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유진종합상사 김재남 대표
“사람들을 만나야 사업하는 시야가 넓어져요”
충남 천안 유진종합상사 김재남 대표
사업 성공의 기본은 넓은 인맥이라 한다. 인맥이 넓다는 건 그만큼 판매처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사업가 자신의 사업 시야가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유진종합상사 김재남 대표의 사업 방법이다.
사업가에게 필수적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유진종합상사가 위치해 있는 곳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의 천안기계단지. 매장에 방문해 인사를 건네자 김재남 대표는, 취재를 하려면 조용한 곳이 좋지 않겠냐며 기자를 데리고 공구단지 건물 내부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천안백두로타리클럽’의 사무실. 공구단지 안에 로타리클럽 사무실이 있다니. 어리둥절해 하던 참이었다.
“제가 추진해서 로터리 사무실을 여기로 옮긴 거예요. 천안 백두로터린데 봉사 위주로 움직이는 모임이죠. 지금부터 두 기수 전에 제가 회장직을 맡았었거든요. 그 때 옮겼어요.”
로터리 사무실은 매일 아침, 김재남 대표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고요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그런 시간과 공간이 사업을 하는 사람에겐 꼭 필요하다고 대표는 말한다.
“아침 여섯시 반이면 가게에 나오거든요. 나와서 문 열고 정리하고 직원이 출근하면 저는 여기로 와요. 여기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그러면서 제 자신을 한 번 돌이켜 보는 거예요. 그런 자기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공구상 운영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오로지 장사에만 신경을 쏟고 있어서는 자신을 쌓아나가기도 힘들고 사업에 필요한 넓은 시야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달라진 자신
성장하는 사람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비추어 자신을 키워나가는 사람. 아마도 김재남 대표는 후자에 가까운 모양이다.
천안백두로타리는 공간도 공간이지만 그것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대표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장사를 해 오던 중에 뭔가 보람된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다가 우연찮게 로타리에 가입을 했어요. 올해로 11년째 활동하다 보니 제가 예전처럼 그냥 장사만 보고 살았다면 아무 것도 갖춘 것 없이 돈에만 연연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보다 나은 사람들, 저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제 생각이 조금씩 트였던 것 같아요.”
많이 벌어야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다
2003년 지금의 자리에 처음 공구상을 차렸을 무렵, 대표는 ‘월 3천 정도만 팔면 만족하고 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주변의 여러 성공한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그 목표가 점차 커졌다. 더 많이 벌면 버는 만큼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었다.
“지금 제가 활동하는 모임이 로터리 빼고도 열다섯 개 정도 됩니다. 그 중에 ‘백인회’라고 사업하는 사람들 100명이 모인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도 지역 내 학교에 장학금 기부를 하고 있어요. 자꾸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좋아요. 그러려면 장사가 잘 돼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왠지 장사도 더 잘 되는 것 같고 마음도 편해지더라고요.”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던 사업가의 꿈
작은형이 하던 나까마 공구장사일을 도우며 시작한 공구일. 하다 보니 대표는 공구장사하는 일이 자신에게 정말로 잘 맞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나니 그 깨달음은 확신으로 변했다. 손님과 하는 대화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이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대표다.
“저는 가게 나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제가 1년에 딱 4일 쉬거든요. 설 추석 명절 각각 이틀씩. 제가 그냥 돈 벌기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장사를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못 했을 거예요.”
대표의 꿈은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였다. 명절이면 양복을 차려입은 채 멋진 자동차를 타고 집에 오는 작은아버지들은 농사를 짓던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업을 한다는 작은아버지들의 멋진 모습을 롤 모델로 삼아 대표는 사업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막연히 사업가라는 꿈을 갖고 있던 거죠. 그러다 인천에서 작은형 일을 도우면서 공구 사업이 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내 매장을 차리기 전에 1년 정도를 혼자서 사업계획서라는 걸 적어봤어요. 어디서 해야 할까, 어떤 공구를 취급해야 할까. 그때 당시에 제가 신문 스크랩을 했었거든요. 대전, 천안, 당진, 화성 이렇게 네 군데가 나오더라고요.”
낯설기만 한 천안에 차린 공구상
대표는 전국 지도를 펼쳐 놓고 일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 차를 끌고 네 지역을 직접 가 봤다. 대전은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화성은 진짜 장사꾼들이 많아서 버티지 못할 것 같고 당진은 아직 서해대교도 없었을 때니까 너무 멀고 그러다 천안에 왔는데 지금의 천안기계단지가 눈에 딱 들어왔다.
“집에서는 반대가 엄청 심했어요. 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천안에 가게를 내려 하느냐고. 또 아직 IMF의 여파가 남아 있어서 경기도 안 좋을 때였어요. 그래도 저는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참 편했어요. 또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가 내 자린가 보다, 하고 그렇게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유진종합상사는 나름 잘 나가는 공구상이다. 천안에서는 몇 안 되는 전품목 바코드 인식 결제 공구상으로 고객들의 신뢰도 받고 있다. 장사를 잘 하는 비결에 대해 넓어진 사업 시야와 함께 김재남 대표는 <공구사랑>, 월간 <TOOL>을 꼽았다.
“저한테는 큰 공부가 되더라고요. 전국 공구상 사장님들의 노하우가 전부 다 실려 있잖아요. 또 잡지에 실린 사진 한 장 한 장이 저에게는 다 상품 진열방법같은 교육 자료예요.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사업의 영감도 얻을 수 있고요. 정말 다른 공구상 운영하시는 분들도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공구장사 잘 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