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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형 라쳇렌치로 미국 발명대회 금상, 월드툴


틈새시장 노린 공구로 미국 발명대회 금상

월드툴 우병옥 대표





틈새시장 뚫기
 
지난 6월, 우리나라 공구계에 환영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의 유명 발명 전시회인 ‘피츠버그 발명 전시회’에서 국내 공구제조사 월드툴이 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기분 좋았죠. 또 한 번 세계가 우리 월드툴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거니까요.”
평균 27개국, 1000여 개의 업체에서 제품을 출품하는 피츠버그 발명 전시회. 월드툴의 우병옥 대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 틈새시장을 노린 기술이 있기 때문에 금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상을 탄 월드툴의 복합 파이프렌치는 하나의 제품에 파이프렌치와 스패너의 기능이 위아래로 구비되어 있어 제품 하나로 세 가지 공구의 기능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 공구다. 기존의 스패너와는 달리 연속적인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돼 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7년 설립된 월드툴의 기술력은 이번 발명전의 수상 뿐 아니라 설립 초기부터 세계의 인정을 받아 왔다.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이자, 지금도 월드툴의 대표 상품이라 말하는 조절형 라쳇렌치는 미국 특허는 물론 일본과 유럽에서도 특허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16개 항목에서 특허를 받았다.
“이미 산업공구 시장은 국내와 해외의 유명 공구 제조사들이 휘어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메이커는 열세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접근한 겁니다. 대중화된 제품들과 똑같이 만들어서는 절대 이겨낼 수 없죠. 또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는 뭔가 다른 제품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이 우리가 얘기하는 틈새시장입니다.”
 
제품 하나면 전 작업 OK
 
과거 삼성중공업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며 장비나 기계 설계 업무를 담당하던 우병옥 대표는 과거의 업무에서 느꼈던 렌치 사용의 불편함을 바탕으로, 불편을 개선한 제품인 조절형 라쳇렌치를 개발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라쳇렌치를 보면 소켓렌치라는 제품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켓렌치는 여러 가지 사이즈의 소켓이 필요한데 모든 소켓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게 바로 월드툴의 조절형 소켓렌치입니다. 이 제품 하나만 있으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일자볼트며 사각볼트, 육각볼트, 나비볼트 등 모든 게 해결되는 구조인 거죠.”
월드툴이 자랑하는 이 제품은 머리부분 롤러의 회전으로 두 개의 죠우(이빨)를 조정하여 모든 종류의 피 대상체를 풀고 조일 수 있어 작업의 편리함을 높인 제품이다. 높은 편리함으로 해외 여러 나라의 특허를 받을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월드툴과 같은 조절형 라쳇렌치를 제조하는 회사가 없다. 라쳇렌치와 소켓렌치 제조사 뿐이다. 조절형 라쳇렌치 말고도 월드툴에서 제조하는 8가지 종류의 모델은 거의 다 특허 출원이 완료된 제품들이다. 전부 기존 공구와는 차별화된 공구라는 의미다.
“기존의 공구만 제조하는 회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제 소비자들은 프로페셔널 공구나 DIY 전용 제품 등 특별한 공구를 많이 찾습니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저희는 1년에 항상 두세 종류의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그것을 통해 소비자들은 ‘월드툴은 새로운 공구를 개발하는 회사’로 인식하는 거죠. 꾸준한 신상품 출시 덕에 역시나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차별화된 기타 공구
 
월드툴에서 제작하는 전동드릴도 역시 타사 제품과는 차별화가 뚜렷하다. 기존 전동드릴 같은 경우는 여러 종류의 비트를 사용할 때 뺐다 끼워야 하는 외장형 비트와, 한 가지 비트가 내장되어있는 형태의 내장형 비트 드릴이 있다. 월드툴의 전동드릴은 12종류의 비트가 내장되어 있어 비트를 빼고 다른 비트를 끼우지 않더라도 12가지 종류의 비트가 사용 가능하다. 타사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출시되어 있지만 월드툴의 내장형비트 전동드릴은 사용 방법이 기존보다 편리하고 보급형으로 출시되어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주부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편리한 작동 방법과 저렴한 가격을 결합한 전동 드릴입니다. 앞으로는 남성들만이 아닌 여성들도 전동 드릴을 많이 사용할 텐데, 그 때를 대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타 공구
 
월드툴의 경쟁력이라 말하는 꾸준한 신상품 출시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설계와 개발 덕분이다. 우 대표와 대표가 회사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한 명의 직원이 가진 깊은 엔지니어링 기술은 월드툴의 빠른 신제품 출시를 가능케 했다.
“저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기구 설계를 했고, 또 나름대로 설비 쪽에 많은 경험이 있어요. 덕분에 단순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깊은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거죠. 저희는 한 가지 제품의 컨셉 잡고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까지 보통 3개월이 걸립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죠. 요즘은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면 뒤처지게 됩니다. 빠른 개발이 곧 회사의 경쟁력인 거죠.”
이처럼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우병옥 대표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구 제조사를 설립한 이유는 다른 제품군에 비해 수출 과정이 단순한 공구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구는 수출이 다른 항목들에 비해 용이합니다. 한 번 문이 열려 해외 바이어의 눈에 띄면 곧바로 수출 계약이 가능해요. 다른 것들은 그러기가 불가능하죠. 공구가 가진 그런 메리트를 보고 시작한 겁니다. 충분히 하기 나름이다 이거죠.”
하지만 아직 월드툴의 내수와 수출 비율은 9:1 정도. 대표는 다른 것보다도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형 공구 쇼핑몰인 홈데포나 월마트와도 몇 번 계약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안 나온 경우가 됐죠. 미국에는 생산 중비 상태, 품질 이런 것들이 기본이 돼야 점차적으로 시장에 침투할 수 있거든요. 또 우리가 마케팅 자체가 약했어요. 전문 마케팅 회사와 함께 했어야 하는 건데 저희가 자체적으로 제조도 하고 유통도 하고 마케팅까지 하려니까 힘들었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중국과 대만에 OEM을 줘 생산력을 확장시켰고 유통 업체도 수배를 해 함께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이번 피츠버그 발명 전시회의 수상과 함께 미국뿐 아니라 세계 바이어들의 관심도 불러 모았다. 
 
친환경 제품 생산
 
앞으로 월드툴은 세계 시장의 문을 더욱 더 힘차게 두드릴 참이다. 토크(렌치를 당길 때의 힘)가 부족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준 조절형 라쳇렌치도 개선해 2세대 조절혈 라쳇렌치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공구와 함께 나노 쪽 코팅 제품과 친환경적인 리사이클링 제품 생산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지금은 군납 해서 군수업체에도 팔고 있고 대기업에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나름대로 고정적인 수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구는 다른 품목들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죠. 그러다 보니 수요가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서 나노 코팅 제품과 친환경 재활용 제품 생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이 제품들은 고정 수출이 가능하거든요.”
언제나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먼저 바라보는 우병욱 대표. 언젠가 월드툴이라는 이름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명해질지 모른다. 그 날이 멀지 않았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