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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오일미스트 개발로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


친환경 오일미스트 개발로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

㈜윈앤텍코리아





기아자동차, LS전선, 현대자동차 등 무수한 현장경험을 가진 신요섭 대표. 이후 윤활가공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한길을 걸어왔다. 그에게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저는 기계전공자예요. 저 역시 절삭유를 사용했죠. 거기서 발생되는 인체 유해물질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작업환경까지 안 좋아진다는 걸 직접 경험해 왔어요.”
절삭유가 장갑에 묻으면 장갑을 갈아 껴도 손에 냄새가 남아있었다. 여름에는 썩은 냄새가 나서 아내 곁에 가지도 못했다. 신혼 초에는 작업복도 직접 빨았다. 창피해서 빨아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여름에 절삭유통을 열어보면 썩어서 시커먼 곰팡이가 가득할 정도예요. 그래도 현장에서는 그걸 계속 씁니다. 1년 동안 갈지 않고 계속 쓰는 현장도 많아요. 공구가 가공하면서 열이 생기니까 염소가 타면서 다이옥신이 발생해 작업자 건강을 해칩니다. 일본에서는 현장에 절삭유에 대한 주의사항을 벽에 붙여놔요. 일정기간 이후 교체하도록 원칙을 세워놓기도 하죠.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달라요. 작업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3년간의 끈질긴 연구, 자연법칙에서 얻은 아이디어

하나의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그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신기술이 탄생하게 되는 걸까?
“자연의 법칙을 이용했어요. 비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리면 자동차 바퀴에 미스트가 생겨요. 폭포수가 떨어져도 그렇죠. 그걸 보면서 기술적인 접목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그러다 ‘에어로 오일을 토출시켜 보자’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처음에는 눈으로 봐야했기에 아크릴로 제작했다. 기계가 터져서 파편이 이마에 튀는 바람에 큰 상처가 나기도 했다.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다. 그러나 그게 시작이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안되면 버리고, 또 보강해서 시험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거기다 다른 일은 전혀 못하고 있으니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미스트가 생겼다. 
“그때 ‘이게 가능하겠구나’란 확신이 들었어요. 기계를 다룰 줄 아니까 재료를 갖고 와서 직접 깎아서 만들었죠. 처음엔 실패가 많았어요. 아크릴에서는 성공했는데 쇠로 하니까 또 안 되더라고요. 희한했죠. 밤잠도 못자고 정말 연구에만 매달렸어요. 화장실에서도, 자면서도 계속 고민했어요. 자다가 생각나면 메모해두었다가 새벽에 회사 나와서 테스트해보고, 그렇게 3년을 보냈어요.” 
오일미스트 생성장치는 국내 최초 신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은 독일. 독일에서 그 기술을 사들인 일본의 한 기업이 우리나라에 다시 특허를 내며 영업을 해왔다. 가격이 엄청났지만 국내기업에서는 그것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제는 윈앤텍코리아의 경쟁력에 밀린 상태. 


 
2006년 설립된 윈앤텍코리아는 삼성전자와 현대위아, 만도, 두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20여개 기업이 주요 거래처다. 임직원은 신 대표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20억원을 기록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현대위아에 납품하기까지에는 고된 노력이 숨어있다. 일본 A사, 독일 V사와 0.5mm 공구에서 오일 토출 테스트를 2년여간 시행했다.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워 차라리 포기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독일 V사측 오일미스트 장비는 스핀들이 멈춰 있을 때는 원활하게 분사됐으나, 스핀들이 돌면 정작 작동이 어려웠다. 결국 고속 회전시에도 아무 문제없이 미스트 분사가 가능한 제품은 ‘윈미스트’밖에 없었다. 기술, 가격 모든 면에서 ‘윈미스트’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죠. 개발하고 특허내기까지 3년이지만, 지금도 계속 연구해서 제품보강에 힘쓰고 있어요. 설치 후 고객사를 재방문해 문제점들을 체크한 후 모든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죠. 도출해 낸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모색하는 한편, 다시 모든 업체에 적용시켜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계속 특허도 내고요. 성공률 100%가 저희 목표입니다.”
신 대표는 고객사의 불편은 무조건 해소한다는 영업방침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기계가 안 되면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윈앤텍코리아가 가진 기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新기술인 신요섭 대표

