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사랑하는 공구상
전북 전주 뭉치인테리어철물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벌써 잊혀진지 오래.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훨씬 익숙하게 들린다.
반려견부터 반려묘까지 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보편화된 요즘, 공구상 가운데서도 강아지 사랑하기로 유명한 공구상이 있다.
강아지 이름을 따서 지은 공구상 이름
뭉치인테리어철물. 독특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친숙한 이름이다. 이 공구상의 명칭은 사실 채명욱 대표가 기르던 반려견 ‘뭉치’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공구상 일을 하기 전 인테리어 목수 일을 하던 채 대표는 공구상을 운영하려는 마음을 먹고 가게 이름을 고민하다 사랑하는 강아지의 이름을 붙였다 한다.
“철물점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뭉치라는 이름. 왠지 망치가 떠오르기도 하고 하하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 가게 이름이라니. 재밌잖아요.”
정말로 괜찮은 이름이다. 어감도 좋고 한 번 들은 사람은 웬만해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어린 강아지 때 들어와 10여년을 함께 살다가 공구상을 차린 2012년, 뭉치는 자신의 이름을 유품처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대표의 머릿속에서는 녀석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이름을 부르는 손님들로부터 매일 녀석의 이름을 들을 테니. 게다가 그뿐이랴, 가게를 상징하는 이미지 역시도 뭉치의 이름을 영어로 적어 놓은 것이다. 지금도 가게 곳곳에는 스티커로 된 가게의 상징 마크가 붙어 있다. 노란 색으로 둥글둥글하게 그려진 마크 역시도 귀엽기는 마찬가지다.
“손님들에게 붙여주려고 만든 스티커예요. 뭉치 이름도 알리고 또 가게 이름도 알리려는 목적으로요.”
뭉치의 역할을 대신하는 빠루와 짱아
아직도 대표는 뭉치를 그리워하는 걸까? 계산대 앞에는 뭉치의 모습을 쏙 빼닮은 강아지 모습의 석고 인형이 놓여 있고 프린터기 측면에는 과거 뭉치의 사진이 붙어 있다. 그러나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뭉치를 대신하는 강아지 두 마리가 공구상을 차지하고 채 대표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으니. 얼굴과 등에 갈색 털이 있어 뭉치를 닮은 다섯 살 짜리 반려견 빠루와 새하얀 털의 두 살배기 반려견 짱아가 바로 그 녀석들이다. ‘공구상에 강아지라니, 괜히 시끄럽고 정신없는 거 아냐?’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평소에는 공구상이 아닌, 방 안에 있기도 하고 공구상에 나와 있는 동안에도 한 번 짖질 않는 얌전한 녀석들이다. 의자에 올려 두면 어디 움직이지도 않는다.
“얼마나 귀여워요 녀석들이. 정말 하루 종일 밖에 못 나가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 녀석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아요. 얘들 없으면 심심해서 못 살죠 정말.”
가게 이름이 ‘뭉치’라서 괜히 질투하지나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두 마리 반려견은 늘상 아빠바라기다.
강아지 사랑은 대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모도 대표 못지않게 강아지를 사랑한다. 사실 빠루와 짱아도 뭉치가 떠난 이후 사모가 데려온 거란다.
“우리 둘 다 강아지를 무척 좋아해요. 얘들 미용도 어디 밖에서 받은 게 아니라 우리 집사람이 직접 다 해준 거예요. 정말 밖에서 받은 것 같죠? 그만큼 사랑하니까 미용에도 정성이 들어가나 봐요.”
유별난 강아지 사랑으로 유명해
전주 공구거리에서 ‘강아지 사랑하는 공구상’하면 모두들 뭉치인테리어철물을 떠올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게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 그럴 만도 한 것이 두 마리 강아지 덕분에 매장 내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차가운 쇠가 가득한 공구상에서 보기 힘든 따듯한 동물. 공구상 앞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몇 번 본 적이 있어도 매장 안의 강아지는 빠루와 짱아가 거의 유이(唯二)하지 않을까 싶다.
대표가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도 강아지를 키웠다. 그저 마당에서 키우는 믹스견이었지만 아마 그 시절부터 대표와 강아지간의 인연은 시작된 모양이다.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집엔 녀석이 있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가 좋았어요. 가까이에 있고 항상 보고 또 저를 좋아하니까 저도 좋았던 모양이에요. 덕분에 지금은 두 마리 반려견의 아빠가 됐네요. 하하하.”
대표 뿐 아니라 공구상에 온 손님들도 빠루와 짱아를 귀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 공구를 사러 뭉치인테리어철물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빠루 짱아를 보러 들르는 손님들도 분명히 여럿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대표는 강아지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을 거란 생각에 보통 때는 녀석들을 방에 들여놓는다.
대표님, 빠루철물이나 짱아철물은 어때요?
뭉치인테리어철물이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나 기억될 뭉치라는 이름. 가슴 한편에 드는 뭉치에 대한 부러움을 담아 앞으로 언젠가 뭉치철물이 지점을 낼 때 지점명을 빠루철물이나 짱아철물로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제안을 슬쩍 한 번 해 본다. 그러면 빠루와 짱아도 질투할 일은 없을 테니까.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