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공구로운생활 - 정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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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골라주는 남자
공구로운생활 정재영
공구 큐레이션이 뭐야?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 수집과 관리를 통틀어 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전시에 필요한 작품을 선정하고 최종적인 업무의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다.
최근 이 큐레이터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큐레이션 (curation)’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큐레이션은 큐레이터처럼 다양한 지적·물적 콘텐츠들을 목적에 따라 수집, 분류하고 가치를 부여해 다른 사람들이 원활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공구의 큐레이션 서비스 ‘공구로운생활’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정재영 대표는 사용자들에게 공구 등 산업용품의 정확한 사용 방법과 브랜드별 제품 차이 등을 설명해 주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알맞은 용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 말한다.
사용자들도 모르는 공구 일반인은 알까?
부친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구상 지노스상사를 하루아침에 물려받게 된 정재영 대표는 직전까지만 해도 디자인쪽 일과 스타트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던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공구상 일을 시작해 공장 등의 거래처로 납품을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이 말하자면 공구로운생활을 기획하게 된 계기였다. 공구의 사용자들도 공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아버지가 물건 싣고 납품 다니던 트럭을 운전하게 된지 2년이 다 돼 가는데요 처음 다닐 땐 작업자 분들이 공구의 이름이 정확히 뭐고 작업에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직접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은 얼마나 정보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 대표는 공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구에 대해 정확히 알려 주고, 그런 분들이 필요로 하는 공구와 의견을 합치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꿈꾸다 ‘공구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화법으로 말하는 공구
공구 큐레이션에 대한 니즈는 작업자들뿐만이 아니라 공구쪽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대표 본인에게도 있었다. 나이 30대 초반의 대표는 최근 공구계로 많이 유입된 자신 또래의 밀레니얼 세대(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가 가진 화법으로 공구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공구상 일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의 공구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화법도 젊어졌구요. 새로운 화법으로 공구를 이야기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공구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것도 제 바람이에요. 그런데 이건 공구로운생활의 한 부분이고, 제가 꿈꾸는 최종 형태는 ‘커머스(상거래)+컨시어지(고객의 요구에 맞춰 모든 것을 일괄 제공하는 가이드)업체예요.”
사용자가 원하는 산업용품을 정확하게 캐치해 예산에 맞게끔 추천하고 그 용품들을 원패키징해 정기적으로 납품하는 것. 그런 일련의 프로세스가 정재영 대표가 꿈꾸는 공구로운생활의 플랫폼이다.
써 본 물건만 판매한다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공구로운생활의 도(道)’라는 제목의 포스팅 하나가 있다. 내용 가운데 적혀있는 공구로운생활의 세 가지 가치관은 이렇다. “첫 번째, ‘직접’ 사용해 본 좋은 제품만을 판매합니다. 두 번째, 합리적인 가격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지향하며 세 번째, 현대인이 산업용품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사회를 이룰 것입니다.”
그런데 합리적 가격과 신속 배송은 그렇다 쳐도 ‘직접’ 사용해 본 좋은 제품만을 판매하겠다는 건 수없이 많은 공구의 종류를 생각해 봤을 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겠죠. 공구의 종류가 10만 종이 넘으니까요. 그래서 저와 공구로운생활의 멤버들은 공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 전문가 분들을 모집하려 합니다. 그런 분들의 ‘컨설팅 풀’을 두고 그걸 바탕으로 다양한 거래처를 분야별로 컨실팅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전문가 분들의 노하우와 저 같은 젊은 청년들이 가진 영업 기동성을 융합해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거죠.”
산업용품의 스타트업을 꿈꾼다
공구로운생활은 어찌 보면 공장 등의 납품처를 갖고 있는 공구상들, 그리고 대표의 부친이 운영했고 지금은 정 대표가 물려받아 운영중인 공구상 지노스상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재영 대표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의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한 원패키징 서비스,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용품 스타트업’을 꿈꾸고 있다.
처음 공구상 일을 물려받아 시작했을 땐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는 정재영 대표. 하지만 사람들이 공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에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에 보답하려는 마음도 공구로운생활을 기획하게 된 이유였다.
“저희 아버지께서 지노스상사를 운영하셔서 저를 지금까지 키워 주신 거잖아요. 사실 저는 그걸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하고 항상 생각해 왔어요. 나온 답은 이 사업 자체를 더 키워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혔을 때 공구로운생활의 전신이 지노스상사였다고 말하게 되는 것.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10년 20년 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될 공구로운생활을 기대해 주세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