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구로기계공구산업단지조합 강인덕 조합장
조합장이 일해야 조합이 행복합니다
서울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조합 강인덕 조합장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는 서울을 비롯한 서부 수도권 일반 시민들이 공구를 가장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4000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초대형 기계공구상가로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조합원들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활동하는 강인덕 조합장을 만나보았다.
서울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구단지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애용하는 서울시민들에게 무척 친숙한 장소다. 구로기계공구상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이 필요 없다. 지하철 1호선 구로역 3번 출구와 연결되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대단히 높다. 구로역은 인천과 천안으로 나뉘는 1호선의 중간 기착지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매일 지하철 창문을 통해 구로기계공구상가를 보게 된다. 이곳은 대략 2천 세대 정도의 대단지 아파트와 비슷한 면적을 자랑하는데 실제 점포 및 사무실도 2천여 곳으로 일일 종사자만 대략 1만여명이다. 구로기계공구상가는 과거에 비해 점점 더욱 편리해지고 밝아지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구로기계공구상가의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사람들은 강인덕 조합장을 꼽는다. 그를 만나 조합과 조합장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구로기계공구상가를 운영하는 주체는 저희 조합원들입니다. 이곳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속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상업조합입니다. 우리와 같은 공구상가는 동 호수 한 곳 한 곳이 개인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차이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것 입니다. 대로변의 개별 공구상이 일반 단독주택이라면 우리 같은 공구상가 주인들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것이죠. 단독주택은 상하수도, 전기 등을 각자 관리해야 합니다. 반면 공구상가는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있어야 하고 우리 조합이 관리비를 처리하고 단지 내 민원을 해결합니다. 조합장인 저는 우리 조합을 대표해서 정부의 좋은 제도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고 상가 발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화장실 개선사업으로 이미지 UP
1970년대 후반부터 서울시는 과도하게 밀집돼 있던 서울 중심의 기능을 외곽으로 분산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 경원극장 뒷편에 자리잡고 있던 공구판매 업체들이 주축으로 ‘내 점포 갖기 운동’을 시작했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1980년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협동조합은 공구 단지를 세울 자금을 마련하고 건물 공사 및 운영과 관리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았다. 상가 개점 당시에는 932개 점포가 상가 단지에 입주했다 한다. 구로공구상가조합의 주력 업무는 상가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또 유통 구조의 개선을 위해 상품을 구매하고 보관, 운송하는 등의 공동 사업을 진행한다.
“공구상가의 경우 최초 건축된 시설 그대로 계속해서 사용하면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조합을 통해서 꾸준히 상가를 관리 해줘야 합니다. 특히 저희 상가의 경우 30년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가 그러했지요. 1980년에 이 구로기계공구상가가 시작되어서 제가 처음 조합장을 맡을 때인 2010년까지 남녀화장실이 공용이었습니다. 그러니 여성분들이 얼마나 불편했겠습니까. 이것은 저희상가 설계 시점이 1970년대 때 설계가 된 것이라 그랬던 겁니다. 제가 조합장이 되어 알아보니 서울시에서 지원사업으로 화장실 개선지원 사업이 있었습니다. 서둘러 화장실을 개선했죠. 저희는 모든 사업에 조합원 총회의 승인을 얻고 투명한 감사작업을 받으며 진행해야 합니다. 화장실 개선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로공구상가협동조합은 조합장과 집행이사, 감사 등 임원진 아래에 총무, 경리, 관리, 공무 등 4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 조합의 최고 의결 기관은 조합원 총회이다. 총회 아래에는 각 동 별로 동 대표자회가 설치돼 있다. 조합이 관리하는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전체 7만 8380㎡의 건물 공간을 4개 블록, 33개 동으로 나눠 운영된다.
