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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일명은 우리 일상에 품질 좋은 소화기를 제때 제공함으로써 갑작스런 화재, 재난을 대비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고객이 만족하는 소화기를 공급하는 것을 기업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일명은 ABC 분말소화기와 자동확산소화기, K급 소화기, 화재감지기 등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2015년 11월 19일 설립했으며, 금속소화기(D급)도 곧 출시 예정이다. 권순민 대표는 누구나 쉽게 초기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명의 역할이라 말한다.
“품질 좋고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소화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저희 사업의 목표입니다.”
권순민 대표는 1997년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 18년을 일했어요. 임원이 된 후에는 전문 CEO로 스카우트되기도 했죠. 그러다 내 사업 한번 해보자 싶었어요. 안전관련 산업이 점점 성장할 거란 기대도 있었고요.”
일명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 독립법인이다. 현재 국내시장에 ‘림’ 브랜드를 소개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
소화기를 선택할 때는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듯 제조연월 확인이 기본이다.
“소화기 내용연한 법정기준이 제조일로부터 10년입니다. 유효기간이 10년이지만 전자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제조연월이 가까운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죠. 외부에 비치해놓고 쓰면 부식될 수도 있으니까요.”
소화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봉인줄을 풀고 실리콘 보호장치 캡을 누르면 ‘퍽’하고 소화약제가 방출된다. 소화기는 일회성 제품이기 때문에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말씀드린 10년의 내용연한 확인은 물론 게이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질소가 녹색선 안에 들어있는지 봐야 해요. 질소와 소화제가 혼합되어 방사되기 때문에 성능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봉인줄이 잘 붙어있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물론 이중으로 안전장치가 돼 있어요. 봉인줄이 끊어지더라도 실리콘 보호장치 캡을 씌워놓습니다. 잘못 눌려져서 약제가 나가면 안 되니까요. 그러나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무조건 교체해야 해요. 300g만 쏴도 나머지 약제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최근엔 소화기 분말에 대한 친환경 소화약제 연구가 활발하다고.
“소화기 분말이 인체에 크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방사했을 때 시야확보가 어렵고 기관지에 좋지 않을 순 있죠. 아무래도 소화기가 미세한 분말을 가스압으로 분출시켜 불을 끄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소화기능도 뛰어나면서 인체에 해가 없는 분말성분 개발을 위해 기술원이나 소방업체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안전성 확보와 함께 제품 개발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안정적인 공급이다.
“소화기는 필요할 때 살 수 있어야 해요. 안전용품인 만큼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되는 게 가장 최우선이죠. 물론 품질도 좋아야 합니다. 소화기 공장에 가보면 정말 어렵게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는 데 반해 고생한 만큼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것 같아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죠.”
대부분의 소화기 제조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수동식 제작이 주를 이루는데 반해 저희 중국공장에서는 최근 2~3년 내 모든 생산시스템을 로봇자동화설비로 바꿨어요. 불량률은 떨어지고 제품기능은 더 좋아졌죠. 당연히 안정성과 생산성이 더 좋아졌어요. 소화기 성능은 국가검정품이다 보니 정해진 품질기준이 있어요. 그 스펙 안에 들어가야 납품이 가능합니다.”
소화기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KFI인증을 받아야 한다. 단계별로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만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술원에서 심사관이 나와서 같이 시험을 진행해요. 합격해야 유통이 가능하고요. 저희가 한달에 2회 각 2만개 가량 물량이 입고돼요. 그럼 샘플링 시험을 통해 소화기 성능시험을 하는 거죠. 무엇보다 약제 방사가 잘 되는지 봐요. 방사했을 때 잔량이 많이 남으면 안돼요. 잔량은 10% 이내로 남아야 합니다. 여기에 용기, 밸브, 호수, 약제, 게이지 등 각 부품별 검사까지 진행합니다. 수조에 넣어서 기밀시험까지 한 후 마지막으로 불을 내서 제대로 소화가 되는지 최종시험까지 통과해야 제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잘 만들어서 비치해두고도 실제 사용을 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화재가 났는데 안전핀을 어떻게 뽑아야하냐고 다급하게 전화오는 고객도 있어요. 긴급상황에서 당황하다 보니 우왕자왕하기도 해요. 회사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시설에서는 직원교육을 매뉴얼화 했으면 좋겠어요. 미리 교육받는 게 참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교육용 물소화기도 생산해요. 학교나 각 기관에서 소화기 사용방법을 가르칠 때 사용하죠. 분말소화기를 쓰면 뒤처리가 힘들고 여러모로 번거로우니까요. 소화기도 잘 보관해야 해요. 습기가 찰 수 있으니 외부에 방치하면 안 됩니다. 녹슬거나 파손된 부분이 있는지도 가끔 점검해봐 주세요.”
일명이 가지고 있는 형식승인 제품은 12종. 이 중 주로 판매되는 제품은 3종이다.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3.3kg 분말 소화기예요. 저희의 대표 생산품이기도 하고요. 다른 용량들도 있지만 다 합쳐도 시장비율이 10% 정도 밖에 안 됩니다. 3.3kg 분말소화기가 ABC급에 다 적용이 되니까요. 그만큼 제품 성능이 검증되기도 했고요. 특히 저희는 100% 원액을 직접 만들어요. 원액 제조부터 각 부품 제조, 조립까지 모두 일괄 진행하기 때문에 더 믿을 수 있죠.”
중국공장에서 공정의 대부분이 이루어지지만 국내시장의 요구, 규격 등 제조에 있어 한국법인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국내 시장에는 연간 200만대의 소화기가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돼요.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알고 있어요. 전기용 소화기도 화두는 많이 되지만 실제 꾸준히 물량을 소화해내는 게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수요가 크지 않아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향후 개발예정입니다. 소화기 시장은 한정돼 있어서 비약적 성장이 어려워요.”
미국이나 유럽 수출을 위해서는 UL마크가 필수. 그러나 인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아예 기준이 없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깐깐하게 검사하는 나라도 많아요. 비용이 많이 들죠.”
최근 소방용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는 스마트기술의 적용이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웨어러블 장비를 통한 대피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화재를 조기감지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생분해성 소화기, 친환경 소방복, 태양열을 이용한 소방장비 등 환경 친화적인 제품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화 뿐만 아니라 화재예방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사업을 해오며 특별히 위기 없이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권 대표.
“곰같이 묵묵하게 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게으른 자는 구실을 찾고 부지런한 자는 방법을 찾는다’란 사훈을 늘 제 마음에 새깁니다. 잘 될 때도, 또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많은 국민들이 화재로 불행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비전을 삼고 있어요. 불이 많이 나면 소화기가 많이 나가요. 매출이 올라가고 사업이 잘 되는 건 좋지만 반대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생기니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아요. 소화기를 공급하는 회사만의 비애라고 할까요?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더욱 힘쓰는 일명이 되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