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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만만종합공구 오창용 대표


전제품 바코드 도입하고 깔끔 진열 

경남 김해 만만종합공구 오창용 대표





공구와 20년 인연… 카탈로그는 영업의 힘

만만종합공구는 지난 3월 말 김해테크노밸리(경남 김해시 진례면 소재) 메인 진입로의 주유소 옆 신축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높은 천장을 지닌 40평 단층 구조, 새 간판, 깔끔한 바닥, 아직 먼지 한 올 앉지 않은 공구제품들, 각 맞춰 디스플레이한 진열대까지… 이 지역 사투리였던 ‘까리하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물건 구입하고 진열하고 준비하느라 지난 한 달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요. 처음 문을 열 땐 기대, 설렘, 얼떨떨함, 부담감 등 복잡한 감정이었어요.”
새로운 제품, 새로운 손님, 새로운 도전을 기다리며 기대와 긴장의 연속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 대표는 공구업 20년 경력 베테랑이지만, 여기서 다시 신입직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1997년 8월 21일. 당시 스물일곱 살이었어요. 처음 공구상에 들어간 날짜까지 기억해요.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선박을 정착시키기 위해 해안 바닥을 파내는 준설회사 토목기사로 일하던 그는 부두마다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한 공구상에 취직을 하게 됐다. 공구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 날이 그의 운명을 바꿀 줄이야.
“양산의 태일종합상사를 시작으로 부산의 상진TM, 창원의 마창종합공구 등을 거치며 20년을 일해 왔습니다. 판매와 영업을 했어요. 첨엔 공구도 잘 모르고, 진상손님도 많았고…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공구 카탈로그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는 그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품목 카테고리별로 브랜드와 정확한 명칭, 규격 등이 다 정리되어 있어 신세계였어요. 손님에게도 더 당당해질 수 있었고요.”
실수하고 욕먹으며 익힌 공구들이 지금 그에겐 가장 큰 자산이다. 이제는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차례, 2년 전부터 독립할 계획을 세운 이유였다.


 
비용절약 위한 소량 구매, 아이디어 상품 눈에 띄게
 
그는 김해 지역에 연고는 없었지만 신규 단지의 높은 발전가능성을 봤다. 새로운 출발에는 적합한 장소라 판단했다. 현재 테크노밸리에는 여러 제조공장들이 입주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가까워 교통도 편리하다. 대로변에 자리를 선점한 그는 점포세를 내고 오픈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간은 있어도 재고를 둘 자금이 부족했다. 이 때 물건을 소량씩만 구매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선 디스플레이를 멋지게 하고 싶었어요. 품목을 다양화하려 해도 한꺼번에 재고까지 구매할 수가 없었는데, 조금씩만 사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더라고요. 공구 카탈로그를 보고 수많은 품목 중에서 잘 나가는 것들 위주로 찍어 소량씩 구매했어요. 제품 선택에는 지금껏 판매해왔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어요. 소량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영업사원들을 귀찮게 했는데 협조를 잘 해주셔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만만종합공구는 칼 같은 정렬의 디스플레이를 고집한다. 어느 각도에 서든 잘 보이는 철망 형태의 진열대를 사용했고, 각 진열대에는 제품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일정 간격으로 공구걸이를 달았다.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3대의 전면부에는 한눈에 봐도 예쁜 모양의 제품과, 아이디어 상품을 전시했다.
“여기 아이디어 상품 코너에 진열한 제품은 벤치 그라인더라고 하는데, 간단한 절단작업에 편리한 제품이에요. 무거운 14인치 절단기를 들고 다니기는 불편하잖아요. 출시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신제품입니다.”
만만종합공구는 앞으로 ‘만만(萬萬)’이라는 이름답게 더 많은 품목을 취급할 예정이다.
“우리 상호는 전국 아무데도 없어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공구상이 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만’이라는 의미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에요. ‘일만 만(萬)’ 자를 보면 알 수 있듯 꽉 찬 느낌이잖아요. 수만 가지 제품을 공급하고,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돈도 많이 벌고, 오시는 분들도 많이 행복하시고… 좋은 것만 많이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생각에서 짓게 되었어요. 그 외에는 ‘자신만만’이라는 뜻도 있어요. 앞으로 잘 할 거라는 자신이 있거든요.”

 
전제품 바코드 도입으로 업무 효율 UP
 
만만종합공구가 근방의 다른 업체들과 구별되는 큰 특징은 바코드 도입에 있다. 전산프로그램을 활용해 새로 들어오는 품목마다 제품 코드를 등록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서 바코드를 도입하면서 업무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마치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람보르기니로 환승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바코드 도입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등록하려면 정말 큰 용기와 인내가 있어야 해요. 한 달 넘게 진행했는데, 60% 정도 등록할 수 있겠더라고요.”
타 유통사가 사용하는 품목코드는 자동 등록하고, 그 외 1만여 품목에 대한 정보를 등록했다. 우선 비슷한 품목의 분류코드를 찾아 메이커와 정확한 제품 이름을 바꿔 입력한다. 할인율에 따라 단가별로 입력 후 저장을 누르면 바코드가 생성된다. 완성된 바코드는 출력해 제품에 부착한다. 바코드만 있다면 손님이 아무리 많은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1분 이내에 계산 완료. 정확한 합계금액이 전산에 입력되기 때문에 월말 매출 정산 때도 오차가 없다. 이것이 바로 ‘바코드의 묘미’라고 말하는 오 대표. 그렇게 옆에서 바코드 찍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특이한 모습 하나를 발견했다. 제품에 있는 듯 없는 듯 얇게 부착된 바코드였다.
“세로 0.5mm 길이로만 잘라놓아도 바코드의 모든 선들이 보인다면 기계가 인식할 수 있어요. 예전에 우연히 한 가게를 들렀다가 하트 모양으로 출력된 여러 가지 색깔의 바코드를 보게 됐어요. ‘이렇게 바꿀 수도 있네?’하고 놀랐어요. 바코드에 있는 모든 선의 개수만 잘 보이면 변형 가능하다는 걸 알고 나서 제 바코드에도 적용 시켜봤어요.”
제품 중에는 케이스에 사용설명 등 글이 촘촘하게 적혀있어 바코드를 붙일 빈자리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바코드를 얇게 잘라 붙이면 설명글을 가리지 않고도 잘 인식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셔츠에 양복바지 차림. 그가 20여 년째 고수하고 있는 유니폼이다. 작업복을 입으면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하더라도 꼭 셔츠를 챙겨 입는다. 대신 퇴근할 때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간편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신는다. 일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직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 직원을 고용하게 된다면 ‘눈 떴을 때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한다.
“지난 공구사랑 기사 중 직원 복지에 대한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 코너가 정곡을 찔렀어요. 제가 그동안 직장을 옮겨 다닌 이유 중 하나도 직원 복지 때문이었거든요. 만만종합공구는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해주고,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어요.”

만만종합공구
경남 김해시 진영읍 테크노밸리길 3 (GS대진주유소 내) / T. 055)343-0939

글·사진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