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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대구 신일볼트 조아라

 

공구마담 조마담의 즐겁게 일하는 법

 

대구 신일볼트 조아라

  

 

 

 

 

볼트·공구 판매, 쇼핑몰 운영, 유튜브 제작, 협회 총무, TV출연, 두 아이 키우기까지. 
눈코 뜰 새 없지만 누구보다 기운차게 하루를 보내는 조아라 사모의 즐겁게 사는 법.

  

 

여성 공구상 크리에이터, TV에 출연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조마담입니다. 전자제품 내부를 열어야할 때 가정에 구비하면 아주 유용할 비트세트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무려 77피스고요. 소켓이 8개, 정밀 스크류 드라이버, 핀셋은 자그마한 나사를 빼실 때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정도 비트세트를 시중에서 구매하시면 가격이 꽤 나가는데요. 이 제품은 약 1만8천원에서 2만원 사이로 구매 가능하십니다!”
지난 7월 17일 방영된 KBS ‘아침마당-그녀들의 독특한 일터’ 편에서 조아라 씨가 재치 있게 공구를 소개했다. 바로 ‘구매하겠다’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는 철물점 신일볼트를 운영하는 공구인이자 ‘공구마담 조마담’으로 활동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여성으로서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진 삶을 막힘없는 입담과 톡톡 튀는 말투로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방송 나오고 유튜브 구독자가 늘었어요. 아침마당 보고 구독한다고 댓글도 달렸어요. 엄마 친구 분들은 방송 보시고는 ‘너희 딸 아니가?’ 연락을 많이 하셨대요. 그래서 엄마가 모임 자리에서 수능 만점자 딸 가진 기분으로 크게 한턱 쏘셨답니다. 제가 드디어 효녀노릇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뿌듯했어요. TV 출연을 추천해주신 크레텍 서상희 홍보부장님께도 감사드려요.”

 

 
창업 14년차, 쇼핑몰 유튜브 도전하며 늘 새롭게

 
그는 남편 전경일 대표와 함께 2007년 대구 성서에서 신일볼트를 창업해 14년째 업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운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고객이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4년여 전부터는 공구를 취급하기 시작하고, 재작년에는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했다. 올해 초에는 유튜브에도 도전했다.
“시작이 빠른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운이 좋은 게 공구 유튜브 꾸준히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가 없는 거예요. 예쁘고 젊은 여성분이 레깅스 입고 못질하는 순간 나는 끝이다. 그런 분들 진입하기 전에 공구유튜버의 여자 시조새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얼른 시작했어요.”
그가 맞다 생각한 일은 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 유튜브 결심 3일 만에 혼자 삼각대를 두고 촬영, 하루 만에 영상으로 편집 방법을 배워 첫 번째 영상을 업로드 했다. 호탕하고 부끄러움이 없을 것 같은 그도 사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고. 그래서인지 유튜브 제작 시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은 메이크업이다.
“사실 첫 영상을 업로드하고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아줌마가 뭐 하는 거냐고 욕할까봐. 그날 새벽3시에 영상을 잠깐 내렸다가 다시 마음먹고 아침 10시에 올렸어요.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어요.” 

 

 

제품정보 잘 알리면 악성재고도 팔려

 
이렇게 매주 올린 영상은 현재 20여개. 캔들을 제조하거나 얼어있는 배관을 녹이는 열풍기, 자전거 수리공구, 캠핑족을 위한 미니 전선릴 등 가정에서도 손쉽게 쓸 수 있고 접근이 쉬운 공구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구독자는 아직 백여 명 뿐이지만 영향력을 멀리 보고 꾸준히 업로드할 계획이다. 유튜브에 올린 제품들만 판매하는 공구마담조마담 온라인몰도 열었다. 제품소개 영상을 홍보하면서 안 팔리던 물건들도 팔리기 시작했다.
“악성재고라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그냥 가게에 진열만 해두면 무슨 물건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라쳇아답타 같은 경우, 기어렌치에 연결만하면 가벼운 라쳇핸들이 돼요. 2년 동안 못 팔았는데, 리뷰영상을 찍어 쇼핑몰 상품 설명에도 넣었더니 바로 40개가 팔리더라고요.”
그는 유튜브 영상을 찍기 전 미리 제품정보와 사용 팁을 숙지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듯 촬영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말을 외우면 딱딱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해 대본은 없다. 카메라 앞에서 끊김 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협회 유일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아

