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공구유통사 딕텀
세계적으로 2천 여개의 작고 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이 있다. 히든 챔피언이란,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히든 챔피언의 3분의 2가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 집중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요란한 홍보보다는 오직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며 야금야금 세계시장을 주도한다. 실제로 로버트 보쉬같은 누구나 아는 ‘챔피언’ 기업도 있지만, 제조업 강국 독일의 수출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진다.
수출대국의 명성을 떨치며 오늘날 유럽 경제의 리더가 되고 있는 독일, 그 이면에는 바로 `히든 챔피언`이 있고, 그 중에서도 막강한 공구유통 기업 딕텀(DICTUM)을 소개한다.
악기 제조사에서 독일 최대의 공구유통기업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고 했던가. 딕텀은 독일 동부의 작은 작센주의 작은 악기 제조사로 시작해 수차례의 굴곡을 거쳐 독일 최대의 공구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딕텀의 역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관악기 장인 프리드리히 딕이 세운 악기 제조, 유통기업 ‘DICK’은 오케스트라용 최고급 악기제조사로 명성을 떨쳤고, 그의 아들 하인리히 아돌프는 수출업을 할 만큼 회사의 역량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호사를 위해서는 다마가 끼어야 한다. 외국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던 ‘DICK’은 2차 대전의 발발과 동시에 폭삭 주저앉았고, 전쟁 후에도 공산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수출기업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후 그의 아들인 군터 딕은 목공, 특히 톱(saws)과 연마석(sharpening stones)에 집중했고, 다시 상승궤도를 타기 시작한다. 이후 독일의 다른 제조업체들과 제휴, 유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2005년 공구 유통기업 ‘DICK’과 악기 제조사 ‘HERDIM’을 합병한 텀(DICTUM)이란 이름으로 현재의 굳건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법 확실하게 가르쳐주자 … 책, 워크숍 등
히든 챔피언들은 오직 기술과 품질로 승부한다고 했다. 독일은 히든 챔피언들의 나라이고, 이들의 제품을 유통하는 데 있어 품질은 논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딕텀의 경쟁우위는 오히려 탁월한 애프터 서비스에서 나온다.
‘More than Tools’, 딕텀은 공구 그 이상의 경험을 추구한다. 삼성 휴대폰을 사면 사용 설명서를 주지만, 목공 입문자부터 전문 목수들까지 모든 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타게팅하는 딕텀은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사용설명서를 만들다 아예 책을 만들었다. 딕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8개 카테고리, 대략 200권 정도의 목공 가이드북을 볼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목공을 글로 배웠어요’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직접 가르쳐도 준다. 즉, 단순히 공구를 파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만들고, 책이 안되면 워크샵을 열어서라도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 한다는 그들의 서비스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매장 내에서 간단하게 공구 사용법이나 안전사항만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딕텀 워크샵에 참여하려면 정식으로 수강 신청을 해야한다. 목공부터 금속공예, 가죽공예는 물론 전문가를 위한 일본식 우진각 지붕, 활 만드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품질, 서비스를 넘어 경험을 파는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PC만 사려하지 않고, PC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2001년 애플스토어 1호점을 소개하며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새로운 애플 제품을 가장 먼저 보고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높은 품질로, 좋은 서비스로 승부를 하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지금은 ‘경험’을 파는 시대다. 브랜드 경험을 파는 솔루션으로는 자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법칙 만들기, 오래된 브랜드를 리뉴얼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딕텀의 경우 독일만의 뛰어난 품질을 기초로 매장을 브랜드 체험센터로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직접 경험욕구를 충족시켰고, 서비스에서도 독일만의 장인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주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제자리에만 머물려고 해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로 위층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 속도보다 빨리 걸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한국의 유통기업들도 움직이지 않으면 밑으로 뒤쳐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