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에 필요한 어떤 공구든 대여
충남 아산 유로건설공구 박병갑 대표
건설에 필요한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유로건설공구 본점인 아산점은 발전기부터 벤딩기, 엔진톱, 열풍기, 유압펌프, 양수기, 마그네트드릴, 용접기, 도로캇타기, 소형포크레인, 콤비/진동롤러, 고소작업대 등 대형장비까지 건설작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공구 및 기계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임대 60% 판매 40%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천안 다가동에 천안점으로 창립 후, 지난 2012년 아산 음봉면에 부지를 매입해 2014년 법인으로 설립한 ㈜유로건설공구 아산점은 400평 규모에 사무실과 대형 창고, A/S실을 갖췄다. 창고에는 높은 천장에 호이스트가 달려있고, 소형공구부터 대형 기기들까지 가득 채워져 있다. ‘안전제일’이라는 표어가 붙은 대형 호이스트는 마치 건설현장과 같은 웅장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천안아산 지역에는 건설현장이 많습니다. 공단, 산업단지, 테크노밸리도 가깝고, 평택 신도시도 여기서 멀지 않아 임대사업에 좋은 위치입니다.”
건설현장에서는 공구를 직접 수리해서 쓰거나, 큰 창고를 두기 어렵다. 관리하기 위한 비용부담도 크다. 유로건설공구는 직접 사서 쓰기 어려운 큰 기계들까지 구비해놓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임대고객들이 많다. 박병갑 대표는 이 지역이 삼성 등 대기업 벤더의 납품이 많아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40년 경력의 그는 우리나라 공구 역사의 흐름과 함께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더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뛰어난 수리기술, 임대할수록 관리 깔끔해야
충남 논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박 대표는 1974년 14살의 이른 나이에 상경해 공구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그의 고향인 충남, 특히 천안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계천에서 협회 총무를 맡기도 했던 그는 당시 지구장을 맡던 분에게서 “앞으로는 임대가 뜬다”는 조언을 받았다. 천안으로 사업을 옮긴 결정적 계기였다.
“첨에는 천안 다가동에서 힘들게 시작했어요.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자리는 빨리 잡은 편이에요. 서울에서 같이 일하던 지인과 함께 도와가며 매장을 키워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어요. 이 주변에 다른 공구상은 없지만, 도로와 앞마당이 넓어 교통과 주차가 편리해요.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온 고객들은 이사를 와도 계속 찾아오시죠.”
그에게는 임대의 3가지 노하우가 있다. 첫째는 좋은 기계를 사용하고, 한 번 쓴 제품은 다시 깨끗하게 점검 및 수리 후 임대해주는 것. 그는 손님이 언제나 깨끗한 공구를 바로 쓸 수 있게끔 어느 정도 사용한 공구는 버리고, 급하면 과감히 새 제품을 꺼내서 줄 수 있는 인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임대 장사는 속 좁은 사람들이 하기 어렵다”며 웃는 박 대표. 둘째는 공구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A/S 전문가를 두는 것이다. 그는 공구를 뜯고 고치는 걸 좋아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공구들도 많을뿐더러, 30년 베테랑 수리전문가 밑에 전동, 엔진, 용접기 등 각 파트별로 A/S 담당자를 두고 있다.
“사용자가 쓰는 상황에 맞도록 공구 추천도 잘 해드려야 합니다. 판매만 하던 사람들이 임대가 어려운 이유는 공구지식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용접기 하나를 구매한다고 하면, 부품인 홀더선도 챙겨줘야 해요. 10, 20, 30, 50m 등 길이도 다양하고 어떤 걸 써야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임대는 때론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 손님 중에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임대 기한을 넘기거나, 부품을 빼먹고 가져오거나, 공구 자체를 분실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 고객과 사장은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일주일을 가져가도 이틀밖에 안 썼다면 그에 맞춰서 계산해드릴 수도 있고, 4~5개월 쓰다가 잃어버린 경우에는 이미 기계 값이 많이 나갔기 때문에 2개월 치만 더 청구하던가 해서 마무리 지을 수도 있어요. 임대사업은 유한 마음으로 해야지, 욕심을 많이 부리면 싸움밖에 안 나요. 이 분들 덕분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베풀기도 해야죠.”
임대수리는 무궁무진… 전국 확장이 목표
임대는 판매에서 끝이 아니라 반납의 과정도 있기 때문에 손님을 더 많이 응대해야 하는 사업이다. 임대해놓고 돌려주지 않는 사람 등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사무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숙 과장은 손님에게 잘못 없이 혼이 난 적도 있다.
“한 손님이 실수로 부품을 거꾸로 끼워 쓰시고는 매장에 다시 찾아와 모터에 불났다고, 잘못된 물건을 왜 파냐고 막 화를 내시던 거예요. 처음에는 이유를 모르니 일단 ‘죄송합니다, 저희가 바빴나 봐요, 다시 봐드릴게요’ 하면서 수리실로 보내드렸어요. 알고 보니 손님의 실수였던 거죠. 그 손님은 창피한 나머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아가씨 소리 질러서 미안해요’ 하고 가셨어요.”
이런저런 일도 많았지만 손님들이 “잘 썼다”, “빨리 대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땐 힘이 난다고 한다.
유로건설공구는 연간 15%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는 어렵지만, 고객과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며 빠른 응대가 가능하고, 타 업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건설공구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임대도 점차 충전공구 품목이 배터리 성능이 좋아 지면서 늘어나고 있다. 유로건설공구는 충남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전국적으로 택배 등 서비스가 가능하다. 향후 목표는 전국 어디든 유로건설공구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다.
“유로건설공구라는 상호를 달고 있기 때문에, 경영은 따로 하더라도 어느 지점을 가든 네트워크화가 되어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물건을 같이 구매할 수도 있고, 수리를 맡아줄 수도 있고, 시너지효과가 납니다. 경력을 쌓아 독립하고 싶은 직원, 유로건설공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잘 해보고 싶은 지인들에게 지점을 내주면서 계속 성장해 나갈 겁니다.”
공동구매로 동반성장, 공구품질 개선도 필요
승승장구 하는 유로건설공구에게도 고민은 있다. 인터넷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공구가격 때문에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것.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소매점들의 협동조합인
‘철기시대’의 회원으로 가입해 공동구매를 시도하고 있다.
“대형화 공구마트와 인터넷 가격이 워낙 단가를 후려치니까 마진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조합원들끼리 대량구매를 하면서 할인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하기 시작했어요. 소매점들이 함께 살기 위한 한 방법이죠.”
그는 우리나라 공구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좋은 품질의 국산 제품 생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이 우리나라 물건보다 가격과 품질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우리나라 공구도 괜찮아서 구입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단가나 품질 면을 모두 따져보았을 때 외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러다보니 사는 사람은 수입품에 자꾸 의존을 하게 되고요. 유통 뿐 아니라 제조하시는 분들도 좀 더 위기감을 느끼고 좋은 공구를 만들어 알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업계발전을 위한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말이다.
유로건설공구
충남 아산시 음봉면 음봉로 669 / T. 041)534-0663
글·사진_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