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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기 연천 대산철물 김영준 대표

 

취약계층에 마스크 2000장 기부

 

경기 연천 대산철물 김영준 대표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 대산철물은 지난 2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1,000장을 연천군에 기부했다. 그리고 뒤이어 신서면 행정복지센터에 1,000장을 또 다시 기부했다. 모두가 자신의 안위를 생각 할 때, 아름다운 공구인의 길을 걷는 김영준 대표를 만나 보았다.

 

 

휴전선에도 바이러스와 전쟁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 대산철물은 휴전선과 가까운 공구상이다. 휴전선과 이곳의 거리는 불과 10km. 대략 3천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김영준 대표는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군부대에 각종 공구나 물건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군 5사단 열쇠부대에서 상사로 제대했거든요. 저는 20살 때 고향 광주를 떠나 이등병으로 군 입대를 하고 이후 부사관이 되어 20년 넘게 경기도 연천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연천은 저의 또 다른 고향입니다. 이곳 신서면은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 각종 물건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되자 마스크 가격이 점점 올라가더군요. 이제는 교통이 발달해서 중동지역 메르스 같은 지구 반대편 바이러스도 쉽게 전파됩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되니 분명 한국에도 퍼질 것이고 마스크 수요가 생길 것을 예측했어요. 그런데 시골의 할머니 같은 분들은 쉽게 그런 정보를 알지 못하십니다. 처음에는 제 주변의 어려운 어르신들께 마스크를 챙겨 드렸는데 아무래도 연천군에 기부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마스크가 전달 될 것 같아 기부했죠.” 
경기도 연천군에서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우체국과 하나로마트에서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줄을 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 구매를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나마 신서면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볼 수 있는 곳은 그의 가게뿐인 듯 했다.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마스크 무료


그가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할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해 경기도 이천 호국원에 안장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지역에 기부하고 남은 마스크를 국가유공자와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저희 가게에 와서 이것저것을 사가시면서 집을 좀 고쳐달라고 하는 어르신들도 계셔요. 수도꼭지를 교체한다거나 전기 스위치를 교체하는 일이요. 그렇게 이집 저집 가면 힘들게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도 종종 뵙거든요. 저는 연천에서 앞으로 평생을 보낼 생각입니다. 어디 다른 곳으로 이전 할 계획은 없어요. 타인이 힘든 상황에 있는데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 있나요? 물론 장사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조금 천천히 돈을 벌어도 괜찮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께는 도움을 드리는 거죠. 그렇다고 모든 분들을 제가 도와드리기는 힘들어요. 제가 확보한 마스크 중에서 우선 생활보호대상자나 국가유공자분을 우선적으로 도와드리는 거죠. 이제 제가 가진 물량도 거의 다 배부가 되어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군인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직업이다. 그는 전역한지 몇 년이 지났어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  

 

베테랑 군인에서 공구인 되기까지


경기 불황이 오래 되면서 직업 군인을 선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복무 부사관도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지며 인기가 높다. 부사관에서 공구인으로 변신한 이유를 물으니 가족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명예와 자부심만으로 군인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군 생활은 하는 것도 힘들지만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더 힘들거든요. 군인은 많은 이해와 희생을 가족에게 요구합니다. 당시 제가 맡은 보직 특성상 1년 중 8개월을 야외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아내에게 육아를 모두 맡겨야만 했습니다. 둘째를 가지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17년 동안 군에 헌신했으니 이제 가족을 우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보다 더 책임을 다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전역하고 작은 1인 기획회사를 차렸습니다. 컴퓨터와 사진을 다루고 각종 팜플렛이나 문구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군부대에서 물건을 납품해보라고 하더라고요. 17년간 군 생활을 했으니 부대에 어떤 물건이 필요로 하는지는 제가 알고 있었어요. 또 선배님들이나 후배님들이 도와주시고요. 5사단 열쇠부대에는 끈끈한 정이 있으니까요.”
그에게 공구인 생활이 어떠하냐고 하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몇 개월 외지를 떠도는 생활보다 저녁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공구상 운영을 시작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생활이 안정되면서 직원을 고용해야 할 만큼 바빴고 셋째도 태어났다.

 

 

앞으로도 지역민을 위한 활동 할 것 


공구상을 운영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수금이다. 군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수금. 다른 곳과는 달리 돈이 떼일 염려가 없다. 17년간 군 생활을 한 덕분에 부대 내 사람들과 서로 잘 알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그래서 공구상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사업체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건설현장에도 물건을 납품해봤는데 그 분야는 수금이 힘들더라고요. 손해를 보기도 하구요. 그래도 군청이나 면사무소, 군부대 납품에 주력했죠.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확보한 마스크 물량을 만약 인터넷으로 팔았다면 돈은 벌었겠죠. 그런데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어려운 이웃,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마진을 보고 팔 수 있나요. 지역감염을 막아야죠. 앞으로도 지역 주민분들께 소소하게나마 도움을 드리면서 경기도 연천 지역의 좋은 공구상, 꼭 필요한 공구상으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김영준 대표가 마스크 기부를 하며 사용된 금액은 수 백만원이 넘는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대량 매입하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의 것을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삶을 살다가 이제는 가족과 지역,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는 공구인이 된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