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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서울 영화공구 유영태 대표


공구상 운영도 이제는 서비스업 
 
서울 영화공구 유영태 대표





인상 좋은 영화공구 유영태 대표
 
사실 이번 방문이 첫 방문은 아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한 영화공구. 전달에는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것이 아니라 한 번 지나가며 들렀던 것이었는데, 왜 또 방문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취재를 시도했느냐? 그건 바로 지난번의 인상이 너무나 좋게 남았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동쪽 끝자락인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영화공구 유영태 대표는 그 웃는 얼굴이 보는 사람을 너무나 기분 좋게 하는 인상이다. 영화공구가 가진 주요 마케팅 수단이 있다면 바로 대표의 그 웃는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로 말이다. 그것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일까? 대표는 공구 판매하는 일을 ‘사람 대 사람이 장사하는 것’이라 말한다.
“제가 서울에 올라와 공구상에 일을 처음 시작했던 것이 1999년 이었어요. 제 나이 스물일곱 시절이었죠. 선배들이 차린 공구상에서 3~4년 정도 일하다가 청계천 공구상으로 넘어가서 또 4~5년 근무했어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죠.”
처음부터 자영업에 관심이 있던 대표는 그렇게 공구상 직원 생활을 10년 정도 하고 지금 자리 근처에서 한 동료와 동업을 시작해 5년 정도를 함께 일한 뒤, 독립해 나와 2015년 지금의 영화공구를 차렸다. 20년 가까운 공구상에서의 경험. 그 시간들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 영화공구의 고객들이다.
“지금 저희 영화공구 위치가 완전히 주택가 근처거든요.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저희 가게의 주 판매 고객은 일반 소비자분들이 아닌 중간 판매상들, 나까마라고 하죠? 그 분들이에요. 예전 가게에서부터 친했던 분들이 지금도 저희 가게를 찾아주고 계시는 겁니다.”

 
이제 공구상은 판매업 아닌 서비스업
 
현재 영화공구를 방문하는 단골 나까마 고객들은 서른 명 정도다. 대표가 타 공구상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 대표의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 친하게 지냈던 고객들이 그들. 거의 매일 영화공구를 방문해 한꺼번에 많이 사가지는 않지만 10만원 내외의 금액이라도 항상 구입해 간다.
“공구상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는 고객들과 물건 이야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도 하면서 뭐 농땡이 부린 거죠 하하하. 오셔서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일 마치고 따라가서 술한잔 마시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저를 좋게 봐 주신 모양이에요.”
유영태 대표는 고객들과만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공구상 대표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근처의 공구상 세일공구 박성혁 대표와는 거의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말하는 대표였다.
대표는 앞으로의 공구상은 지금처럼 유통·판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는 지금 자신을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이 그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구상도 이제는 서비스업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마인드가 이제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을 위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거죠. 예전처럼 큰소리 치는 공구가게가 아니고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공구상으로 말이에요.”
 
달라지는 시대에 맞는 공구상의 변화
 
오랜 시간 남의 공구상에서 직원 생활을 하며 대표는 공구상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특히 직원에 대한 대우에서 그랬다. 아직은 직원을 두지 않고 누님과 둘이서 운영하는 영화공구이지만, 유영태 대표는 만약 직원을 두게 된다면 과거의 공구상 스타일이 아닌 현대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 말한다.
“쉴 수 있을 때라면 직원을 쉬게 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야 더 일 할 맛도 나고 열심히 일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대표인 저는 가게에 나와서 일을 하더라도 직원들은 집에서 쉴 수 있도록. 그런 마인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죠. 오랫동안 남의 업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또 지금은 세상도 많이 달라졌잖아요.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게 맞아요.”
토요일도 일을 하긴 하지만 오후 두 시면 영업을 종료한다는 대표. 만약 직원을 두 명 쓰게 된다면 토요일은 돌아가면서 근무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제는 공구상의 운영도 과거의 딱딱하고 경직된 운영이 아닌, 부드럽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들 쉴 때는 우리도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공휴일에는 장사도 잘 되지 않는 게 사실이구요. 그런데도 가게 문을 열고 하루 종일 앉아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표의 좌우명은 “평범하게 살자”
 
유영태 대표는 한 번에 큰 성장을 바라기보다는 작더라도 착실한 성장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공구는 커다란 매출 확장은 없었지만 창업 이래 매년 작지만 꾸준한 성장을 이뤄 왔다. 주 판매 품목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수공구 위주다. 단골 나까마 고객들도 전동공구같은 비싼 공구들보다는 수공구를 더 좋아한다.
“전동공구는 제가 취급하기에는 아직 힘들더라고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 관리도 어렵고. 또 전동공구는 판매한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수리까지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죠.”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작년의 매출이 조금 더 낫고, 작년보다는 올해가 또 더 낫고, 올해보다는 내년도 더 나을 거라 말하는 대표였다.
“제 좌우명은 평범하게 살자예요. 남들이 보기에 크게 도드라지지 않도록 평범하게. 그런데 요즘은 그러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그래도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무슨 물건이든 무슨 공구든 모든 걸 팔 수 있겠다는 자신이요. 공구상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가진 자신이에요. 팔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꼭 팔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차라리 재고를 갖고 있는 게 더 나은 거라는 생각도 해요. 시간이 지나더라도 공구는 썩는 게 아니잖아요.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팔리게 되어 있습니다. 하하하.”

영화공구
서울시 동대문구 사가정로2길 65 / T.02)2212-0323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