게, 그냥 떼다가 팔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물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팔리는 거니까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거예요.”
공부도 공부지만 대표에겐 기계에 대한 센스가 있다고 사모는 말한다. 김수현 대표는 고객들이 가지고 온 고장난 공구들, 버리고 간 공구들을 전부 뜯어 부품을 하나씩 비교해 가며 수리를 익혔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공구에 대해 익힌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김수현 대표는 공구를 직접 뜯어보며 구조에 대해 익히고 수리를 공부했다. 그런 노력이 곧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손님이 물건을 구입하게끔 만든 방법이다. 같은 사양의 공구를 두고 브랜드를 고민하는 손님에게 대표는 각 브랜드 공구의 내부 구조를 이야기하며 알맞은 브랜드를 추천해 준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비싼 브랜드가 있고 저렴한 브랜드가 있어요. 비싼 건 왜 비싼지 설명을 해 줘야 손님들이 이해하고 구입해 가죠. 예를 들어 라쳇렌치 같은 건 안쪽 기어 이빨 수가 이 브랜드는 72개 들어가 있고 이 브랜드는 120개 들어가 있다. 손님들께 그런 설명이 필요한 거죠. 그래야 팔 수 있죠.”
스승과도 같은 공구 유튜브지만 대표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한다. 그것은 바로 공구에 대해 설명은 해 주는데 유명 IT유튜버들이 올리는 IT제품 분해 영상처럼 공구를 직접 뜯어 구조에 대해 하나하나 본격적으로 설명해 주는 채널은 없다는 것. 대표는 만약 자신이 유명해져 브랜드로부터 공구 협찬이 들어온다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주 콘텐츠는 아마도 상세한 공구 분해 영상이 될 테다.
김수현 대표와 남수현 사모, 두 수현이 운영하는 즐거운 철물점 청원공구의 목표는 현재의 매장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가게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물공구 뿐만 아닌 건자재까지 품목을 넓히고자 한다.
“지금도 손님이 요청하는 거라면 매장에 재고가 없어도 무조건 마련해서 갖다 드려요. 자기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물건은 웬만하면 안 구해주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무조건 구해 드리죠. 그래도 더 좋은 건 저희 청원공구를 방문해 한 번에 구입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거겠죠. 전 품목 구매 가능에 모든 공구 수리까지 가능한 공구상. 그런 매장으로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