재선 후 다시금 당선되어 활동해
현재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에는 5만여종의 산업용재용품을 구매 할 수 있다. 수도권 서부 일대에서 소모되는 각종 공구와 산업용재용품 대부분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차량 4,000여 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시설도 완비되어 있어 고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지금보다 더욱 편리하고 보다 쾌적해야 구로공구상가가 계속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보기에도 좋고 접근성이 더욱 좋아야 하겠죠. 화장실 개선사업이 그러했지만 상가가 운영하는 것에는 가게의 주인이신 조합원분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상가를 이용하는 분들의 이동 동선을 분석하고 동선 앞에 가게의 물건이 없도록 해야죠. 이동 동선에 물건이 있으면 위험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까요. 결국 상품적치 공간 규정을 지키도록 조합원분들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좋은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보안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도난이 발생하는 상가로 전락하면 절대 안되죠. 그래서 상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강인덕 조합장은 구로기계공구상가에서 인망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2010년부터 조합장으로 6년간 활동하였다. 이후 3년간 본업에 집중하다가 2018년부터 다시금 조합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의 규정상 3년간 연속 2번까지만 조합장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재선으로 조합장 활동을 끝내곤 한다. 그러나 조합을 위해 진정성 있는 다양한 그의 활동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2018년부터 3번째로 조합장 활동을 하고 있다.
담장 철거부터 간판 개선사업까지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것은 구로기계공구상가가 예전의 모습만을 고집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강인덕 조합장은 조합을 위해서는 가만히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사실 아무런 사업을 벌이지 않고 회계감사 업무만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합원분들께 당당한 모습으로 남고 싶거든요. 그럼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어서는 안되죠. 어느 공구상가 조합장분들도 그렇겠지만 정부나 지자체, 중소벤처기업부와 가까이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합을 위한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요. 따라서 많은 지원사업과 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구청 등 관련기관의 협조와 지원을 잘 받아야 합니다. 또 사업을 진행하는데 모든 분들이 100퍼센트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에 반대하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 드리고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협조도 잘 얻어야 하고요. 혼자서는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합니다.”
2020년 구로기계공구상가의 화제는 간판개선사업이다. 대로변에 있는 상가의 8, 9, 24, 25, 32, 35동의 무질서한 간판이 서울시와 구로구청의 지원 받아 깨끗한 간판으로 교체되었다. 더불어 담장을 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했다. 시민들이 구로공구상가를 보다 친숙한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곳곳에 자리한 334대의 CCTV와 함께 주요 상가도로에 보이는 전자현수막, 각종 화단들은 이곳이 1980년에 지어진 상가가 아닌 최첨단 상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합원에서 조합장 되기까지
강인덕 조합장도 한 사람의 공구상가 상인으로 오랫 동안 활동한 공구인이다. 지금도 자신의 가게에서 오전에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틈틈이 조합을 위한 활동에 노력한다. 그가 조합원에서 조합장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물었다.
“처음에는 저 역시도 한 사람의 조합원으로 조합일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지요. 10여년전 구로공구상가에서 사업을 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니 개인의 이익에 관여되는 일 보다 공적인 일을 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앞선 선배 조합장분들이 잘 이끌어 오셨습니다. 뒤이어서 제가 새롭게 상가에 변화를 모색하고 싶었지요. 물론 제가 이런 저런 사업을 많이 벌이니 조합원분들이나 직원분들은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조합을 위해서는 조합장이 일을 벌여야 합니다. 저 역시도 힘든 순간이 있죠. 하지만 차근차근 방법을 강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니 상가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람 있습니다.”
강인덕 조합장은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강철 같은 체력을 자랑한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왔다. 상가단지 내 업종별 모임과 산악회 활동, 겨울철 연탄 배달 운동 등을 통해 소통과 설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합원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조합의 일에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 한다.
40주년 넘어서서 계속 번창하길
2020년은 서울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40주년 행사를 하지 못해 많은 조합원들이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저희 공구상가에서는 확진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방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해 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신도림 콜센터 건물이 여기서 아주 가까웠습니다. 5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하지만 항상 대책을 세우고 방안을 모색하며 발빠른 대처를 해준 입주자 모든분들 덕에 위기를 잘 모면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자마자 우리는 직접 단지 내 매일 방역 소독을 실시했습니다. 덕분인지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쁩니다. 앞으로도 큰 문제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사랑하는 공구상가로 남았으면 합니다.”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여러 기관들이 실시하는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신기술, 신성장산업의 지식을 미리 습득하고 그 정보를 상가단지 입주업체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강인덕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원들 모두가 공구상가를 찾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부족함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서부 수도권의 대표적인 공구상가였던 구로기계공구상가는 앞으로도 계속 번창할 것이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