 
그는 (사)한국산업용재협회 대구지회 성서지구에서 2년째 총무를 맡고 있다. 임원 중 유일한 여성 총무다.
“남편인 사장님이 와이프가 대외활동 잘 한다며 저한테 넘겨줬는데, 알고 보니 저 혼자 여성인 거예요. 그런데 협회서는 활동 자체를 기특하게 생각해주셨어요. 제 나이가 임원 분들의 딸뻘이다 보니까 엄청 예뻐해 주셨고요.”
협회 모임을 할 때면 격렬한 환영을 받고, 조 총무의 인사말은 늘 빠지지 않는다. 이제 웬만하게 적응해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비교적 젊은 세대가 적다보니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을 아쉬워했다.
“창업 1세대 분들, 공구골목을 직접 만들어 오신 분들을 직접 만나고 공구의 역사에 대해 많이 듣게 됐어요. 그런 분들과 임원으로 함께 활동한다는 게 뿌듯하고 좋아요. 기성세대와 젊은 사장님들이 소통하고 공구업계가 하나가 돼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 자리를 만드는 곳이 협회거든요. 하나의 조직이 되어서 함께 대응하면 좋겠어요.” 

 

 

제품지식 편견 깨기, 고객에 공감하며 문제 해결

 
이렇듯 여성으로서 공구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주목받아서 좋을 때도 있지만, 편견에 부딪혀 어려울 때도 있었다. 공구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 그럴 땐 제품 지식으로 당당하게 승부하는 것이 요령이다.
“손님 상대하는 일은 기 싸움이거든요. 한 번은 스파이럴 탭 4mm를 찾는 손님이 있었어요. 제품을 찾아 드리니까 갑자기 ‘스탭 맞나?’, 또 ‘4미리 맞나?’ 하면서 의심하시는 거예요. 무시하는 태도가 정말 기분이 나빴는데, 마침 볼트도 찾으셨어요. 볼트가 인치사이즈고 일본어라 어렵거든요. 제가 이 때다 싶어 ‘이찌부고링 니부고링 뭐요?’ 그러니까 당황하면서 막 찾아보시고는 ‘이건데…’ 그러세요. ‘사장님 이런 건 바로바로 얘기해야지!’ 하면서 제가 오히려 큰소리를 냈어요. 그러니까 아무 말씀을 못하시더라고요.”
그는 반대로 여성 공구인으로서 장점을 공감 능력으로 들었다. 상대 기분을 잘 이해해주며 친근한 성격 덕에 매장에선 분위기메이커가 된다.
“예를 들어 불량인 제품을 가지고 오시면 저는 감정에 공감해드리거든요. ‘아휴, 우리 사장님같이 바쁘신 분한테 이런 물건을! 내가 제조사 가만히 안 놔둔다. 기다려보이소!’ 하면서 제가 성질을 확 내버리죠. 감정을 맞춰드리면 기분 나쁘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가족은 나의 힘… 떡볶이 장사라도 열심히 했을 것

  
그는 살면서 ‘뭐가 그렇게 즐겁니?’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만큼 성격이 긍정적이다. 대학 때까지 꿈이었던 성악가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 뒤로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떡볶이를 팔아도 열심히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신일볼트 창업이후 주말 없이 명절에만 쉬며 지금 초등학교 4, 5학년인 두 아이도 키워왔다.
“소처럼 일했어요. 첫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출근했거든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이제는 서로 적응했어요. 새벽에 출근해서 인터넷 발주 처리하고, 집으로 가서 아이들 등교시키고 다시 출근해요. 점심은 배달 시켜주고, 퇴근하면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또 시작하죠. 6월부터는 주5일제를 시작했어요.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저녁이나 주말에는 어떤 일을 하든지 함께 있으려고 해요.”
그에게 가족은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아이가 딸인데 커서 신일볼트를 맡겠다고 하더라고요. 꼬맹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아빠 가게에 나와서 일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똑바로 살아야 한다 다짐합니다.”
20년 뒤 아이들이 신일볼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잘 전수해주고, 남편과 여유롭게 여행 다닐 꿈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구마담 조마담. 온라인 등 격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고, 단단한 반석을 쌓기 위해 오늘도 불끈 힘을 내 본다.

 

글 _ 장여진 / 사진 _ 이창우(MOIM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