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남 아산 화인종합상사
대규모 부지 위에 튼튼한 건물을 올리고 밝은 조명 속에서 깨끗하게 공구를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충남 아산 화인종합상사가 바로 그 주인공. 15년 넘는 세월 노력한 결과 최근 확장이전하면서 완전 새롭게 변신했다. 넓은 주차장과 많은 구색으로 화인종합상사는 아산 지역의 유명 공구상이다.
공구상을 시작한 사장님은 보통 직원으로 몇 년 일 한 이후 시작한다. 종업원으로 일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것은 드물다. 산업현장의 용어를 모르고 지역에서 사용되고 유통되는 공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인종합상사 박찬격 대표는 종업원으로 일한 기간이 하루도 없다. 오히려 다른 장사를 10여년 하며 어느 정도 자본을 모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는 옷과 화장품, 공구가 품목은 다르지만 장사 노하우는 비슷하다 말 한다.
“공구는 필수품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화장품이나 옷을 판매하는 것 보다 훨씬 쉽고 재밌습니다.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화장품이나 옷이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주요 고객인 여성분들은 아무래도 섬세하시고 가게 분위기도 중시하시니까요. 화장품도 자신에게 맞는 기준에 맞춰서 고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옷, 화장품을 사러온 고객분들은 남자인 저보다 여성인 아내와 상담하는 것을 더 편안해하더군요. 반면 공구는 달라요. 공구를 사러 오시는 손님분들은 가게가 다소 어지러워도 이해해주시고 처음 온 손님도 저를 어려워하시지 않죠. 물건에 대한 정보도 손님이 더 열심히 알려주세요. 15년전 처음 공구장사 할 때는 용어를 몰라서 크레텍 카탈로그를 옆에 끼고 살았어요. 공구 유통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물론 장사 본질은 같습니다.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손님이 필요하면 신속하게 배송하는 것이죠.”
박찬격 대표는 육군 장교 출신이다. 3사관학교에서 반듯한 교육을 받은 이후 군 작전계획 수립을 주로 했다. 청년 장교였던 시절 그는 열심히 일했고 미래도 보장된 듯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전역을 한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입사해 일도 해보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후 가족과 함께 의류사업에 뛰어들어 들게 된다.
소매 장사에서 위치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굉장히 크다. 서울 강남지역 월세가 비싼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가 많이 일어나서다. 박찬격 대표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어디서 사업을 시작할지 많은 연구를 했다. 군 작전계획 수립하듯 몇 달 동안 세심하게 여러 지역을 돌아보고 사업하기 좋은 지역을 정했다. 한정된 자본을 잘 활용해야 했기에 깊게 고민하고 연구했고 건물주인과 협상도 적극적으로 했다.
“처음 옷가게를 낼 때 위치 고민을 많이 했죠. 마음에 드는 가게는 비싸고 내가 가진 자본금에 맞는 가게는 마음에 들지 않고요. 처음 가게자리 내어 놓는 건물주에게 솔직한 내 사정을 말하며 협상을 잘 했습니다.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발품을 팔아 적은 비용으로 좋은 가게를 얻었죠. 사업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가게 자리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죠. 운이 찾아 왔을 때 살리는 것은 노력이고요. 사실 지금 마련한 공구상 위치도 쉽게 마련한 것이 아닙니다. 지역 정보를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투자가치 있는 땅 정보를 얻고 가치 평가를 위해 다방면으로 그 정보를 검토했습니다. 무엇을 팔던 가급적이면 내 가게에서 장사를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월세로 시작해도 금리가 낮을 때는 가능한 대출 받아 내 가게에서 장사하는 것이 낫죠. 당장 가게 매입이 힘들면 훗날 확장 이전 할 공간을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1997년부터 의류와 화장품 유통을 하면서 그는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함께 일하는 아내 권순향 실장은 그에게 따뜻한 조언과 응원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화장품, 옷 장사로 좋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지만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재고 자산가치가 큰 아이템 사업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고 내가 더욱 일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니 공구가 있었다. 2006년부터 공구장사를 시작하면서 미래에는 보다 큰 대형 공구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15년동안 정진한다.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화인종합상사는 굉장히 밝고 깨끗하다. 대규모 면적에 다양한 구색의 공구가 정리 정돈도 잘 되어 있다. 가게가 밝고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물건도 귀중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밝고 깨끗한 매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게 주인의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저는 우리가게가 지금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가게가 밝고 깨끗하고 디스플레이가 잘 되어 있으면 방문하신 손님분들이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옷가게, 화장품 가게를 하면서 서비스와 전시, 진열에 신경을 썼던 것이 공구유통업에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가게의 진열모습은 가게 사장의 의지가 나타나는 것이죠. 군인이 전투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 처럼요. 공장납품을 많이 하지만 찾아온 손님들이 가게의 모습을 보고 믿음을 가지시면 기분이 좋죠. 저는 공장납품을 주로 하면서 건설현장에도 납품을 하는데 공장설비시공이나 전기공사 위주로 합니다. 부도 위험이 적으니까요. 그리고 신속한 배달을 위해 화물차도 두 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구유통업은 대형이 아니고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이번에 새롭게 이전을 하면서 공간이 충분하기에 다수의 차량이 주차해도 대응 할 수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지역에서는 가장 좋은 공구상이 되고 싶습니다. 10년 후에는 더욱 크고 다채로운 제품이 가득한 매장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좋지 않은 경기로 많은 공구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화인종합상사를 보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하루 하루 벌어지는 일상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먼 미래를 대비해 계획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은 승리한다. 무려 15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화인종합상사의 모습에서 공구유통업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