‘윈미스트’는 오일을 초미세화시키는 데 그 핵심기술이 숨어있다. 탱크에 저장되어 있던 오일을 베르누이방식으로 끌어올려 1차적으로 미스트화시킨 다음, 많은 단계를 거쳐 담배연기입자보다 가는 0.2~10㎛(마이크로미터)로 만들어서 공기와 같이 분사하는 장치다. 공구에 부딪히는 순간 고운 입자들이 액화가 되면서 공구를 유연하게 해주어 작업하는 방식이다. 이를 최소윤활방식(MQL)이라고 한다. 한 시간에 2~25cc의 오일을 쓰면서 작업할 수 있는 장치다. 원가절감은 물론 식물성 에스테르계 친환경 오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이 호텔(?)처럼 쾌적해진다고. 
“고속가공기의 경우 윤활유를 주면 스핀에 기름이 안 들어가요. 회전력으로 인한 수막현상 때문에 통과를 못하는 거죠. 베어링도 금방 고장나고요. 그러나 초미세화된 오일미스트는 중력, 회전력, 원심력에 구애를 받지 않아요. ‘윈미스트’의 경우 눈에 보이지도 않는 0.2㎛(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입자가 싹 빨려 들어갑니다. 독일보다 앞선 기술이라고 자부합니다.”
오일미스트 생성장치와 함께 독보적인 기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압축공기수분제거장치인 ‘윈드레인(WINDRAIN)’. 이 또한 자연의 법칙에서 응용했다. 회오리처럼 센 바람을 통해 수분을 잡아 응축시켜 낙화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무필터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부산의 한 금형회사에 설치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오일미스트가 그저 안개처럼 보이니까 믿질 않았다. 저렇게 해서 어떻게 가공되겠냐고 의심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반응이 달랐다. 
“무척 신기해했어요. 보통 저희는 1주일에서 보름까지 테스트를 해 보시라고 먼저 설치를 해드립니다. 써 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를 하도록 하는데, 어느 공장에서 결제를 안 해줘서 장비를 떼 가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작업자들이 막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결제 나도록 품의를 올려달라고 했죠.(웃음) 작업자들은 한 번만 써 보면 다 아니까요.”
때로 숙련된 기술자들은 작업환경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설치하고 1주일 후에 찾아가면 고맙다고 인사한다. 개발자의 수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참 보람된다고. 이런 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윈미스트’로 공정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최근 52개국에 금형을 수출하는 한 기업은 전 공장, 전 금형가공기에 ‘윈미스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영세업체의 경우 교체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집진기의 경우 환경부에서 지원이 됩니다. 그러나 윤활유쪽은 친환경 인증코드가 없어 지원받기 어려워요. 정부에서 조금만 지원해줘도 대한민국 산업현장은 물론 작업자의 건강과 자연환경까지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깝죠.”

 
오일미스트로 새로운 시장 개척

미스트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지난해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설립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 대표는 미스트시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독일, 미국, 유럽 등은 이미 법적인 규제로 절삭유에 포함된 인체 유해성분 등을 사용 금지시키는 추세입니다. 또 축심공구가 사용가능한 공작기계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오일미스트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요. 사실 국내에 오일미스트를 보급시키는 일만 해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거라 생각합니다. 작업환경이 깨끗해지면 젊은 인력들도 현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겁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 미스트용 공구와 축심가공이 가능한 공작기계가 많이 없어요. 미스트용 홀이 뚫린 공구 개발이 활발해지면 오일미스트 시장도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미스트를 활용한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신 대표. AI나 구제역 해소를 위한 방역은 물론 인테리어 소품인 방향제, 또 화장품 등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다양하다고. 무엇보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아들과 딸이 함께 사업을 도와주고 있어 더없이 든든하다는 그에게 대한민국 기술개발의 밝은 내일이 보인다.
 
㈜윈앤텍코리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전파로 30, 유천팩토피아 701호
031)349-8959 / www.winmist.co.kr  

글·사진_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