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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원내철물공구 - 임숙자 대표

 

요리하던 사장님 공구상을 경영하다


대전 원내철물공구 임숙자 대표

 

 

 

 

개업한 지 불과 2년. 게다가 공구경험이 전무한 요리사 경력의 사장님 혼자 경영하는 곳이라면?

 

음식 서비스 마인드로 공구상 창업


“공구상 열기 전에는 오랜 기간 작은 식당을 운영했어요. 남의 집에서도 근무하면서 만두 펴서 팔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무작정 공구 일 한 번 해보자 한 거죠.”
젊은 시절부터 음식과 인연이 많았던 임 대표. 7년여 요식업을 운영해오다 전기기능사인 오빠의 권유로 공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남 순천의 고향에서 과수원을 일구시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철물은 꽤 알고 있었지만 공구에 대해서는 접하지 못해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방청유가 필요해 들른 철물점에서 그는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여자 사장과 마주치게 됐다. 공구상을 운영하면 저런 모습이겠거니 생각하자 자꾸만 공구상 사장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각양각색의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을 해봤는데 뭔들 못하랴. 결국 한 번 해보자는 결심으로 원내철물공구를 개업했다. 계획 없던 도전이었다.
“사실 대책 없이 문을 열었죠. 처음에는 물건도 별로 없었고요. 당시 가게 보증금까지 해서 5천만원 정도 자금이 들었고, 그 중 천만원은 창업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초기비용이 많이 드니까 창업하고 1~2년은 못 버는 돈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물건은 손님이 찾을 때마다 조금씩 구비를 하고, 찾는 빈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재고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많은 지인들의 도움도 있었다. 모르는 공구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물어보고 검색해보고 공구카탈로그를 읽어가며 차근차근 익혀나갔 다.

   

 
인테리어, 과수원 운영 등 개인 고객 많아


매장은 35평의 적당한 크기에 작은 창고와 매장 앞 외부진열대로 공간을 넓혀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공구상가에 위치한 것도, 주변에 공구상이 꽤 있는 곳도 아니었다. 대전 원내동 주택가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우선 이 지역이 대학가라서 원·투룸이 많아요. 또 일반 직장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아 가정에 필요한 공구들을 많이 찾는 편이에요. 특히 주변에 개인 집짓는 분들, 과수원 운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대전 외곽과 가깝고 5분만 나가면 서대전IC가 있어 타지역과 인접성이 높아 이곳을 많이 찾으세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일요일도 오픈한다. 새벽같이 나와서 기다리는 손님도 있어 일찍 문을 열게 됐다. 산업현장의 큰 업체들보다는 개인 소비자들이 다수기에 원내철물공구는 주말 고객들이 더 많다. 원내철물공구는 대부분 소매거래를 하고, 위험성이 있는 큰 거래보다는 안정적인 거래를 선호한다. 그 외 납품처로는 교도소, 학교 등 공기관이 있다. 원예가위와 같은 수공구와, 빗자루 등 청소용품이 많이 나가는 편.
“가끔 공장이나 건설사에서 몇 천만원어치 물건 계약을 하자는 경우도 있어요. 큰 외상거래는 못해요. 아시는 분들도 외상거래는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은 어렵고, 천천히 안정적으로 키워나가야죠.”
창업 후 시간이 지나면서 디스플레이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구도 여기저기 옮겨보면서 해당 품목이 있어야 할 위치를 정했다. 수도꼭지, 분사기 등 수전은 수전용품끼리, 수공구는 수공구대로, 기계는 기계끼리, 용접은 용접관련 용품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 그는 이것을 디스플레이의 ‘응용 법칙’이라고 말했다.

 

 

환한 웃음, 인사 한마디 중요… 소소한 이벤트도


원내철물공구의 특장점은 한마디로 ‘인심’이다. 임 대표는 과거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수리가 필요한 물건을 맡기면 손님에게 대리점을 소개하기보다 대표가 직접 A/S 대리점을 방문해 수리해온다. 손님이 직접 찾아가기에는 불편하고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소소한 이벤트도 펼친다. 첫 번째 방문 손님에게는 장갑, 샤프 등 선물을 하나씩 챙겨드린다. 작은 선물이지만 주는 이도 받는 이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할 수 있어서다. 이 외에도 비상약이 담긴 구급함은 항상 보이는 곳에 두고 있다. 작업을 하다 다친 손님이 방문했던 일이 계기가 됐다.
“장사하다보면 물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할 수 있지만 음식 서비스업을 하다보니까 몸에 배서 그걸 내색안하고 항상 웃죠. 주변에 입소문이 났나 봐요. 지나가는 아주머니들도 원내철물에 가면 그분(사장)이 친절하시니까 가보시라 그러고. 오시는 분들 커피라도 한잔 드시고 가라고 하면 필요한 수도꼭지라도 하나 더 사가시기도 해요.”
인터뷰를 하면서도 한 이웃 손님은 오는 길에 사왔다며 꼬마김밥 한 그릇을 건넸다. 고맙다고 치킨까지 사 오신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음식을 서비스하던 일보다 몸은 힘들지만 손님으로부터 스트레스는 덜 받아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매출은 지속 상승세. 과거 요식업을 같이한 인연으로 종종 일을 도와주게 된 친한 동생도 그의 칭찬 일색이다.
“언니가 성격이 좋아요. 손님에게도 주변사람에게도 항상 밝아요. 일해서 번 돈으로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간병비도 대 드리고, 매일 삼시세끼 전화도 드려요. 뒷바라지 하면서도 즐겁게 일하니 효녀가 따로 없어요.”
공구 일을 한 덕분에 지금껏 어머니 병원비를 내드리고, 함께 요양도 다녀올 수 있었다는 임 대표. 그에게 공구는 참 고마운 존재다.

 

소통 위해 노력하는 원내철물


원내철물은 공구를 특히 ‘고객과의 소통’으로 여긴다. 고객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소통이 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제가 아는 걸 고객에게 얘기해도 고객이 모를 수 있고, 반대로 고객이 아는 것을 제게 얘기해도 제가 모를 수 있잖아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공구도 많이 알고 인내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되죠. 그래서 공구 카탈로그를 계속 살펴보고, 책 속의 상품과 실물을 비교도 해보고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찾아보고 회계 처리하는 업무도 조카의 도움을 받으며 하고 있어요.”
어떤 공구든 100% 찾아 드리는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임 대표. 공구 사업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의 도전엔 불가능이란 없다.

 

 글 · 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