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프로툴 송치영 대표
공구업 역사기록서 ‘끈’ 출간
프로툴 송치영 대표
지난 12월 20일 (주)프로툴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날은 특별히 지난 공구유통업 50년을 주제로 다룬 도서 ‘끈’이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역사서가 귀한 업계에서 한 권의 두툼한 책으로 그간의 땀과 애정을 담아 업계에 큰 선물을 한 셈이다. 책을 직접 기획 저술한 송치영 프로툴 대표를 만나 책을 내게 된 사연과 함께 책을 만들면서도 못 다한 말들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이익 아닌 의미를 가지는 작업
“이익보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프로툴이 50주년을 맞으면서 단순히 제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보다 그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순서와 내용 전개도 저나 회사의 사연은 뒷부분에 두고 우리 공구상의 역사적 내용이 우선으로 시작됩니다.”
송치영 대표가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맞추어 출간한 도서의 제목은 ‘끈’이다. 공구업계 사람들의 인생 역정이 발전적으로 세대를 이어 미래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지은 제목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도서 ‘끈’이 화제입니다. 왜 이 책을 출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제게 공구상과 공구에 얽힌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우리 업계의 지난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거죠. 그런데 이제 아버님도 노쇠하셔서 말씀도 없어지셨고 저도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겁니다. 아버님의 말씀이 제 자식에게도 전달되길 희망했는데 ‘아차’ 싶었죠. 저의 아들과 손자가 회사를 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럼 100년 가업이 되니까요. ‘공구상은 이런 것입니다’라는 정보와 그에 따르는 자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기록물이 새롭게 시작하는 미래의 후배 공구인들께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공구인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그런 의미로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시는데 책 집필을 어떻게 하셨는지요?
“저는 매일 새벽 4시 30분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일상의 패턴에서 시간을 더 쪼개어 책 준비를 했죠. 긴박한 업무 처리는 가급적 아침과 오전에 집중적으로 처리하면서요. 처음에는 직접 섭외해 가면서 여러 공구인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원로분들의 이야기를 다 끌어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서로 아는 사이이다 보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겠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런 이야기는 쉽게 말씀해주시는데 개인사나 숫자와 얽힌 언급하기 어려운 것은 피하시더라고요. 제가 직접 취재하는 것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 일간지에서 일선기자로 오래 근무하신 분께 취재를 부탁드리고 자료 수집과 정리는 주로 제가 했습니다.”
-책을 원래 만들던 분도 아닌데 실수는 없었는가요?
“경험이 없었지만 부딪히면서 배웠습니다. 자료 수집 초기 때인 2018년 초반에 진행했던 인터뷰 자료를 분실했던 것이 가장 안타까운 실수네요. 인터뷰를 한 번 했던 분들을 다시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면목이 서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처음부터 다시 했지요.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비용은 날아갔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했는데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시작한 일을 이해하시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처럼 어려움을 딛고 다시 정리하면서 서울, 경기권의 공구거리는 대표적으로 청계천을 내세웠습니다. 인터뷰한 자료를 잃어버린 것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지면의 한계가 있더군요. 지역 공구업계도 광역시를 기준으로 하여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서울 청계천의 시작이 궁금했듯이 전국 지역별 공구업계의 유래도 궁금했어요.”
-힘들게 만든 책인데 독자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1부에 게재된 대한민국 공구상의 역사를 꼭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내용도 재미가 있습니다. 역사를 지닌 공구상 한 집 한 집의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업계의 유래를 알게 되면 우리의 근본을 알게 되는 것이니 이것도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공구업을 하지만 소년 시절에는 역사학자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업의 뿌리를 조사하고 싶었어요. 이런 개인적인 이유도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였습니다. 아마도 우리 업계의 뿌리가 궁금한 공구인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시대에 처한 공구상의 위기도 기록
책을 만든다는 것은 꽤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자료를 직접 분류하고 정리하며 지금 자신이 하는 이 일이 공구업계에 꼭 필요한 작업인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출간한 책보다 더 나은 기록물들이 앞으로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말했다.
-업계 역사를 조사하시면서 알게 된 우리 업계 변화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에 급격하게 산업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위대한 성취였지만 너무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오랜 시간 산업과 그 과정을 축적, 발전시켜 온 다른 나라에 비해 경험이 좀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대가족 사회였고, 한솥밥, 정, 의리 등으로 대변되는 성향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밥, 온라인, 개인의 권리 등 혼자서 하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졌어요. 예전에는 어쨌든 함께 살자는 사고였다면, 이제는 경쟁 상대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생각하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우리 업계의 기본 마진 문제가 그래요. 일본 같은 경우 마진은 최저 15%는 보고 판매한다는 불문율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공구업계는 그간 달라졌죠. 전체적으로 이익을 맞추면 된다는 말은 하지만, 전동공구 팔아서 마진 보는 사람이 과연 있습니까?”
-업계 위기가 온다고 느끼시나요?
“세계적 기업의 온라인 진출과 대기업의 진출이 우리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시흥에 위치한 공구유통상가의 면적만 보더라도 대략 4만평입니다. 가게만도 3~4천여 곳이 될 거고요. 대략 1조원 이상의 자산입니다. 그런데 어느 대기업이 독산동에 140억 투자한 가게 하나에 공구상 수천여 곳이 위축되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이는 우리 업계가 각기 처해진 여건에 따라 제시하는 그 대응책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응책이 일치가 된다면 해결책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주장하니 하나가 되지 못하는 거죠. 우리 업계에는 각종 공구를 30년, 40년 파는 일이 허다합니다. 3~40년 노하우가 곳곳에 있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계속 놓아두면 대기업도 곧 그런 노하우를 갖춥니다. 우리 스스로도 경쟁력을 키우고 싸워야 우리 업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변화를 거듭하면 미래에 희망 있어
그가 생각하는 상도와 함께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을 물었다. 그러자 상황에 맞게 고민하고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시에 그는 우리 업계가 서로 여유와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업계 발전을 위해서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공부하고 노력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몇 년 동안 책 만드는 것에 노력하셨는데 대표님의 이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도 한 10년 뒤에는 은퇴를 하고 또 다른 삶을 살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이나 매출에 대한 목표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도 부족함 없이 채워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가업이자 경영하는 프로툴이 제대로 ‘구분’을 할 줄 아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구분을 잘한다는 것은 ‘선택’을 잘한다는 말이죠. 모든 일상과 역사가 선택의 연속인데 프로툴이 앞으로 여러 선택을 잘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여 회사가 어떤 목표든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시장을 이끄는 회사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사람들이 프로툴을 보면서 무엇인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런 모범이 되는 기업으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또 다른 바람입니다.”
글 _ 한상훈·사진 _ 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