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보림플라즈마 - 도영호 대표
중고 절삭공구로 새로운 길 찾았죠
창원 보림플라즈마 도영호 대표
창원 보림플라즈마는 2006년 소자본으로 시작한 절삭공구 전문상사다. 중고매장으로는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품목도 다양하다.
“소자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품 회전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죠. 폐초경, 폐하이스(고속도강)를 쌓아두지 않고 매일 사서, 매일 팔았어요. 사업을 키워가면서 점차 재고를 두기 시작했어요. 제가 유통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새 제품은 대체적으로 이익률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중고제품은 상품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있는 거고요. 물론 새 제품도 같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2003년 서울에서 내려와 사촌형님과 같이 연마를 시작했다는 도영호 대표. 3년 후 본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고공구 전문가가 됐다.
폐쇄적인 중고시장 깨고 나와
“처음엔 월세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했어요. 주변에서 빨리 컸다고들 하는데, 중고라는 게 워낙 폐쇄적인 시장이었어요. 그걸 제가 깨고 나온 거죠. 중고매장으로는 저희가 전국에서 가장 큰 걸로 압니다.”
그가 중고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많은 공구상들이 기업 연쇄부도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그는 중고제품이야말로 어느 정도 부도를 맞아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중고공구 뿐만 아니라 보림플라즈마 대리점으로 절삭공구 코팅, 레이저 마킹도 같이 시작했다. 금형코팅이나 레이저 마킹은 팔용동 매장에서 서비스되는데, 원래 하던 직원이 출산휴가 가서 아내가 직접 하고 있다고.
“저는 새벽에 나오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이 대중없지만, 아내는 아침 8시 반이면 출근해요. 저녁 7시에 퇴근해 살림도 도맡아하죠. 저는 집에 가면 손 하나 까딱 안 해요. 참 고맙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늘 저를 지지해주는 제 편입니다.”
공구상과 제조업 같이 운영
보림플라즈마 매장은 창원시 팔용동에 있다. YP시스템은 지그 제작을 위해 따로 낸 사업자로 북면에 480평 대지 규모를 갖추고 운영 중이다. 제조는 지난해부터 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공구상과 제조업을 성공적으로 일궈오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동발주시스템까지 되는 백화점 유통과는 다른 점이 많아 어려움도 컸다.
“공구시장은 워낙 아이템이 다양하다 보니까 구색을 다 갖추기 힘들어요. 저만의 판매전략이라면, 구매단가를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바로 대량구매죠. 부담은 크지만 할인율이 높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드릴 수 있어요.”
그의 말처럼 첫 번째 판매전략은 바로 박리다매. 두 번째가 신뢰다.
“거짓되게 판매하지 않고 끝까지 신뢰를 드려야죠. 한번 오신 분들이나 급한 일을 처리해 드렸을 때 고맙다고 다른 업체와 연결해주시기도 하고요. 세 번째 전략은 경조사를 다 챙기는 겁니다. 결혼식은 아내가 대신 가기도 하지만, 장례식장은 무조건 제가 갑니다.”
거래처는 1,800개 정도 된다. 10년 넘게 거래해온 업체도 꽤 많다. 하루에 200~250km 정도를 도로에서 보낸다는 그는 고객에게 가격을 오픈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먼저 제안한다. 여기에 고객맞춤형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시중에서 에어 결속기를 찾을 수 없어서 곤란을 겪는 업체가 있었는데, 저희가 어렵게 찾아서 그 업체와 바로 조인해 공급해 드렸어요. 고객이 원한다면 다 구해드려야죠.”
외국인 직원 들이며 상생경영
일의 특성상 술자리가 많은데 특히 자발적인 회식이 더 많다는 도 대표. 외국인 직원들과도 친구처럼 어울린다. 파키스탄 출신 ‘하륜’씨는 벌써 8년차다. 베트남 직원들은 4~5년 됐다.
“일주일에 3~4번은 직원들과 회식하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 음식도 같이 먹고요. 같이 먹고 자고, 제 옷을 사면 또 같이 사 입기도 합니다. 외국인들도 나름의 리스크를 안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 온 거잖아요. 우리 선배들이 그랬듯 말이죠. 워낙 우리 가게에 있다가 간 친구들이 많아서 외국가면 전 너무 좋아요.”
그도 그럴 것이 시장조사 차 나간 외국에서 실제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해외에 나가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아니라 배낭 하나 메고 초경시장을 다 뒤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일이 가서 명함 주고받고, 또 찾는 아이템 있으면 바로 거래를 하죠. 보통 4~5일 간 일정을 가지고 가는데,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 갔을 때도 직원으로 있던 친구가 다 안내해 줬어요. 그 친구는 거기서 아웃소싱 일을 하는데, 이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됐죠.”
절삭공구 넘어 측정 전문가 꿈꿔
남다른 시장조사 등 공구상 운영에 있어 영업마인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도 대표. 모든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저는 시작하면 뒤돌아보지 않아요. 현재는 절삭공구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측정기 사업으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측정기AS와 함께 수입수출도 생각하고 있고요. 내년 상반기부터 하려고 지금 시장조사 중입니다. 제겐 이 일이 천직 같아요.”
글 · 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