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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강원 춘천 이레공구백화점

 

  

화재를 딛고 멋지게 변신

  

강원 춘천 이레공구백화점

   

 

 

 

 

춘천의 이레공구백화점은 최고의 시스템을 갖춘 공구상이다. 밝고 깨끗한 매장, 바코드 시스템과 친절한 서비스를 갖추면서 온라인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의 아주 오래된 업체도 아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춘천에서 공구상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가 시스템은 춘천 최고 


이레공구백화점의 전경은 어느 공구상과 다르다. 깨끗한 유리창이 돋보이는 외관은 넓은 주차장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게 앞에 이 물건 저 물건 전시되어 먼지가 쌓인 물건이 없다. 가게에 들어서면 밝고 깨끗한 매장에서 편안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손인규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제품 하나 하나 바코드처리가 되어있고 가격도 함께 붙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방문하신 손님분들은 보시고 고르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바코드 시스템은 손님분들께 믿음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구업계에서 일 해온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런 시스템이 있는 것도 몰랐지요. 여러 업체를 살펴보고 연구해서 처음 건물을 지을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대 사이가 넓고 제품 진열장을 결정하는 것도 많은 고민을 했죠.”
손인규 대표가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아들인 손민성 팀장의 노력이 크게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30년 후의 미래를 대비해 건물과 판매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젊은 감각을 지닌 사람도 기분 좋게 방문 하는 공구상이 되었다.

 

 
멋모르고 시작한 공구장사

 
손인규 대표는 처음부터 공구인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던 회사원이었다. 
“공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2006년에 시작했어요. 춘천에서 공구장사를 시작한 것이죠. 토박이도 아닌 제가 춘천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우연입니다. 아는 사람이 춘천에 비워진 상가가 있다고 싸게 준다고 해서 내려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직접 장사를 해보니 힘들더라고요. 좀 더 공구와 유통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서울 청계천에 가서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죠.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다양한 거래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하니 장사가 좀 되더군요.”
장사가 잘 되면서 손대표는 지금까지 이사만 3번을 해야 했다. 공구상 이사는 아주 힘든 일이다.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물건을 정리해 옮기는 작업을 하니 길게는 6개월씩 걸렸다. 장사는 자리가 중요하다. 보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남들은 시도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남보다 늦은 40대에 시작한 사업이기에 실패하면 더욱 안된다는 압박 속에서 가게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켰다.  

 

 

화재 위기를 새로운 도전으로

 
잘 되는 공구상이 위기를 맞는 경우는 여러 가지다. 부도어음을 맞거나, 중요 거래처가 망하거나, 도둑을 맞거나, 화재가 났을 때다. 이레공구백화점의 위기는 화재였다. 10년 넘게 열심히 일해 마련한 가게와 재고자산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화재가 났을 때 그 괴로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죠. 공구상은 재고가 자산입니다. 몇 년을 고생해서 쌓은 자산이 잿더미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더군요. 남은 것이 정말 하나도 없었기에 다른 업종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대략 8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으니까요.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서 며칠을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을 시작했죠. 체력이 있어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산도 다니고 몸과 마음을 정리한 다음에 대지를 구매하기 위해 땅 주인을 쫓아 다녔습니다. 더 이상 이사를 하는 것도 무리고 안정된 장소에서 다시금 사업을 하려면 내 이름으로 된 대지가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사정사정해서 땅을 구입하고 땅을 담보로 건축물을 올려서 공구상을 다시 시작했죠.”
손대표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첫째 요건은 건강과 체력이라 생각한다. 몸이 따라주어야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일 할 수 있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객지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열심히 일 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한 체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공구상 화재라는 위기도 신앙의 힘과 강인한 체력으로 극복해나갔다.     

 

 

미래를 보고 아들과 함께 연구

 
이레공구백화점은 가게를 다시금 세우면서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에서 가장 훌륭한 공구상이 되게끔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춘천의 지역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면서 가게를 새롭게 지을 때 받은 대출금을 다 갚고 자산 재고도 기존보다 더욱 많아졌다. 손인규 대표의 아들인 손민성 팀장이 유학생활을 접고 가업에 투신한 결과였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 공구상에 방문해서 그들이 가진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주요했습니다. 유럽에서 본 사업체들은 지역에 있어도 지저분하지 않고 밝고 깨끗하고 친절합니다. 공구상은 여기에 한국 특유의 빠른 속도를 더해야 하죠. 그래서 진열장 크기와 높이 폭을 결정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가 계속해서 공구상 운영을 할 각오를 했기 때문에 기존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운영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국 사람들의 눈높이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까다롭다면 까다롭지만 기회가 왔을 때 변화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되는 공구상은 매입도 잘 한다. 손인규 대표가 춘천 지역에 잘 팔리는 물건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도 노하우 중 하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역마다 팔리는 물건이 다르다고. 더불어 손민성 팀장의 온라인 판매 진출로 전에 비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서비스인 친절함도 지역 내 최고라 자부한다. 현실은 치열한 경쟁이다. 남보다 앞서야 살아남는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도 공구업 특성상 깔끔한 오프라인 매장을 자랑하는 이레공구백화점은 더욱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