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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가 찾는 목공구 동방이기제작소


인간문화재가 찾는 목공구

동방이기제작소






날 각도 제대로 나오는 삼각도

파주 외딴 곳에 위치한 동방이기제작소 정문에는 천비(天飛)가 새겨진 문패가 있다. 하늘을 난다는 뜻의 천비조각도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조각도는 나무를 자르는 칼이다. 단단한 나무를 자르는 깍는 날붙이가 하늘을 난다니 왠지 하늘도 가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방이기제작소는 1970년도부터 날붙이를 생산해온 기업으로 초창기에는 대패날을 만들면서 시작한 곳이다. 이후 거래처의 요청으로 조각도를 만들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조각도를 보면 다양한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제작이 가장 어려운 것이 삼각도입니다. 보통 둥그런 날이나 일반적으로 평평한 날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서 제대로 된 공정을 가하면 제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삼각도는 달라요. 아직까지도 삼각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공장이 많습니다. 저희도 초창기에 삼각도를 만들 때 불량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삼각도는 삼각의 날 각도가 정확해야 하는데 또 가공을 하고 열처리를 하고 나면 갈라지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삼각의 날 각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요. 그런데 저희는 좋은 품질의 삼각도가 제작되는 겁니다. 초창기 개발 성공을 했을 때도 10개를 만들면 2개가 불량이 났었어요. 그런데 그 정도도 괜찮다고 물건을 달라는 거예요. 다른 곳에서는 아예 제작 자체를 못하니까요. 그래서 거래처에 위탁판매를 했어요. 제품 100개를 주고 불량나지 않은 제품만 판매를 하고 돈을 받은거죠. 불량품은 돌려받고요. 그때 외형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었죠.” 
모든 금속, 날붙이가 그렇듯 조각도도 열처리가 생명이다. 적정한 열처리를 해서 깨지지도 않고 휘어지지도 않는 튼튼한 조각도를 만들 수 있다. 
“조각도는 가는 것도 중요해요. 쓰다보면 조각도가 무뎌지잖아요. 그럼 조각도를 갈아서 날을 세워야죠. 조각도는 바깥부분과 안쪽 양쪽을 다 잘 갈아야 합니다. 안쪽은 무른 나무에 사포를 대어 문지르듯이 갈면 됩니다. 일반 나무에는 탄소강, 합금강을 사용하다가 단단한 나무에는 고속도강이 좋겠죠.” 


 
공장 들어가 직접 기술배워

김상수대표가 긴 세월 조각도를 만들며 각종 유명 조각인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각도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기계를 직접 제작하면서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던 공장의 효율화를 이루어 냈다. 또한 각종 철과 열처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유명 조각인이 만족하는 공구를 제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조선소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부족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군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했죠. 큰형님 작은형님 그리고 막내인 저까지 3형제가 함께 공장을 시작했어요. 작은 형님이 기술이 좋으셨는데 처음에는 대패 날을 사다가 대패 집에 끼워 넣어 만들어 파는 일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패 날을 만들면 돈이 되겠다 싶어 대패날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겠다고 말했어요. 한 6개월 일을 했는가 봐요. 그런데 보니까 6개월은커녕 6년을 일해도 기술을 배우기 어렵겠더라고요. 결국 대장장이를 고용해서 저희 3형제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공장을 시작 했죠.”
공구를 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공장을 경영한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3형제가 힘을 합쳐 사업을 시작하는 자본금으로 부모님은 집을 파셨어야 했다. 어머니께서 참 많이 고생하셨다고.
“공장을 세워 일을 하는데 그때는 인력을 구하기가 쉬웠어요. 그래서 잘 되는가 싶더니 위기도 오더라고요. 모터를 다 도둑맞은 거예요 공장을 운영해보면 아시겠지만 모터가 있어야 일을 합니다. 모터를 새롭게 사거나 빌릴 돈이 없어서 결국 큰형님이랑 상의 후에 공장 부지 절반을 임대 주고 다시 모터를 구입해서 시작했죠.” 
 
대패, 끌에서 조각도 제작까지

처음에는 대패와 더불어 끌을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동대문의 상점에 거래처를 많이 두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조각 붐이 일어난다. 그것이 동방이기제작소가 조각도를 만들게 된 계기다.
“그때 당시에 조각도를 만드는 곳만 20군데가 넘었습니다. 동대문의 여러 판매처에서 조각도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겁니다. 왜 그렇게 80년대에 조각 붐이 있었느냐면 당시 일본에는 집집마다 불단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불단을 장식하는 조각하는 일거리가 한국에 많았거든요. 일본보다 한국이 인건비가 싸니까 불단을 조각하게 한거죠. 조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모품인 조각도 수요가 늘어나고 그래서 개발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 조각도 중 삼각도를 만들기란 무척 까다로운 일이다. 그래서 당시 유일하게 삼각도 국산화를 이룬 동방이기제작소에는 주문이 언제나 들어왔다. 판매처에서는 동방이기의 삼각칼에 다른회사의 제품을 합해 세트상품으로 판매했다. 유일한 삼각도 제작처였기에 거래처에서 웃돈을 얹어주며 제품이 나오면 자기부터 달라고 매달릴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자 공장은 새로운 설비가 늘어나고 사람도 늘어났다. 마침내 지금의 경기도 파주에 큰 공장을 마련해 이주를 하여 지금에 까지 이르게 된다. 
“세월이 흐르자 어느 정도 공장이 안정화되고 다양한 조각칼을 개발해 공장을 운영하는데 IMF가 터졌어요. 불단을 제작하던 사람들이 IMF이후에 중국으로 가더라고요. 그런데 조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칼을 가져가요. 중국 조각도로는 조각이 안되니까요.”  

  
 
전문가용 식칼 제작 고심 중

뛰어난 조각도를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었으니 일류 요리사의 고급 식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김상수 대표는 실제로 고급 식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도 시도 해봤고 가까운 지인이 필요해 하기에 직접 칼을 제작 해주어 큰 호평을 받은 적도 있다.
“15년 전쯤인가 시중에 나온 식칼들을 보니 뭔가 아쉽더라고요. 값 비싼 식칼을 봐도 차라리 내가 만들면 더 낫겠다 싶어서 직접 만들어 판매해 보기도 했어요.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소비자들의 호응은 좋은데 판매처에서 국내 칼이 아니라 수입된 칼이라고 속여서 파는 겁니다. 그러니 기분도 좋지 않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작을 그만뒀죠. 그 이후로 낚시꾼들을 위한 얼음끌이나 수초를 제거하는 낫, 작두 등을 만들어 판매를 해왔어요. 이따금 요리하는 친구나 동생들에게 원하는 칼을 만들어 선물로 주곤 했는데 다들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근래에 다시금 전문가용 식칼을 제작해볼까 합니다.”
동방이기제작소는 자신의 천비조각도의 품질은 일본이나 유럽의 어느 제품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명인과 명장들이 찾는 조각도는 천비조각도다. 많은 공방의 목공예 수련자들도 가격대비 훌륭한 공구로 천비조각도를 말하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품질의 천비조각도는 앞으로도 큰 인기를 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