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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울산 우주코리아


부친 사업수완 뛰어넘는 2세 경영 20년차
 
울산 우주코리아 서상범, 김경남 부부





밥값, 술값 내며 배운 영어로 외국계 기업과 거래, 제조에서 매장운영까지! 2세 경영 20년차, 아버지를 뛰어넘는 경영기법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우주코리아 서상범 부장을 만났다. 



외국계 기업과 파트너십 경영
 
“우연히 시작됐어요. 지인이 외국계 업체 직원과 만나는 자리에 저를 소개해준 거죠. 처음엔 소량 주문이었지만 점점 입소문이 났어요. 다른 업체의 경우 서울에서 물건 받는데 하루 걸린다고 했다면, 저는 KTX 화물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처리해줬죠. 1년 정도 지나니까 거래업체가 10여 곳이 됐어요. 울산 뿐만 아니라 거제, 군산, 목포에 있는 외국계 선주사나 시추장비업체 등과 많이 거래했어요.” 
서상범 부장에게 영어는 놀이 같았다. 학원도 다니고 원어민에게 개인과외도 받았다. 저녁이면 외국인이 많이 오는 바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방어진에 가면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바가 있어요. 거기서 밥값, 술값 내면서 영어 배웠죠. 외국인에게 물건만 판 게 아니에요. 차량을 마련해서 김해공항 픽업 서비스도 했어요. 업체에서 요구하는 특수 공구류나 부품도 만들어 팔았죠. 선박 전기공사, 페인트 공사 일도 하며, 5~6년 간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우주코리아는 지난해까지 GE, ABB 등 글로벌기업의 협력업체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만큼 전체 매출에서 납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처음엔 말도 안통하고, 무슨 물건을 말하는지도 몰랐어요. 거래명세표 하나 만드는데도 지금은 2~3분이면 될 일을 하루종일 붙들고 있었죠. 외국에서 물건 들여올 때는 사전 하나하나 찾아가며 확인했어요. 혼자 1년 쯤 하다가 일이 늘어날 것 같아서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담당직원을 영입하기도 했죠.”
외국계 기업과 거래하는 동안 에피소드도 많았다. 업체에서 문의만 했는데, 주문 넣은 줄 알고 몇 백만원 가량의 물건을 입고시킨 적도 있다. 반품이 안 돼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고물상에 팔기도 했다. 물건을 배달하면서 위치를 잘못 알아 다른 외국인기업 사무실에 들어가서 머리만 긁적인 적도 있다. 
“거래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일본이나 필리핀 집으로 놀러가기도 했고요. 같이 사업하자고 해서 아이템 구하러도 다녔어요. 실제로 진행되진 않았지만요.”

 
사업수완 좋은 아버지를 따라 사업 키워
 
서상범 부장은 당시 IMF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대학교 1학년을 마친 후 휴학했다. 
“제 적성에 맞았어요. 원래는 한 학기만 돕고 학교로 돌아가려 했는데, 어느새 20년이 지났네요. 후회는 없어요. 많은 경험을 했고, 또 많은 것을 이루었으니까요.”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2세 경영의 장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매장 오픈이라고 꼽는 그. 그에 비해 단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아무래도 자기 장사라 더 열심히 했어요. 아침 7시부터 밤 9~10시까지 일하다보니 잠이 늘 부족했죠. 퇴근해서도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일에만 몰두해 아이들 크는 걸 몰랐어요. 아버지와 의견이 다를 땐 제가 고집을 부려 혼도 나고… 설, 추석에도 당일만 쉬었기 때문에 많이 놀지 못한 게 아쉽죠.”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 ‘빡시게 일을 잘 했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면서 굴곡이 많았어요. 공구상 하기 전에는 다른 업도 하셨는데, 그때마다 식구들 밥 안 굶기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보였죠.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비뚤어질 수 없죠. 성실함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저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컴맹이셨던 아버지는 몇 개월 만에 컴퓨터를 배우셨다. 바코드 시스템도 거의 13년 전에 구축했다. 그는 성품 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기질도 이어받은 듯 하다. 
“사업수완이 좋으셨어요. 특히 주요 아이템을 자기만의 브랜드로 만드시는 재주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수입상에서 한 품목이 100개가 들어오면 100개를 다 받으셨어요. 품목을 독점하는 거죠. 아버지 말씀이, 아들이 잘 파니까 무조건 저 믿고 들여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도매도 많이 하셨고요.”
부친은 3년 전 돌아가셨지만, 누구보다 아버지와 가까웠기에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다양한 품목 갖추고 AS도 바로바로
 
“아버지는 차량 정비기기, 수리장비 등 자동차 분야 제품을 많이 취급하셨어요. 제가 맡아 하면서부터는 제품 구색이 다양해졌죠. 타지역 공구상가 견학도 많이 다녔어요. 메이커도 추가하고 손님들이 직접 보고 만진 후 구매할 수 있도록 진열도 바꿨죠. 제 전략이 맞았는지, ‘여기 오래 있음 안 되겠다’며 농담들 하세요.”
최근 1~2년간 경기가 나빠질 거란 예상으로 소매 위주로 전환했다는 서 부장. 현장에 계시는 지인들의 조언 덕분에 다행히 큰 타격없이 차근차근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중반부터 차츰 소매위주로 전환했죠. 한때 직원이 11명이었지만, 지금은 저 포함해서 딱 4명이예요. 아내의 역할이 컸어요. 실질적인 조언 뿐만 아니라 회사 정리하는 것까지 다 챙겨줬죠.”
사업에 매진해 있는 동안 쌍둥이 두 딸을 키우며 내조에 힘썼던 아내가 3년 전부터는 사업에 있어서도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제가 출장이나 외근이 잦아서 영업지출이 많았어요. 매장에는 일주일에 1~2번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출장나가는 걸 줄이고, 매장을 챙기면서 소비자와 바로 소통하니까 신뢰도 쌓이는 것 같아요.”
우주코리아 또하나의 장점은 AS서비스다. 20년 지기 엄동현 씨가 AS를 맡고 있는데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라고. 뭐든 뚝딱 고쳐주어 어르신 골수팬들까지 있다.
“엔진수리가 많은데 특히 추석 시즌에는 예초기 수리로 사무실에서 이 친구를 볼 수가 없어요. 예초기 판매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상 점검 서비스까지 해드리니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새로 짠 진열장도 이 친구 솜씨예요.”

 
일본 공구거리 돌아보며 미래 설계
 
“옛날에는 술도 많이 먹었는데 이제 안 그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삶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름휴가 때는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에 가서 공구상가를 둘러보고 왔다. 모리, 코난홈센터는 물론 공구판매점을 찾아다녔다. 
“두 가지를 느꼈어요. 대형마트화 되어 있는 곳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에 진열도 잘 되어 있고, 매장도 활기차더라고요. 그에 비해 소매 공구점들은 어르신 한두분이 자리를 지킬 정도로 많이 쇠퇴해 있었어요.”
최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수입도 해보고 싶다고.
“한국은 아직 공구점 대형화가 힘들겠지만 대비는 해야지요. 지금보다 공구 종류를 더 늘리고, 진열대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려고요. 직원들이 모든 손님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거든요. 
또 중국인 고객도 유치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전할 생각입니다.”

㈜우주코리아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1591-4 산업공구월드 1층 113,114호 / 052)267-2365
 
글·사진_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