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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성공 비결은 성실 - 철원 세신공구사


30년 성실함이 성공 비결
 
강원도 철원 세신공구사





철원지역은 유동인구도 적고 공장이나 기업도 적은 외진 곳이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군부대가 많은 특성 덕분에 철원에도 대형 공구상이 존재한다. 35년이 넘는 세월동안 철원 지역에서 공구판매로 성장한 세신공구사를 찾아가보았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

세신공구사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세신공구사는 현재 철원 시내 중심에 큰 건물을 세웠고 공구상 2곳을 아들과 함께 경영하고 있다. 기업도 적고 인구도 적은 철원 지역에서 수 십 년 동안 큰 위기 없이 성장 했다.
“제 생각에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어음을 받아도 크게 부도 맞은 것도 없었고요. 그리고 우리 가게는 중요하게 보는 신조가 안전성입니다. 무엇보다 수금이 중요해요. 나는 누군가가 우리 가게에 와서 물건 많이 팔도록 도와주겠다고 해도 기쁘지 않아요. 영업도 중요하긴 한데 제 생각에 영업을 잘했으면 우리가게는 망했을지도 몰라요. 영업 잘 했으면 큰 업체들에게 퍼줬을 거야. 장사로 갑자기 큰 금액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수금입니다. 1억원 공구 판매했는데 수금을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고스란히 1억 손해로 오죠. 한 번에 돈 벌 생각하면 그것은 망하는 길이죠. 그런데 군인들은 괜찮아요. 군인들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어요. 군부대는 돈 떼일 염려가 없어요. 문제는 업체입니다. 거래를 하다보면 정해진 날짜에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기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사람 마음이 미련이 남아서 관계를 냉정하게 못 끊어요. 관계를 끊으면 판매된 돈 본전도 못 찾으니까요.” 
박승철 대표는 영업판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그의 아내는 매입과 회계를 담당한다. 서로 상호보완하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부부가 함께 성실히 일하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에 느리지만 조금씩 가게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손님은 항상 따듯하게 해줘야
 
철원 토박이인 박승철 대표는 1959년생이다. 부모님을 도우며 농사를 짓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한 이후 공구상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부럽더라고요. 농사보다 힘도 안 들어 보이고 장사 하는 사람이 부러웠고 부모님도 장사 해보라 하시고요. 그 당시에 자본금도 진짜로 송아지 한 마리 팔아서 나왔어요. 그때 송아지 한 마리가 비쌌거든요. 철원 시내를 살펴보니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탈곡도 했거든요. 곡식이 나오면 탈곡기로 곡식 껍질을 벗기는 것이죠. 벼 탈곡을 하고 그러면서 농기계 대리점에서 일을 하기도 했어요. 농기계를 다루다보니 공구도 다루게 되고 기계부속을 사고팔기도 했죠. 그러다 공구상으로 서서히 사업 방향을 틀었어요.”
1983년 철원 시내의 작은 방을 얻어 커튼으로 벽을 쳐 놓고 가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가져다 놓아도 장사가 곧바로 잘 되지는 않았다. 농사도 지으면서 장사도 하고 남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겨울에는 스케이트 날도 갈고 공기총 고쳐주는 일도 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자 가게는 서서히 공구상의 모습이 갖춰졌다. 철원과 같은 인구가 적은 농촌에서는 가게의 평판이 중요하다. 
“옛날보다는 외상이 없었지만 지금도 없지는 않죠. 봄에 물건 가져가서 가을에 와서 갚으니 어찌보면 장사가 아니라 1년 농사 같네요. 사업초기였던 80년대에는 돈 대신에 쌀을 가져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지금은 농협에서 쌀을 수매하지만 그때는 개인이 쌀을 팔았으니까요. 농기계를 사간 경우에는 그 액수가 커요. 돈 없으니 쌀이라도 가져가라고 하는데 밑지더라도 안 받을 수는 없죠. 물론 80년대 이야기죠. 그리고 가끔 내가 언제 가져갔냐 이런 사람들도 있죠. 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정직하지만 가져간 것을 잊어버린 분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 빨리 잊어 버려야 해요. 그렇게 손님 관리를 해야 좋은 평판이 돌고 손님이 계속 찾아오죠.” 

 
정리 정돈하며 악성재고 처분해
 
세신공구사는 평소 정리정돈을 하면서 1년에 2번 이상 재고정리를 한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공구가 많다. 35년 장사를 하면서 철원지역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다 취급해 봤다. 농기계, 자동차 부품도 취급 했고 배터리, 페인트도 취급했다. 그만큼 가게관리는 어려워진다.
“구색을 다양하게 해야죠. 배터리를 취급한 이유도 철원지역에는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많은데 과거 소형농기계는 배터리를 무조건 바꿔야 했어요. 1년에 한번은 배터리를 갈아줘야 했죠. 그래서 대리점을 했고요. 대리점을 해야 손님들도 물건 싸다는 인식에 방문하는 거죠. 전동, 배터리, 페인트 대리점을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단점이 가게가 어지러워질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성격상 지저분한 것은 못 봐요. 판매가 어렵다 싶은 재고품은 빨리 버려야 하고 그래요. 그래서 차 부속도 포니 이런 단종된 차량 부속은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 주는 형식으로 정리하기도 했어요. 오래된 차량 부속 짐 밖에 더 될까요? 안 팔리는 것 정리해야 해요. 그것이 재고정리죠. 1년에 한 번 두 번 그렇게 오래 된 악성재고를 처분합니다.”
초창기에는 오토바이로 물건을 가득 싣고 철원에서 서울 청계천까지 왕복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고생하며 갖춘 구색이라도 판매가 되지 않으면 과감히 처분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물건이 늘어나자 몇 번의 이사를 통해 가게를 넓혀나가야 했다. 지금은 큰 매장 2군데를 운영하면서 문구류부터 캠핑용품까지 취급하지 않는 물건이 없다. 동시에 꾸준히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 

 
대출은 대책 아닌 필수 
 
평범한 사업가는 자신의 돈으로 사업을 하지만 뛰어난 사업가는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사업을 한다. 세신공구도 마찬가지다. 은행 대출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면서 사업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대출금을 갚아 나가면서 차츰 가게는 안정되고 발전했다.
“공구상은 시간이 흐르면 가게가 넓어져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돈 보다는 물건이 하나 하나 늘어나더라고요. 그럼 어느 정도 더 큰 곳으로 가야 하잖아요. 결국 대출을 받아서 가게 더 큰 곳으로 가고 몇 년 지나면 빚을 어느 정도 갚게 됩니다. 그 사이에 또 가게 살림이 늘어나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고 또 대출을 받게 되죠. 대출 받더라도 땅을 사야 합니다. 자신의 가게를 사야 해요. 월세나 전세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자기 가게를 마련해야 합니다. 월세 낼 돈으로 이자 갚고 원금 갚는 겁니다. 자산을 늘리는 비결입니다.”
세신공구사를 보면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어떤 공구상은 불과 몇 년 만에 급속하게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공구상은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다. 반면 세신공구사처럼 급하지 않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이룩한 것에는 약점이 없다. 우직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것. 그것이 세신공구사가 철원 지역의 손 꼽히는 공구상으로 성장한 이유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